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또다른 주인공, 특별한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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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대 위엔 빛나는 주연 배우들도 있지만, 그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주인공 앙상블이 있다. 앙상블(Ensemble)은 ‘전체적인 어울림’, ‘조화’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뮤지컬에서는 주연 배우들 외에 이야기를 끌어가며 노래와 움직임, 동작 등으로 생동감을 더하는 배우들을 뜻한다.

소위 ‘떼창’이라 불리는 앙상블의 대규모 합창이나 화려한 군무 장면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요한 관람포인트이자, 공연에 따라 작품의 특성을 가장 잘 담아내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무대 위를 아름답게 수놓는 앙상블 중에서도 작품의 특색을 명확히 보여주는 세 작품 속 앙상블을 만나보자.
 
이 언니들, 어쩜 나보다 몸매가 좋죠? 6인의 블링블링 엔젤들, <킹키부츠>
 
뮤지컬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공장을 물려받게 된 남자 주인공 찰리가 드랙퀸* 롤라에게 도움을 받아 재기를 꿈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하이힐의 매력에 푹 빠졌던 롤라에게 영감을 얻어 일반적인 신사화가 아닌 드랙퀸을 위한 80cm의 매력적인 ‘킹키부츠’를 만들게 되는데, 롤라와 함께 하는 엔젤들이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절대 공신이다.

(*드랙퀸: 남성이 여성처럼 차려입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이를 지칭.)
 
각각의 엔젤들은 자기만의 특징이 확실하다. 각선미를 맡고 있는 엔젤의 왕언니 김준래, 군기반장역할의 권용국, 단아함을 담당한 우지원, 여성스런 목소리를 책임지는 송유택, 귀여운 막내이자 미모를 맡고 있는 한선천, 신선함을 담당하는 박진상까지.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하는 박진상 배우를 제외한 다섯 배우는 모두 초연 때에도 엔젤로 활약했던 멤버들이다. 초연 엔젤 중 한 명이었던 전호준은 올해 초 맘마미아 공연 당시 부상을 입어 함께하지 못했다고.
 
당당함과 자신감을 마음껏 발산하는 드랙퀸 롤라와 엔젤들은 매력 넘치는 언니들답게 화려한 의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휘어잡는다. 게다가 여성들도 힘들 것 같은 엄청난 하이힐을 신고 걷고, 뛰고, 춤춘다. 의상도, 하이힐도 각각의 엔젤에게 어울리는 섹시한 자태를 뽐내는 건 물론이다.
 
롤라의 여성스러운 복장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돈과 복싱 경기를 펼치는 장면에서는 여느 때보다도 핫한 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엔젤들의 맏언니 김준래가 사회를 맡으며 펑키한 헤어스타일과 스포티한 의상을 선보이기도 하고, <댄싱9>에서 넘치는 끼와 실력을 선보인 현대 무용가 한선천이 파격적인 비키니의 라운드걸로 등장하기도 한다.
 
매력과 몸매, 자신감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그녀들을 보고 있자면, 손에 들고 있는 먹거리를 조심히 내려놓게 된다. 여배우들보다 외모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미모의 엔젤들, 다가오는 가을에는 그녀들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뮤지컬 <킹키부츠>는 오는 9월 2일부터 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만날 수 있다.


경쾌한 탭댄스는 칼군무가 진리! <브로드웨이 42번가>

 
시골 출신의 소녀 페기 소여가 브로드웨이 댄서로서 꿈을 이루는 이야기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빛나는 탭댄스와 칼군무로 유명한 쇼뮤지컬이다. 지난 1996년 한국 초연 무대를 선보인 이 작품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아 기존보다 더 다채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생애 첫 뮤지컬 도전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송일국부터 뮤지컬 무대에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이종혁, 뮤지컬 1세대 히로인 김선경과 최정원, 현실 속 페기 소여라 불리는 임혜영, 치명적인 매력의 에녹까지 주연 캐스팅도 화려하지만, 무대와 앙상블은 더욱 화려해졌다.
 
30여명의 앙상블은 공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경쾌한 탭댄스로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탭슈즈의 마찰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유난히 생생한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발과 무대에 설치한 탭 마이크 때문이다. 단독 탭을 추는 주요 배우들의 소리는 배우의 양발에 달린 개별 탭 마이크가, 군무를 추는 앙상블의 소리는 무대 앞쪽과 벽면에 설치된 마이크가 담는다.
 
앞서 <킹키부츠>의 엔젤들이 6명 개개인의 매력을 어필했다면,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단체’가 만들어내는 ‘군무’의 매력을 선보인다. 1명이 선보이는 탭댄스도 훌륭하지만, 30여명의 배우들이 한 마음이 되어 선보이는 칼군무는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하다. 20주년을 맞은 이번 공연에서는 그 매력을 한껏 뽐내기 위해 계단 씬이 추가됐다. 단차가 있는 무대 위에 앙상블 배우들이 나란히 서 안무를 선보이면서 배우들의 동작을 하나하나 더 유심히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시종일관 눈을 즐겁게 만드는 <브로드웨이 42번가>지만, 그 중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코인 댄스’다. 화려한 무대의상을 갖춰 입은 앙상블이 줄지어 등장해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한 흡인력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박자에 맞춰 칼같이 움직이는 앙상블이 없다면 쇼 뮤지컬 특유의 화려함과 감동은 폭삭 반감될지도 모른다.
 
칼 같은 합을 맛볼 수 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는 8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각양각색 춤꾼들 모두 여기 모였다!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중에서 고난도의 안무가 난무하는 작품을 들자면 <노트르담 드 파리>를 꼽을 수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장엄한 서사와 묵직한 넘버, 웅장한 무대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이지만 안전장치 없이 벽을 타넘고, 높은 종 위에 매달리고, 브레이크 댄스까지 담겨 있는 안무는 더더욱 빼놓을 수 없는 이 작품의 묘미다.
 
현대무용에 아크로바틱과 브레이크 댄스가 접목된 작품의 특성상, 앙상블의 역할과 출신이 타 뮤지컬보다 훨씬 다양하다. 춤으로 감정을 전하는 댄서, 벽을 타넘거나 대성당의 종에 올라타는 등 아슬아슬한 아크로바틱을 선보이는 아크로뱃, 고난도의 브레이크 댄스를 담당하는 브레이커는 각각 역할에 맞춰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노트르담 드 파리> 앙상블의 특징은 역시 무대에서 실제로 안무를 펼치는 댄서(아크로뱃, 브레이커 포함)들이 가장 잘 알 터. 탁월한 기량을 인정받아 프렌치 오리지널 투어 팀에 합류해 공연을 펼치기도 했던 이기홍 아크로뱃, 그리고 <댄싱9>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남진현 댄서 두 사람을 서면 인터뷰로 짧게 만나보았다.
 
(좌) 이기흥 ACROBAT / (우) 남진현 DANCER
 
Q. 처음 <노트르담 드 파리>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이기흥: 현재 같이 공연을 하는 아크로뱃 오홍학과 친구다. 친구가 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면서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오디션에 참여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친구와 함께 지금까지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작품은 매번 공연할 때마다 지치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또 공연이 다 끝나고 나도 계속 생각나는 작품이 <노트르담 드 파리>였다. 관객들이 꾸준히 이 작품을 사랑해주고 계시듯이 <노트르담 드 파리>가 가진 이러한 힘이 이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고 싶고, 다시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남진현: 댄싱9 방송 프로그램 출연 이후 크고 작은 무대에 서며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던 중 피로 누적이 원인이었는지 무대에서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게 되었고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부상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도전이었고 평소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특히, 싱어와 무용수, 아크로뱃, 브레이커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아티스트들과 상당한 규모의 세트, 오브제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면에서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내가 아크로바틱을 조금 하니까 아크로뱃들이 부상을 당하면 나를 활용할 수도 있으니 1석 2조라서 캐스팅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더라.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웃음)
 
Q. <노트르담 드 파리> 안무 중 가장 어려운 장면은? 반대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이기흥: 2막에 나오는 ‘죄인들’ 장면이 가장 어렵다. 다른 이유보다도 옷이 너무 무거운 와중에 어려운 안무 동작들이 많아서 제대로 안무를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성당의 종들’이다. 연습을 처음 할 때는 종 위에 안전장치도 없이 매달려 점프를 하고 체인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안무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공연을 거듭하면서 기술이 생기고 나니 매우 스릴 있고 종 위에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어 이 장면을 좋아하게 되었다.

남진현: 내가 생각하는 가장 매력적인 장면은 “미치광이들의 축제"에서 동물적인 감각의 남자섹션과 페뷔스의 “괴로워” 부분이다. 탑 조명 아래 사랑하는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의 감정을 표현해야 이 넘버에서 나 자신의 기량과 개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화려한 장치나 전환 등에 의존하지 않고 매우 간결하고 순수한 요소들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포지션에서 장면마다 각각 다른 생동감과 의미를 부여해 줘야 한다. 그러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인간의 한계 이상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동작들로 안무가 구성되어 있고, 우리가 흘리는 땀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 작품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고난도의 안무가 많은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전후 몸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힘든 점은 없으신지?
이기흥: 아크로바틱의 특성상 근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일 한 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 및 근력을 관리하고 있다. 전날 공연을 하면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다음 날 공연 전까지 푹 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남진현:매우 격렬하고 체력을 요구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언제나 부상에 대비하여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댄서뿐만 아니라 아크로뱃들도 공연이 시작되면 당일 공연을 하든 하지 않든 관계없이 전원이 무대 옆 소대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장면에서도 쉬운 안무가 없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부상에 대비해 모두 스탠바이를 해야 하는 거다.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매우 돈독하고 걱정해 주는 끈끈한 관계이지만 동시에 예민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
 
스릴과 경이로움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안무의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오는 8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펼쳐진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 제공: 리앤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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