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가 이런 사람이었어? 연극 ‘오이디푸스’ 리뷰, 운명에 맞서는 황정민의 미친 연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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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배우 황정민의 1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작으로 캐스팅 발표부터 화제가 됐던 ‘오이디푸스’가 지난 1월 29일 개막했다. 고대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대표작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아 버려진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이디푸스가 이런 사람이었어? 황정민의 미친 연기력
기자가 90분간 폭풍같이 휘몰아친 ‘오이디푸스’를 보고 나온 느낌은 ‘역시 황정민은 황정민’이다. 그는 미친 연기력으로 무대를 장악하며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맞춰 스핑크스로부터 위험을 받던 테베를 구해 왕이 되고, 테베의 왕비 이오카스테와 혼인한 인물이다.

극은 오이디푸스가 테베의 왕의 되어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부터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테베 국민들의 비를 내려달라는 요구에 크나큰 책임감을 느끼고, 그들의 절망과 고통에 마음 아파한다. “나는 비를 내려줄 수 없다. 신이 아니다”라며 괴로워하지만, “나는 이 재앙에 맞서 싸울 것이다”라고 한 나라의 왕으로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재앙의 원인을 찾으러 신의 말을 들으러 갔던 오이디푸스의 처남 크레온은 테베의 전왕 라이오스의 비극적인 죽음의 범인을 찾아 벌 주라는 신의 이야기를 오이디푸스에게 전한다.

재앙을 해결하려는 오이디푸스는 전왕을 죽인 범인이 자신이며, 왕비인 이오카스테가 어머니라는 비극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절망스런 운명에 가슴을 치며 절규하지만 결코 사랑하는 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이디푸스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유 있는 원 캐스트, 인상적인 엔딩
시종일관 오이디푸스 곁에서 그를 관찰하는 코러스장 박은석은 극에 비장미를 더하고, 맹인 예언가 테레시아스 역의 정은혜는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무대를 채운다. 베테랑 배우 배해선과 남명렬 또한 극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제 몫을 해낸다. 많은 공연에서 여러 이유로 더블 캐스트를 하고 있고 그것의 장점도 있지만, '오이디푸스'를 보고 나니 오랜 시간 함께 연습한 한 팀에서 오는 시너지가 생생히 느껴졌다.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음악과 한정된 공간이지만 거대한 신전과 땅으로 떨어지는 태양 등 깊이감 있게 표현한 무대도 오이디푸스 비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오이디푸스가 객석 쪽으로 내려와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딛자, 메마른 테베의 땅에 비가 쏟아진다. 이 작품의 인상적인 명 장면이다.

‘오이디푸스’ 연습 공개 때 “영화보다 연극이 더 좋다”라고 고백한 황정민의 미친 연기를 계속해서 무대에서 보고 싶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오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후 전주, 광주, 구리, 여수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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