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대중화에 힘 되고파” 피오 등 극단 ‘소년’ 멤버들의 특별한 공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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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김종민, 유병재 등과 함께 예능프로그램 ‘대탈출2’ 출연을 확정지으며 ‘예능 대세’임을 재차 증명한 블락비 피오(표지훈)가 색다른 활약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만든 극단 ‘소년’의 세 번째 연극 ‘소년, 천국에 가다’에 출연해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피오가 직접 작품을 고르고 극단 멤버들과 함께 각색한 이 연극은 티켓 오픈 직후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5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한 ‘소년, 천국에 가다’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미혼모와 결혼하는 것이 꿈인 13세 소년 네모가 어느 날 어른으로 변해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순수하고 청초한 감성을 담은 이 작품은 ‘어렸을 때의 순수함을 변함없이 지키고 싶어서” 함께 극단을 만들고 꾸준히 연극을 올려온 피오와 친구들에게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피오(표지훈), 이충호, 이한솔, 임동진, 최현성 등 지난 20일 만난 극단 ‘소년’ 멤버들의 이야기에서는 연극을 향한 남다른 애정과 풋풋한 열정이 느껴졌다. 프로듀서이자 배우, 스텝으로서 다 같이 힘을 모아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Q 극단 ‘소년’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요? 어떻게 극단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최현성:
저희가 함께 예고(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고등학생 때 나중에 극단을 만들어서 함께 연극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리고 나서 성인이 되었을 때 진짜 한번 만들어볼래? 하고 시작하게 됐죠. 우선 1년에 한 작품은 무조건 올리자고 약속했고, 다 친구들끼리다 보니 워낙 자주 만나요. 사무적인 관계가 아니라서 다른 극단에 비해 크게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피오: 누군가 한 명이 맡아서 극단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개입을 해요. 원래 멤버가 다섯 명이었는데, 이번에 배우 한 명, 제작팀 한 명, 음악감독까지 세 명이 더 들어왔어요.

Q ‘소년’이라는 극단명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충호:
저희끼리 고등학생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나중에 나이를 먹어도 어렸을 때의 순수함, 패기, 깡 같은 걸 잊지 말자고. 그런 의미로 소년이라는 이름을 지었죠.

피오: 저희가 실제로 소년의 나이에 만나기도 했고요. 관객 분들이 ‘맞아, 내가 어렸을 때 저런 걸 느꼈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극을 만드는 게 저희 극단의 목표이기도 해요.
 
피오

Q 이번 연극 ‘소년, 천국을 가다’는 피오 씨가 원작 영화를 보고 공연을 제안했다고 들었어요.
피오:
제가 어렸을 때 죽는 걸 되게 무서워했어요. 죽으면 어떻게 될까, 천국이 있을까, 그런 고민을 누구나 하잖아요. 그런 생각을 할 때쯤에 이 영화를 봤는데, 어린 마음에 ‘죽어도 저런 천국이 있으면 너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좀 사라졌거든요. 그런 순수한 마음을 담아서 연극을 올리면 보는 분들이 자신의 어렸을 적 생각도 하게 될 것 같고, 극단 취지와도 맞지 않을까 싶어서 제안하게 됐죠.

이충호: 개인적으로 관객 분들께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당신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은 언제인가요. 그 때는 얼마나 행복했나요’라고. 이번 작품이 그런 주제를 담고 있어서 선택한 것이기도 하고요.

Q 각색은 다 같이 했다고요. 연극을 만들면서 원작 영화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충호:
가장 달라진 건 극의 플롯이에요. 원작에서는 네모가 어렸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연극에서는 어른이 된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거든요. 계속해서 궁금증을 던질 수 있도록요. 또 연극에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장면 표현을 문이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표현하고 있고요.

Q 티켓이 금방 매진됐는데, 공연 수익은 어떻게 나누나요?
최현성:
다음 작품의 씨드머니로 계속 모으고 있어요. 공연 제작에 드는 돈이 어마어마하니까. 처음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공연을 올리기도 했는데,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보니 조금씩 금액을 모아서 키워가고 있어요.
 
임동진, 이한솔

Q 피오 씨는 이번에 처음 악역을 맡았다고요. 이번에 서로에게서 발견한 새로운 모습, 혹은 관객들이 주목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피오: 저는 충호 배우의 힙(웃음). 그게 충호 배우의 매력 포인트에요.
이충호: 저는 개인적으로 동진이를 새롭게 발견했던 게, 동진이가 멀티 역이라서 여장도 하고 양아치 역할도 하고,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거든요. 동진이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싶어서 저도 놀랐어요. 
최현성: 멀티들이 저희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많이 하거든요. 그 장면에서 지훈이(피오)와 동진이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그런 부분을 눈 여겨 보시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Q 피오 씨는 예능프로그램을 비롯해서 다른 방송활동도 바쁜데, 이렇게 연극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피오:
일단 그냥 이게 너무 좋고, 제 인생에 굉장히 활력소가 돼요. 관객들이 여기까지 공연을 보러 와주시고 나한테 집중을 해주신다는 데서 느끼는 고마움과 에너지가 정말 크거든요. 제가 TV로 사람들과 연결돼 있을 때는 그 분들이 나를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볼 수가 없잖아요. 근데 무대에서는 관객 분들의 표정과 호흡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는 게 무대를 계속 하게 하는 힘 같아요.

사실 우리 극단도 1~2년 차였을 때는 ‘저러다 없어지겠지, 저러다 안 하겠지’라는 시선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3년 차로 접어들고 제가 대외적으로 조금 알려지면서, 그리고 계속해서 친구들과 이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여지면서 관심을 갖고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어요. 제가 좀 알려지면서 극단의 공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되게 행복해요. 앞으로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른 활동을 열심히 하려고요.
 
 
이충호, 최현성

Q 공연하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요?
피오:
제가 등장하는 장면이 아닐 때 무대 뒤에서 살짝 커튼을 들춰서 관객들의 모습을 보는데요, 관객들이 웃거나 집중하고 있는 얼굴을 볼 때 정말 너무 좋고 행복해요. 우리가 만든 것을 집중해서 보고 계신 모습을 보면 내가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싶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져요.

최현성: 저는 이렇게 친구들과 같이 공연을 하고 있는 게 너무 행복해요. 제가 외동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가족이 생겼다는 기분이 들어요.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게 종아요.

임동진: 저는 이 친구들과 있을 때 저라는 사람이 가장 빛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한솔: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잖아요. 그래도 다 해내고 나서 뒤돌아봤을 때 ‘이렇게 해냈구나’ 할 때가 가장 보람차고 행복한 것 같아요.

이충호: 매 공연 시작 전에 배우들이랑 파이팅을 할 때요.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 서로 잘 했어, 수고했어, 라고 말해줄 때 느끼죠.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작품은 무엇인가요. 
최현성:
저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하고 싶어요. 너무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자극적인 작품이 아니라, 생각할수록 무서운 작품을 하고 싶어요.
피오: 저는 무조건 해피엔딩이 좋아요. 기분 찜찜한 거 말고 기분 좋은 작품. 근데 서로 취향이 다르니까 잘 조율해야죠.
임동진: ‘햄릿’같은 고전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항상 창작 공연만 해서, 이 친구들이랑 고전을 하면 얼마나 또 다르고 재미있을지 궁금하거든요.
이한솔: 전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데, 이번 극에 그런 요소가 있어서 만족하면서 하고 있어요.
이충호: 전 퓨전 사극이요. 이번 작품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지만, 그보다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펼쳐지는 퓨전사극을 해보고 싶어요.
 

Q 극단 ‘소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현성:
연극을 좀 대중화시키는 데 힘이 되는 극단이 됐으면 좋겠어요. 연극은 영화보다는 좀 더 접하기 힘든 장르잖아요. 그 벽을 좀 허무는데 힘을 좀 같이 썼으면 해요. 저희 말고 저희 아래 세대도 이렇게 극단을 만들어서 활동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당장 올해의 목표는 연극을 포함해서 세 개 이상의 컨텐츠를 보여드리는 거에요. 이후에는 연극뿐 아니라 웹드라마나 영화, 병맛 코드의 개그 컨텐츠, 뮤지컬 등에 참여하거나 제작도 하면서 여러가지 다방면으로 많은 시도를 하는 극단이 되는 게 목표에요.


Q 극단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던데요.
이한솔:
앞으로 할 컨텐츠를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패러디 영상이나 반전이 있는 짧은 드라마, 혹은 몰래 카메라 컨셉으로 일반 시민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보려고 계속 회의 중이에요. 유튜브 채널 개설과 공연 일정이 겹쳐서 아직 활발히 못하고 있는데, 공연을 마치고 나면 영상 컨텐츠 제작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Q 앞으로 극단이 10주년을 맞이했을 때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최현성:
우선 다 같이 지금 모습 그대로 변하지 말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피오: 저희가 처음 만들었던 ‘슈퍼맨닷컴’이란 작품을 그 때 지금 저희 나이대의 배우들이 공연하는 걸 객석에 앉아서 보고 싶어요. 10주년을 기념해서 우리가 만든 연극을 객석에 앉아서 온전히 보고 싶어요.
이한솔: 저희는 한 번도 공연을 온전히 본 적이 없거든요. 출연하지 않을 땐 무대 크루로 일을 하니까. 진짜 그렇게 객석에서 우리 공연을 보고 싶네요.
이충호: 저희가 더 열심히 해서, 저희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은 후배들이 정말 그렇게 공연을 하게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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