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으며 배우로 단단히 성장한 ‘킹아더’ 장승조 "끈기 하나는 자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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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 초연 무대를 올린 뮤지컬 ‘킹아더’는 아더왕의 전설이라는 잘 알려진 영웅 서사에 독창적인 넘버와 안무가 더해져 아더의 성장 스토리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타이틀롤을 맡은 장승조는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2년 사이 장승조는 ‘돈꽃’ ‘아는 와이프’ ‘남자친구’ 등 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차며 매체와 무대. 양쪽 모두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승조는 작품 속 아더와 많이 닮아 있었다. 작품 속 주인공 아더가 왕이 되어 여러 사건을 겪고 당당하게 왕으로 선 것처럼 장승조도 배우로서 성장통을 겪으며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배우 장승조의 이야기를 전한다.
 
 
Q ‘킹아더’가 개막한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오면서 새롭게 느낀 게 있다면요.
무대에서 연기하다가 매체에 처음 도전했을 때 카메라 앞에서 긴장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속으로 ‘여기가 무대처럼 편안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졌어요. 무대는 관객들이 꽉 차 있어도 긴장보다는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킹아더’를 준비하면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 딱 들어섰을 때는 오히려 이 자리가 ‘카메라 앞처럼 편안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아무래도 그동안 무대 밖에 있어서 그런가 봐요. 그렇지만 오랜만에 관객 앞에서 서는 것에 있어서 떨림이나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어요. 실수할까 봐 걱정도 됐지만 그만큼 공연 준비도 열심히 했고요. 예전에 공연했을 때처럼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했어요. 공연을 통해서 오랜만에 팬분들도 만나고 지금 감사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Q ‘킹아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요. 드라마를 하면서도 공연에 대한 그리움이 항상 있었어요. 그리고 공연을 하게 되면 어떤 작품을 하게 될까?라는 기대도 늘 있었죠. ‘킹아더’를 선택하게 됐던 건 함께 하는 배우들의 힘이 컸어요. 이 배우들이 선택한 작품이라면 ‘틀림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더라는 인물을 다채롭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요.
 
Q 그렇다면 아더를 어떤 인물로 접근했나요.
아더는 인간을 대변하는 인물인 것 같아요. 한 평범한 인간이 왕이 되면서 권력과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돼요. 아더는 왕이라는 지위를 얻었지만 항상 고민하고 힘겨워해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부딪혀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죠. 그러면서 진정한 왕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선택하고 결정하고 후회하는 몸부림들이 굉장히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아더를 다채롭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왕이면 생각할 수 있는 근엄하고 진지한 그런 태도만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왕이어도 무너질 때는 무너지고 망가질 때는 망가질 줄 아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또 왕으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있어서는 위엄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Q 아더는 왕으로 당당히 서기 위해 여러 과정을 겪게 되죠. 승조 씨도 이제는 무대에 매체를 오고 가지만 원하는 대로 잘 안될 때도 있었을 텐데요.
 아더도 이제 왕이 된 것 뿐이고, 저도 아직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힘든 순간도 있었고, 어려움들이 있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었고, 오디션도 계속 떨어졌고요. 나는 배우로 서고 싶은데 정체성의 혼란이 온 적도 있고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과연 무엇이 옳은 걸까?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과연 어떤 선택이 맞는 것일까?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요.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도 생길 테고요. 그렇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세월이 지금의 나에게 많이 가르쳐준 것 같아요. 뼈와 살이 되는 시간들이었어요.
 
Q 승조 씨가 매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릴 때부터 항상 연기를 잘하고 싶었어요. 연기에 대한 갈망이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 장점이 끈기거든요. 한번 물면 안 놓거든요. 될 때까지 하려고 해요. 집요하니까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배우는 선택 받는 입장일 경우가 많은데. ‘오디션을 위해 이것까지 해봤다’ 하는 것이 있다면요.
뮤지컬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오디션은 너무 떨리고 어려워요. 이십 대 초반 어느 날. 그때도 오디션이 며칠 안 남은 시점이었는데 너무 많이 떨린 거예요 이걸 어떻게 하나 계속 생각을 했는데요.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지하철 대림역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2호선과 7호선 환승하러 가는 길에 넓은 공간이 있거든요. 그 가운데 서서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넘버를 부른 적이 있어요.
 
원래는 지하철 객차 안에서 부르려고 했는데 그건 정말 안 되겠더라고요.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속으로 ‘안돼, 안돼’ 그러다가 진짜 이대로 집으로 가면 정말 안 될 것 같아서 환승하러 가는 도중에 노래를 불렀어요. “신이여, 허락하소서”하고 마지막 소설을 딱 끝냈는데 사실 노래를 하고 나면 누군가 한 명은 손뼉을 쳐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약간 ‘저 사람 뭐야’하는 분위기였어요. (웃음) 그래도 이걸 계기로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오디션에 꼭 붙길 바라는 마음에 오디션장 문을 걸어 잠근 적도 있고요. 어린 마음에 너무 간절해서 그런 철없는 행동도 했었어요. (웃음)

오디션 없는 날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장르별 대본집을 스스로 만들었어요. 그런 노트를 몇 권씩 만들어서 그걸로 연습하고요. 돌이켜보니 여러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옛날이야기를 하니까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웃음)

Q 그렇다면 배우로서 확인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부모님은 그동안 제가 배우 하는 걸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으셨는데, 제가 서른 살 때 집에 좀 일이 있어서 그때는 “이젠 그만했으면 좋겠다”라고 처음으로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달라”라고 이야기 드리고 정말 열심히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이대로 그만두는 것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러던 중에 그때 교회에서 2인 극을 하게 됐어요. 연습하면서 아이디어가 엄청 많이 떠오르고. 정말 신나게 무대에서 연기했어요. 관객들의 반응도 너무 좋았고요. ‘맞아, 배우의 길이 맞긴 맞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때부터는 단 한 번도 이 길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서른다섯 살까지 해보자’ 다짐했어요. 막상 서른다섯이 되어서는 ‘마흔 살까지 해보자’라고 가까운 목표를 다시 잡았고요. 이제 마흔 되려면 얼마 안 남았는데요. 이제는 목표를 조금 더 늘려서 쉰 살까지 해보려고요. (웃음)
 
Q 아더 곁에는 마법사 멀린이 있어서 의지하고 도움을 받는데요. 승조 씨도 배우 생활하면서 힘들 때 조언을 얻는 소중한 인연이 있을 것 같아요.
조한철 선배가 있어요. 제 연기 사부인데요. 선배와 같이 십 년 동안 항상 공연이 끝나면 배우 네 명이 모여서 스터디를 했어요. 선배는 제 배우 생활의 모든 여정을 봐 온 분이에요. 그리고 (정)원영. 제가 힘들 때마다 전화하면 다 들어주고 그랬어요. 이렇게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Q 인터뷰를 할수록 아더와 승조 씨는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 같아요.
‘킹아더’의 마지막 대사에 이런 말이 있어요. “하늘이 정한 운명. 그건 인간의 몫이다. 선택의 결과를 누가 벌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그 대사를 하는 순간이 참 좋아요. 이 대사가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그랬고 많은 분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맞는지 고민이 많아요. 선택하고 후회도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해서 해 나가면 그 안에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해석하는 아더는 운명도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고민조차도 선물로 여겨요. 아더도 그렇지만 일단 부딪혀보는 거죠. 두려움이 없이 막 던지는 거예요. 고민할 시간에 그렇게 해보면 돼요. 그렇지만 자꾸 까먹어요. 이건 아더와 제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웃음) 

Q 승조 씨가 가지고 있는 삶의 지침이 있다면요.
큰 건 아닌데요. 예전에 아는 분이 권해준 건데요.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지칠 때 방 청소를 해요. (웃음) 무기력함이 몰려온다 싶으면 일단 청소기를 들어요. 청소 같은 작은 것으로 시작하면 좋아요. 일단 거기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내가 고민하던 거에 빠져나올 수 있어요. 청소하면서 기운이 발동이 걸려서 다음 번 스텝을 밟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려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 어려움 자체를 보지 말고 다른 곳을 바라보면 좋겠어요. 고민하고 힘들어할 시간에 더 도전할 수 있는 뭔가 에너지를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올라가야 할 정상이라면 힘들게 꼭대기를 보지 말고 그 너머 있는 구름과 하늘을 보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정상에 올라가 있고 그럼 또 다른 봉우리가 보일 테니까요.

Q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꿈은 무엇인가요.
오래도록 즐겁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이순재 선생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배우로서 완벽하게 준비하시고 절제하는 삶을 살고 계시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항상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웃음) 어릴 적부터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는데 얼마 전에 진짜 아빠가 돼 보니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게 많은 것을 포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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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알앤디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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