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마주하며 비로소 성장하는 연인들, 연극 ‘왕복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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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연인이 있다. 서로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이들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남태평양의 섬나라로 훌쩍 자원봉사를 떠나고, 여자는 영문을 모른 채 혼자 남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바다를 건너 주고받는 편지 속에 15년간 서로에게 감춰온 비밀들을 써내려 간다. 이들이 마주한 비밀은 무엇일까.

일본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무대화한 연극 ‘왕복서간: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이하 왕복서간)이 내달 첫 무대에 오른다. 2008년 소설 '고백'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미나토 가나에는 이후 '속죄', '고백', '백설공주살인사건' 등의 인기작을 발표하며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아온 작가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수상,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나오키 상에 두 차례 노미네이트되며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의 대표 작가로 자리잡아왔다. 그녀의 작품 중 '고백'은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국내에서도 호평을 이끌어냈고, 이밖에도 2015년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을 비롯해 미나토 가나에가 쓴 많은 소설이 그간 드라마 및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왕복서간', 일본 드라마 '왕복서간' 화면 캡쳐

이번 공연은 '십 년 뒤의 졸업문집', '이십 년 뒤의 숙제',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등 주인공들의 서간을 통해 전개되는 세 가지 연작을 묶은 '왕복서간' 중 세 번째 이야기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이 원작은 일본에서 동명의 드라마도로 만들어진 바 있다. 벨라뮤즈가 제작하는 이번 공연에는 배우 겸 작가로 활동해온 한송희가 각색가로, 연극 ‘손’, ‘헤라, 아프로디테’등의 무대를 이끌었던 이기쁨이 연출가로 참여했다.
 
‘왕복서간’의 제작사는 지난 18일 이 공연의 연습 현장을 일부 언론에 공개했다. 먼저 주민진과 진소연이, 이어서 에녹과 신의정이 서로 호흡을 맞추며 공연의 2, 3장을 시연했다. 진소연과 신의정은 중학교 시절 화재 사건으로 사고 당시의 기억을 잃은 마리코를, 주민진과 에녹은 마리코의 오래된 연인 준이치를 맡았다.
 
▲ 에녹, 신의정

미나토 가나에가 쓴 원작은 준이치와 마리코가 서로 주고받는 편지로만 오롯이 이어지는 소설이다. 이들이 주고받는 편지 속에서 15년 전 두 사람이 함께 겪은 화재 사건의 진실이, 그리고 가즈키, 야스타카 등 당시 두 사람의 친구였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극 ‘왕복서간’ 역시 준이치와 마리코가 주고받는 편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무대에 선 두 배우는 서로를 만나지 않은 채 편지로만 상대에게 말을 건네며 함께 과거의 기억 속으로, 잊혀진 진실 속으로 접근해간다. 여기에 어린 마리코(한보배)와 어린 준이치(안재현), 가즈키(황성훈), 야스타카(임종인) 등의 인물들이 과거 사건들을 재현하며 극중극 형태로 서사에 층위를 더한다.
 
▲ 주민진, 진소연

극이 편지글로만 진행된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오랫동안 덮어두고 살아온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고 자신을, 또 상대방을 더욱 깊이 알아가며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다. 삶에서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고통스런 사건이 이후 남은 이들의 삶에 어떤 그늘을 드리우는지, 어떻게 그 그늘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극은 보여줄 예정이다.

이날 배우들은 대사량이 많은 장면들을 매끄럽게 이어가며 본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주민진과 진소연, 에녹과 신의정 등 페어별 매력도 사뭇 달라 이들이 각기 어떻게 무대를 완성시킬지도 궁금해졌다.
 

본 공연 무대에서는 마리코와 준이치가 각기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현재의 공간을 중심으로 자전거, 벤치 등 과거 기억과 관련된 소품과 오브제들이 배치될 예정이다. 여기에 인물들의 정서 변화를 시각적으로 더욱 선명하게 보여줄 영상도 활용된다고. “각 장면의 정서와 이미지를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이기쁨 연출은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배우들의 움직임과 여러 오브제 및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이 연극만의 매력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이기쁨 연출은 “15년간 연인이었던 마리코와 준이치는 이제서야 자신과 서로를 알아가며 한 인간으로서 성장해간다. 그렇게 성장한 이들이 만약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그 미래가 어떨지 생각하며 공연을 봐주시면 좋겠다”며 ‘왕복서간’을 단지 러브스토리 혹은 서스펜스 스토리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성장기로 봐달라는 뜻을 전했다.
 

연극 ‘왕복서간’은 오는 4월 2일부터 21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벨라뮤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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