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승우인가?” 연뮤덕 5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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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 3년차인 기자. 아직은 취향이 확고하지 않아 지인이 영업하는 작품 위주로 본다. 나름 본진 배우인 L이 있지만 최근 인기 드라마의 조연으로 활약하면서 무대에선 자주 보기 어렵게 됐다. 맘 둘 곳 없어 갈팡질팡 헤매이던 어느 날 큰 맘 먹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기로 했다.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빈번하게 ‘조지킬’에 대한 찬양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공연 관람이 일상적이지 않던 이들조차 조승우가 출연하는 ‘지킬앤하이드’ 티켓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승우 배우가 출연하는 극을 보고 온 주변인들의 얼굴은 발그레해지고 입가엔 웃음이 실실 흘렀다. 몇일간 ‘조승우 앓이’를 했고 하염없이 마음이 설렌다고 했다. ‘설레임’이란 거, 아이스크림으로만 기억되던 무렵, 기자도 오랜만에 설렘이란 걸 느껴보고 싶었다. 거금을 지불하고 지킬앤하이드티켓을 구했다. 다만 공연 관람 전 이것만은 꼭 알고 싶었다. “왜 조승우인가?” 그래서 주변 연뮤덕 5인에게 물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답변엔 공통되는 대목이 있었다. “이유가 필요한가? 그는 조승우다.”였다. 열띤 간증을 모아 소개한다.
 
“아예 안 보거나, 무한정 회전하거나…딱 한 번은 없다”(관극 22년차 K양)

나는 조승우의 10대, 20대, 30대, 40대를 지켜봐왔다.(인터뷰이는 조승우 배우와 대학 동문인데 조승우 배우가 19세에 대학에 입학했기에 그의 10대의 모습도 본 것이란 주장이다-기자 주) 연기, 발음, 동작, 눈빛, 무대장악력까지 모든 걸 다 갖춘 배우는 조승우가 유일하다. 매회 차 연기가 달라서 모든 회차를 다 보고 싶게 만드는 마성의 흡입력, 한 순간의 틈도 허락치 않고 집중하게 만드는 연기력까지… 조승우는 뒷모습조차 연기하는 배우이며, ‘뮤지컬스럽다’는 표현을 과감히 벗어던진 배우다. 지난 2월 27일에도 조 배우가 출연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봤는데 그날도 B형 독감에 걸린 상태였다. (이것은 인터뷰이의 주관적 추측임을 밝혀둔다-기자 주) 무대에서의 콜록거림이 연기가 아닌 진짜 기침이었다니. 콜록거리는 순간까지 연기인지 애드립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연기 장인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본진이 있을테지만 조승우만은 조금 별개로 하고 싶다. 아예 안 보거나, 무한정 회전하거나… 조승우 공연에 딱 한 번은 없다.

“좋으니까. 그냥 좋으니까. 내 손톱 하나씩 뽑혀도 난 좋아”(관극 15년차 H양)
 
“좋으니까. 그냥 좋으니까. 내 손톱 하나씩 뽑혀도 난 좋아. 왜 좋은지 설명이 안 돼요. 주인님이 살짝 맛이 가신 건 알지만. 근데 어쩔 수 없어 껍질을 벗겨내도 하늘에 외치리 나는 주인님이 그냥 좋아. 좋으니까 그냥 좋으니까. 나의 털을 몽땅 뽑는대도 괜찮아. 묻지마요. 이유가 뭔지 그런 건 눈을 씻고 잘 봐도 없다오. 발가락을 썰어서 꼬치구일 한대도 꼬집고 할퀴고 물리고 뜯겨도 하늘에 외치리. 나는 주인님이 그냥 좋아”
 
‘맨 오브 라만차’의 이 노래를 들으면 항상 조승우 배우 생각이 난다. 그래서 노래 가사로 내 마음을 대신하고자 한다. 조승우에겐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여유로움에서 오는 애드립도 좋다. 이번 시즌 ‘지킬앤하이드’에서는 노래 실력도 더 좋아졌다.
 
“넘사벽 존재감, 누가 능가할 수 있으랴?”(관극 13년차 K양)
 
세상엔 조승우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배우도 많을테지만 그만큼 존재감이 강한 배우는 없을 것이다. 다른 배우들이 그를 능가하기란 쉽지 않다. 예고에 다니던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고, 인터뷰에서도 영화보다 뮤지컬이 더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던 그였다. 뮤지컬 자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그로 하여금 꾸준히 무대에 서게 한 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른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들이 실력까지 겸비했다는 전제 하에 티켓 파워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조승우만의 색과 존재감을 능가할 수 있을까? 들리는 이야기로 조승우는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스탭에게도 무척 잘 하고 연습 시간에도 제일 먼저 출석해 성실한 자세를 보인다고 한다.
 
“고놈의 매력…꼬리 백 개 달린 여우처럼 홀린다”(관극 12년차 J양)
 
공연을 즐겨보기 시작한 이천 년 대 중후반에도 지금처럼 뮤지컬에 조승우가 캐스팅 되면 표가 매진되고, 표를 못 구해 난리였다. 나도 당연히 의문을 가졌다. 왜 조승우지? 어렵게 표를 구해 조승우가 나오는 뮤지컬을 봤다. 내가 내린 결론. 배우로서 조승우보다 더 연기 잘하고 조승우보다 더 노래 잘하고 조승우보다 더 잘생긴(?) 배우들도 많다. 그런데 왜 조승우지? 그건 바로 조승우의 매력. 매력 때문이다. 조승우는 무대에서 빛난다. 정말 여우같이 잘한다. 꼬리 백 개 달린 여우처럼 홀린다. 치고 빠지고 능수능란하다. 아마도 타고난 것 같다. 그 매력이 영화에서 드라마에서도 빛나지만 무대에서는 더 반짝반짝 빛난다. 그래서 여전히 조승우, 조승우하는 것 아닐까?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화 과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관극 7년차 L양)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이 하이드로 변해가는 점진적인 과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같다. 지킬의 고뇌, 하이드의 괴팍성을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는 노래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감정을 담아 노래하기에 노래도 연기의 일환처럼 느껴져서 좋다. 대사나 노래 어느 하나에도 빈틈 없이 지킬과 하이드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원래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능수능란해져가는 게 보인다. 그래서 그를 놓을 수 없고 회전하게 된다. 그가 출연하는 한 회차, 한 회차가 소중하다.

글: 주혜진 기자(kiwi@interpark.com)
사진: 창작컴퍼니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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