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작품, 어떤 배우로 보더라도 똑같은 감동 주고 싶어" 김다현·서승원·조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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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를 대표해 세 명의 배우가 모였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여전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창작 뮤지컬 예찬론자 김다현. 이 작품의 탄생을 함께한 서승원, 진중한 형들 앞에서 발랄함으로 이쁨 받는 막내 조상웅까지. 그동안 접점을 찾을 수 없던 이들이 ‘1976 할란카운티’ 다니엘 역으로 만나게 됐다. ‘1976 할란카운티’는 1970년대 미국 할란카운티를 배경으로 광부들의 투쟁과 흑인 노예에 관한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펼쳐지는 작품이다. 유병은 연출과 강진명 작곡가가 함께 의기투합하여 만든 첫 뮤지컬로 지난 1월 부산에서 먼저 개막했으며, 오는 4월 2일 서울 개막을 앞두고 있다. 작품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이 듬뿍 담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배우들의 목소리를 글로 만나보자.
 
 
Q 이번에 처음으로 한 작품을 하게 됐다고요. 서로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주세요.
조상웅: 승원이 형과는 부산 공연 때, 다현이 형은 서울 공연 준비하면서 처음 만났어요. 같은 역이라 한 무대 서진 않지만 형들이랑 함께 해서 좋았고 감사했어요. 더할 나위가 없어요. 좋은 형들이 생긴 것 같아요.
 
서승원: 상웅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작품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 상웅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어요. 상웅이는 ‘레미제라블’ 초대 마리우스잖아요. 제가 그 공연 오디션을 7번을 봤거든요. 그래서 상웅이가 저를 몰랐더라도 전 너무 잘 알죠. 저는 처음 만나는 배우가 있으면 상대방이 어떤 성격일지 몰라서 초반에는 좀 많이 주변을 살피는 편이에요. 저 때문에 불편하면 안 되니까 상대방에게 맞추려고 하죠.

상웅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런 절 아주 편안하게 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친한 동생이 됐어요. 다현이 형은 더 많이 걱정했어요. 제가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봤던 가수니까 설레고 너무 신기했어요. 그리고 아마도 상웅이도 똑같이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다현이 형이 정말 잘 생겼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되거든요. (웃음)
 
조상웅: 저희 대본에 잘 생겼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다현이 형은 그 대사 그대로 가도 되는데 저희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바꿔서 불러야 하지 않냐”라고 승원이 형이랑 둘이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김다현: 우리 동생들이 너무 착해요. 이런 동생들과 함께해서 든든하고 기뻐요.

조상웅: 아니에요. 형이 제일 착해요. (웃음)
 
Q 승원 씨와 상웅 씨는 부산 공연부터 함께 했는데, ‘1976 할란카운티’만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관객들이 제목 듣고 생소할 수도 있거든요.
서승원: 전 유병은 연출과 10여 년 전에 뮤지컬 ‘삼총사’ 초연 때 처음 만났어요. 유병은 연출은 무술 감독과 앙상블을 했고, 저는 앙상블로 참여했어요.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후 친한 형과 동생으로 지냈죠. 어느 날 유병은 연출이 ‘1976 할란카운티’라는 작품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혹시 가이드 녹음을 해줄 수 있느냐 물어보더라고요. 지금처럼 완성된 드라마는 아니었고 대본만 있었어요. 그때 제가 배질 역으로 가이드 녹음을 했죠.. 지난해 부산에서 20분짜리 쇼케이스 공연을 준비하면서 다니엘 역할을 하게 됐는데, 지금 서울 공연까지 온 게 믿어지지 않아요.

저희 세 명 모두 다니엘로 나오지만 저희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들 역할들도 각자 사연이 있어요. 그게 저희 작품만의 장점이죠. 캐릭터마다 이름들이 다 있는데요. 그들이 잠깐 나오거나, 악역을 담당하더라도 그들이 나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각자의 모노드라마가 있는 작품이에요.

조상웅: 저희가 맡은 다니엘 말고도 존, 배질, 나탈리 등 다른 역할도 매력적이에요.

서승원: (강)성진이 형이 이야기해 준 건데요. 형이 나쁜 변호사 패터슨 역할로 나와요. 형님 생일 전날 형수랑 애들이 공연을 보러 왔는데 공연을 보고 돌아가서 부부 싸움을 하셨대요. “왜 싸웠냐”라고 물어보니까 형수가 “이렇게 좋은 작품에서 왜 당신만 나쁜 역할이냐”라고 따지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성진이 형이 그만큼 잘해주기 때문에 저희가 빛이 나는 거잖아요. 그만큼 모든 배우가 작품에 몰입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조상웅: 1970년대 미국 할란카운티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입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절대 어렵게 생각 안 하셔도 됩니다. 따뜻한 감동과 울림이 있어요.
 
Q 다현 씨는 어떻게 이번 서울 공연에 함께 하게 됐어요?
김다현: 저는 이 작품과 운명적으로 만났어요. (웃음) 사실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도, 부산에서 공연을 한 사실도 몰랐어요. 지인을 통해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고, 창작 뮤지컬을 아끼고 사랑하는 입장에서 어떤 작품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그러던 차에 서울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을 했죠.
 
조상웅: 다현 형이 오면서 완성이 됐어요.
 
서승원: 저희 둘이 부산에서 좀 부족했었는데, 비주얼이 드디어 완성됐어요.
 
조상웅: 아니에요. 부족하지는 않았어요. 충분했는데 이제는 더 빛나게 됐어요.

김다현: 이미 동생들이 완성을 시켜놓은 작품이에요.

Q 이번에 맡게 된 다니엘은 어떤 역할인가요?
김다현: 백인으로 나오는 다니엘은 과거에 아픔이 있던 인물인데 흑인 노예 라일리라는 아저씨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뉴욕으로 도망쳐요. 인종차별이 굉장히 심했을 때인데 둘은 백인과 흑인으로 나오지만 정말 아끼고 서로 지켜주려고 해요. 둘의 끈끈한 케미를 지켜봐 주세요. 서로에 대한 희생과 배려가 정말 아름다워요.

다니엘 인생이 할란카운티 사람들을 만나기 전과 후가 달라요. 이 작품을 다니엘의 성장 드라마로 보셔도 되고요. 더 나아가서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Q 희생과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인데, 연습실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아요.
김다현: 베스트입니다. 제가 했던 작품 중 3위 안에 들어요. 정말 다들 에너지가 어마어마해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열정이 넘쳐요. 경험상 연습실에서 팀워크가 좋으면 작품이 진짜 잘 나오거든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조상웅: 그런데 저는 다현 형한테 불만이 있어요. 형이랑은 같이 사진을 못 찍겠어요. (웃음)

김다현: 오늘 둘 다 메이크업을 하고 와서 깜짝 놀랐어요.

조상웅: 사실 승원이 형이랑 제가 메이크업하고 오는 거 비밀로 했어요. (웃음)

김다현: 저는 오전에 다른 연습실 갔다가 옷만 갈아입고 왔는데 오기 전에 풀 메이크업이 필요한지 여쭤봤는데 분명 자연스럽게 오면 된다고 했거든요.

서승원; 형, 저희 둘이 합쳐도 형한테는 안 돼요.

김다현: 정말 착한 동생들이죠. (웃음)
 
Q. 트리플 캐스팅이라 각자가 표현하려는 다니엘의 모습이 궁금해요.
조상웅: 이건 승원이 형도 항상 했던 이야기고 저랑 다현이 형도 공감하는 건데요. 세 명 다니엘이 있고 다른 역할도 더블 캐스팅이 많은데 우리 작품은 누가 누가 더 잘하냐가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같은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저희 모두 다니엘의 모습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마다 크게 다른 게 없어요.

서승원; 어느 공연 어느 페어로 봐도 상관없어요. 똑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팬분들은 어떤 배우로 볼까 고민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혹시 스케줄이 안돼도 다른 공연을 보더라도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모든 배우가 노력하고 있어요.

Q 이런 공연은 흔치 않지 않나요? 보통은 배우들은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길 원하잖아요.
김다현:
맞아요. 흔치 않죠. 사실 배우들은 어떤 작품들을 하던 자기 색들이 조금씩 나오거든요. 저도 그동안 그렇게 했었고요. 그렇지만 이 작품은 정말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서 하나의 열매를 맺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조상웅: 그런데 아마도 다현이 형 하는 것 보고 나면 제 공연이 보고 싶을 거고 그러고 나면 승원이 형 버전이 궁금해지지 않을까요?

서승원: 그럼 또다시 다현이 형이 어떻게 했더라. 궁금해서 또 보고 이렇게 하다 보면 계속 보게 됩니다. (웃음)

김다현: 저희가 이번에 노리는 게 바로 그런 겁니다. 
 
Q. 마지막으로 강력히 추천하는 뮤지컬 넘버 한 곡씩 소개해주세요.
조상웅:
모든 곡이 너무 좋아요. 뮤지컬은 연기와 노래로 표현해야 하는데 그 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좋은 작품이거든요. 근데 우리 작품은 정말 딱 맞물려져 있어요. 노래 안에 저희가 같이 움직여요.

서승원: 전 한 곡을 고르자면 1막 엔딩 곡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요.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차별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전 캐스트가 나와서 외쳐요. 우리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곡이에요. 그래서 커튼콜 때 한 번 더 불러요.

김다현: ‘같은 하늘 아래’란 곡도 좋아요. 다니엘이 할란카운티 사람들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 살아갈 방법을 깨닫는 곡이에요. 그 사람들한테 에너지를 받아서 역으로 다시 이렇게 살아가자 한 번 더 응원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곡이에요..

서승원: 할란카운티에 가서 다니엘이 부쩍 성장했죠. 관객분들도 다니엘과 할란카운티 사람들을 통해 작은 것 하나라도 느끼고 돌아가시면 좋겠어요.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주식회사 이터널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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