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도 익숙해져야 할 거에요” 배우 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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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에 김호영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또 여장남자 ‘롤라’ 역이구나 였다. ‘여장남자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김호영의 여장남자 역할은 항상 탁월했기 때문. 그러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예상외로 호영은 성공을 꿈꾸는 평범한 남자 ‘찰리’ 역을 택했다. 김호영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열정이 있었다. 화려한 역만 잘 할거라는 자신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고 다양한 색을 가진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그만의 노력이었다.

 
롤라는 나와 결이 다른 여장남자
<킹키부츠>는 찰리의 성장드라마


김호영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을 처음 봤을 땐 찰리 역보다는 롤라 역이 눈에 먼저 들어왔던 건 사실이었다. 기존의 본인이 해왔던 역과 비슷한 느낌이면서 개성이 강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롤라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킹키부츠를 한국에서 공연하기 전에 먼저 뉴욕에서 봤었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 때는 사실 롤라라는 역이 워낙 보여지는(눈에 띄는) 역할이고, 제가 기존에 했던 역할들과 비슷한 이미지 선상에 있다 보니 욕심이 났었어요. 그런데 제가 한국에 와서 한국 공연을 보고 노래도 몇 번 듣다 보니 제가 갖고 있는 음색도 그렇고, 외형적인 이미지도 그렇고 롤라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롤라는 프로급 복싱선수였기도 했었고, 극 안에서 흑인이기도 하거든요.”
 
자연스럽게 김호영은 찰리라는 인물에 애정이 가기 시작했다. 작품을 보다 보니 찰리가 가진 도전정신과 열정이 자신과 맞닿아 있는 걸 느낀 이유에서다.

“킹키부츠라는 작품은, 찰리라는 인물의 성장 드라마거든요. 찰리가 뒤늦게 구두에 대한 열정을 찾고 그걸 통해 성공까지 연결되는 드라마에요. 평상시에 도전과 열정이란 단어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저란 사람은, 찰리라는 인물이 많이 와 닿더라구요. 더불어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삶에 열정이 없는 사람들에게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인물이 찰리이다 보니 더 끌렸어요. 평상시에 관련(삶의 멘토로서) 강연이나 아이콘이 될만한 부분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저로써 찰리 역할을 잘 해내면 앞으로 나에게도 이후에 벌어질 일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 김호영의 여장남자 역 출연작품 (왼쪽부터 라카지, 프리실라, 거미여인의 키스)

이미지 변신에 목마른 김호영
캐스팅 후 가장 먼저 찾은 곳, SPA 브랜드 매장


김호영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배우’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본인한테 어울릴 수 있는 역할과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것. 평소 여성적인 캐릭터들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혹시 찰리가 안 어울리지는 않을까라는 사람들의 우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있었기에, 직접 제작사에 연락해 찰리 역 오디션을 자청했다. 그리고 그는 배역을 따냈다.

“제가 했던 작품들 중 제가 주목받았던 역할들이 <라카지>의 자코브, <프리실라>의 아담 등 여장남자 역할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 댄디하고 평범한 남성의 역할로서는 저를 잘 생각하지 않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30대 중반의 남자배우로서 ‘찰리’ 역은 뭔가 전환이 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따로 오디션 콜을 받지 않았는데도, 제가 가겠다고 전화 했거든요. 대뜸 전화했더니, 3일 뒤에 오디션이 있다는 거에요. 시간은 부족했지만, 찰리란 인물이 가진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가창력보다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춰 상황에 몰입해서 노래를 부른 게 잘 어필이 된 것 같아요”
 
▶ 뮤지컬 <킹키부츠> '찰리' 역을 맡기 전 김호영 배우의 개성있는 스타일. 화려한 패션 아이템들이 눈에 띈다.
 
▶ 뮤지컬 <킹키부츠> '찰리' 역을 맡은 후 달라진 김호영 배우의 패션. 셔츠에 면바지로 단정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원하던 배역을 따내고 그가 가장 먼저 한 건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SPA 브랜드 매장 방문이었다.

“제가 배역이 확정되고 가장 처음으로 갔던 곳이 유니클로, 지오다노 매장이었어요. (찰리 역에 맞게)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평소에도 스탠다드하고 평범한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5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최근 들어 느꼈던 건 배우에게 있어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거든요. 색감도 화려함을 빼고, 티셔츠도 입지 않고 오직 셔츠와 면바지만 입고 다녔어요. 일부러 그렇게 옷을 입고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고요. 이 전에 올렸던 재미있는 동영상, 화려한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도 다 삭제했죠. 처음에 아는 사람들은 그냥 스타일이 바뀌었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캐스팅이 발표되고 나서 그래서 그랬구나 얘기하더라구요.”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대사량이 많은 찰리의 대사도 단숨에 외워 소화했다. 같은 배역을 맡은 이지훈 배우가 부담을 느꼈다고 호소할 정도다.

“저는 연습할 때 단 한 번도 대본을 들고 해 본적이 없어요. 그냥 연습하는 것에 있어 스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중을 발휘해서 대본을 외우고 남은 시간에 새로운 걸 하나라도 찾아내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새로운 배역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꿈꾸는 그의 노력의 결과는 어떻게 평가될까. 김호영은 개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미지 변신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했다. 본인이 찰리 역을 잘 입고 공연 한다면, 관객들은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꾸겠다는 부담감은 생각보다 적어요. 관객들은 제가 찰리 역을 입고 (그 역할에 맞게) 공연을 하면 찰리구나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연습생 상견례에서 고정관념과 편견의 아이콘인 김호영이 킹키부츠를 통해 도전과 성공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겠다 포부를 내비쳤거든요 마음 편히 공연을 보신다면 저를 찰리로 잘 받아들이실 거에요”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로네뜨 제공, 김호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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