연극 ‘오이디푸스’ 도전하는 황정민, “영화보다 연극이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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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열심히 준비해도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못했던 날도 있다. 그때 ‘나중에 유명해지면 꼭 관객들과 무대에서 계속 소통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영화도 좋지만 연극이 더 좋다. 무대에서 1시간 반 동안 연기하고 있을 때 제일 자유롭다고 느낀다”

처절한 악인으로 변신, 뜨거운 박수갈채를 자아냈던 연극 ‘리차드3세’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황정민의 말이다. 영화 ‘베테랑’, ‘국제시장’ 등으로 ‘쌍천만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는 지난 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연습실에서 진행된 연극 ‘오이디푸스’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처음 배우 생활을 시작했던 연극 무대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했다.
 
황정민이 이번에 도전하는 작품은 소포클레스의 고전 비극을 원작으로 한 ‘오이디푸스’다. ‘리차드3세’ ‘주홍글씨’ 등의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가 참여해 새롭게 구성했고, 타이틀롤을 맡은 황정민을 필두로 배해선, 남명렬, 최수형, 박은석, 정은혜 등이 무대에 오른다.

황정민의 오이디푸스는 어떻게 다를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오이디푸스 탄생할 것”


오이디푸스는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비극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을 타고난 남자, 그간 숱한 무대에서 여러 배우들에 의해 연기되었던 오이디푸스를 황정민은 어떻게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오이디푸스’는 비극의 원류이자 연극쟁이들에게는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2500년 전 쓰인 작품을 지금 공연하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며 이번 공연의 의미를 짚은 황정민은 “허투루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해야 관객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 중이다. 연극을 지망하는 학생이나 관심 있는 분들이 공연을 보고 (오이디푸스에 대해) 또 다른 느낌을 가질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며 신중히 작품에 접근했다고 전했다.
 
황정민은 “'리차드3세'를 끝내고 나서 이제 어떤 연극이든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작품을 하게 됐다”며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많이 휘몰아치게 되는데, 그걸 매 연습 때마다 해내야 해서 힘들다. 또 그중 가장 좋았던 감정선을 매일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운명의 비밀을 찾고자 나선 오이디푸스를 돕는 코린토스의 사자 역 남명렬은 황정민이 연기할 오이디푸스에 대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오이디푸스가 탄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1995년 '오이디푸스'에 출연했던 그는 “서재형 연출의 디테일한 무대 미학과 황정민 배우의 열정이 만나 새로운 오이디푸스가 탄생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는 말로 작품에 힘을 실었다.
 
오이디푸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
운명에 굴하지 않고 응전하는 오이디푸스


황정민의 연기와 더불어 기대되는 것은 오이디푸스에 대한 제작진의 새로운 해석이다. “2019년 현재, 의지를 가진 인간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오이디푸스를 통해 그런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서재형 연출은 극의 후반부에 대해 “(진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르는 장면 등이 있다. 폭력적이거나 움직임이 크지는 않지만 감성적 인상은 매우 클 것”이라며 “그 순간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의지를 갖고 스스로 걸음을 걷는 장면이 준비돼 있다”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배우들이 덧붙인 말들도 더욱 기대를 높였다.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 왕비로 분하는 배해선은 “극 중 수많은 비탄과 절규의 대사 중 하나를 꼽는다면 오이디푸스가 마지막에 하는 ‘아니, 괜찮소’라는 말이다. 나약한 인간이 신이 준 운명을 그대로 겪어내고 나서 그래도 자신의 의지로 그 길을 걷고자 하는 결심의 순간 말하는 대사다. 그 단어 하나에 이 작품의 깊이와 치유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배해선은 “긴장 속에서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에 대한 슬픔과 희망, 기쁨, 좌절의 몫은 관객 분들이 누리실 것 같다. 필요에 따라선 손수건이나 휴지가 필요하실 수도 있다.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우셔도 된다”고 말했다.
 

황정민 역시 “마지막에 오이디푸스가 ‘나는 살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는 대사를 할 때 가장 기분 좋고 행복하다. 이 모든 극을 함축하는 말 같아서다”라는 말로, 남명렬은 ‘내 발아,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대사가 계속 마음에 와 닿는다. 이제껏 그랬듯 앞으로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텐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많은 생각이 든다”는 말로 이번 공연이 삶과 운명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남길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연극 ‘오이디푸스’의 무대는 3천여 년 전의 신화와 현실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서재형 연출은 무대와 관련해 “연극에서 잘 구현하지 않는 스펙터클한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오이디푸스’는 오는 29일부터 2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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