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 시절은 내 황금기…극장엔 방송국 무대와 다른 힘이 있어” ‘그날들’ 윤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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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101'이 탄생시킨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리더였던 윤지성이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 배우로 변신해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고(故) 김광석이 부른 명곡들을 엮은 이 뮤지컬에서 윤지성은 여유와 위트를 가진 자유로운 경호원 무영을 맡았다.

지난 3월 말, 바쁜 일정 중 잠시 짬을 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소위 '이미지 관리'에 민감한 직군이다 보니 종종 아이돌에게 던지는 질문은 반듯하게 정형화된 대답으로만 돌아오곤 한다. 그러나 윤지성은 의외로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를 주저치 않으며 대답을 이어갔다. 뮤지컬 데뷔 전부터 많은 공연을 보러 다녔다는 그에게서는 무대에 대한 진지한 애정과 책임감이 엿보였다. 언젠가 소극장 연극 무대에도 꼭 서고 싶다는, 배우 윤지성의 이야기.

Q 먼저 워너원 활동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눠볼까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연예인이었어요. ‘가수’나 ‘배우’라기보다 그냥 연예인이 꿈이었어요. 좋아하는 가수를 만나고 싶었거든요(웃음).

Q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건 언제였나요.
중학교 3학년 때 가수도 하고 싶고 연예인도 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 당시 예술고등학교 중에는 실용음악과가 있는 학교가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럼 연극영화과에 가면 어떨까, 연기 공부도 하고 가수도 하면 1석 2조겠다 싶어서 예고 준비를 해서 서울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죠.

Q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요.
지금이랑 똑같았어요. 공부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웃음), 친구들하고 노는 거 좋아하고. 학교 다니면서 너무 재미있었던 건, 연기를 하고 뮤지컬을 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연기 수업도 있고 노래 수업도 있으니까. 친구들이랑 같이 워크샵도 하고 공연도 올리고, 또 시험을 공부로 치르는 게 아니라 전공수업 내용으로 보니까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학교 다닐 땐 정말 재미있었던 기억만 있어요.

Q 가수뿐 아니라 연기에도 꿈이 많았나 보네요.
그랬죠. 그 때 셰익스피어 책도 많이 봤어요. 전공 수업이 연기다 보니 그런 걸 알아야 했거든요. 그리고 정기공연으로 뮤지컬 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무대에서 연기와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죠.
 
Q 연습생 생활이 길었다고 들었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솔직히 말하면 그만둘 용기가 없었던 거 같아요. 그만둬 버리면 정말로 다 끝나 버릴까 봐요. 포기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저는 포기할 용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조금만 더 해 보자, 하면서 매달렸던 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 결국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저도 몰랐죠. 이렇게 늦게 데뷔할 줄 몰랐어요.

Q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젠가는 데뷔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나요.
그렇죠. 그리고 회사 선배 가수 분들의 백업 댄서를 하면서 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저렇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 정말로 내가 이렇게는 끝낼 수 없다, 음반을 한 장만 내고 망하더라도 뭐라고 하나 해 보고 망해야겠다는 마음에 계속 매달렸죠.

Q 7년간의 연습 생활을 거친 후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고, 드디어 워너원의 멤버가 되었잖아요. 처음 워너원의 멤버가 됐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믿을 수도 없었어요. 사실 그 프로그램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들 백 명이 그 안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경쟁심이 강한 성격도 아니어서, 서바이벌을 하는 것이 솔직히 힘들었고요. 너무 바쁘고 정신도 없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어요. 그래서 사실 생방송 전에는 매니저한테 난 못 나가겠다고, 데뷔도 못 할 것 같고 못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되게 심적 부담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마지막 생방송 당시에는 그냥 (마음을) 내려놨던 것 같아요. ‘되겠어? 안 되겠지’라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되어서 놀랐죠. 그 때의 기분은 정말…어떻게 말해야 하지? 제 인생에서 정말 말도 안 되고 다시는 없을 일이 벌어진 거죠. 그리고 현장에서는 ‘8등은 윤지성 연습생입니다’라는 말이 잘 들리지도 않았어요. 그냥 애들이 이렇게 뒤돌아서 저한테 오는 것만 기억에 남아요. 그날은 잊을 수가 없죠.
 
Q 그렇게 데뷔하고 나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다른 인터뷰를 보니 워너원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다고요. 
안 힘들 수 없어요. 체력적으로 1년 반 안에 많은 것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요. 그리고 워너원의 리더라는 자리가 사실 많이 힘들었어요. 제가 감내해야 되는 부분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중간에서 정리해야 하는 것들도 있고 회사와도 얘기해야 하고, 멤버들과도 얘기해야 하고, 또 다른 곳과도 얘기해야 하고. 다른 그룹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건너 건너 가다 보면 복잡해지고 말도 좀 달라지는 거에요. 그걸 정리하려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남한테 기대거나 말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혼자 많이 울고 힘들어하고 그랬죠.

Q 리더로서의 부담감이 컸나 봐요.
클 수밖에 없었죠. 저도 처음이니까. 나이만 먹었지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잖아요.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려다 보니 벅찼던 것 같아요.

Q 그런 부담감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그냥 제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닥치는 대로 했어요. 그렇게 했어야 했고요.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생긴 비판은 받아들이고, 피드백 할 건 피드백 하고, 감내할 부분은 조용히 감내하고. 그리고 멤버들이 많이 힘이 되어줬어요.

근데 정말 행복한 일도 많았어요. 제 인생의 황금기는 워너원 때였다고 생각해요. 정말 너무 행복했고, 워너원으로서 멤버들과 함께 이뤄냈던 것들, 또 저희 팬분들과 이뤄냈던 모든 것들이 저한테는 다 정말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에요.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좋은 일도 많았죠.
 
Q ‘그날들’을 통해 뮤지컬에 데뷔하시게 됐어요. 첫 무대 소감은 어땠나요. 
첫 공연을 올라가기 전에 프레스콜을 먼저 했잖아요. 저도 어쨌든 연극영화과에 다니면서 무대도 만들어보고, 공연도 해봤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많은 분들의 노고와 수고가 들어가는 일인지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 잘 해내고 싶었는데, 프레스콜 때는 좀 그랬죠.

그래서 첫 공연 때 정말 잘 하려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면서 연습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떨리는 거에요. 근데 공연 전날 (온)주완 형한테 전화가 왔어요. 내일 첫 공연인데 어떻냐고, 형이 내일 와서 보겠다고. 그리고 다음 날 형이 오셔서 다 도와줬어요. 신발도 직접 신겨 주시고, 옷도 입혀 주시고, 동선도 체크해 주시고. 주완 형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앞으로 끝날 때까지도 정말 잘 해내서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

첫 공연이 끝났을 때는 내려가서 많이 울었어요. 긴장이 풀리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커튼콜 때 나오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 자체도 감정이 벅차게 편곡이 된 것 같아요. 아무튼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려와서 펑펑 울었어요. 

Q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원래부터 있었나요?
원래 연극이나 뮤지컬을 진짜 좋아해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제가 연극영화과를 나오다 보니 주변 친구들이 연극이나 뮤지컬을 많이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관심을 계속 가졌죠. 태어나서 처음 봤던 뮤지컬은 ‘맨오브라만차’였고, ‘지킬앤하이드’나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킹’, ‘시카고’ 등 정말 많이 봤어요. 그리고 대학로에서 하는 소극장 뮤지컬도 많이 봤어요. 연극도 그렇고요. 정말 좋아해요.
 
Q 무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했나요. 
대본을 정말 많이 봤어요. 상대방 대사도 보고 제 대사도 보면서 분석을 많이 했죠. 저는 뭔가를 진짜 겪어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위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날들’에서 무영이 (창에서 떨어질 뻔한) ‘그녀’를 내려주면서 화를 내잖아요. 그 장면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아무리 그녀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무영의 엄마가 천국에 계신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혹시 무영이 어렸을 때 그런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깊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사랑했지만’ 장면에서도 그냥 단순한 감정일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많이 분석을 했었어요.

Q 무영이란 사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아픔이 있기 때문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픔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이 되지 않았을까.
 

Q 나중에 도전하고 싶은 공연이 있나요? 
제가 항상 말하지만, 전 소극장 공연을 정말 좋아해서 소극장에서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방송국 무대와 다르게 극장이 갖는 힘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조그마한 곳에서 관객 분들과 소통하면서 2시간 동안 길게 호흡하는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Q 조만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걱정은 없나요?
아뇨, 당연히 가는 거니까요. 저는 한 번도 제 입으로 안 간다고 한 적이 없는데 언제 가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웃음). 아직도 댓글에 그런 글이 있어요. 근데 곧 갈 거고, 어차피 병역법이 바뀌어서 91년생은 (올해) 가야 하잖아요. 그리고 군대 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어요. 요즘은 다 잘 돼있어서 사진도 자주 올라오더라고요. 군대 가 있는 동안 안 지루하도록 여러 컨텐츠도 많이 만들어두고 갈 거고요. 그리고 제가 겪어보니까 1년 반이 금방 가더라고요. 오히려 ‘프로듀스101’을 할 때부터 쉴 새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군대 가 있으면서 좀 생각도 정리하고, 그 다음에 뭐 할지 고민도 하고, 밖에 계신 팬 분들도 생각하고 그러면 1년 반이 금방 지나갈 것 같아요.
 

Q 윤지성 씨의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요?
10년 후면 벌써 서른 아홉이네요(웃음). 서른 아홉이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아요. 근데 저는 진짜로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지내다 보면 10년 후에도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뮤지컬을 계속 하고 있을지, 노래를 할지, 연기를 할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같은 마음을 제가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10년 뒤에 이 인터뷰를 다시 보고 마음을 다잡아야겠네요.

 

진행: 이우진 기자(wowo0@interpark.com) / 정리: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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