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독 콘서트 여는 김문정 음악감독 “오케스트라가 주인공인 무대를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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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무대를 휘어잡으며 음악으로써 뮤지컬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고 있는 김문정 음악감독. 그녀는 그동안 ‘엘리자벳’, ‘웃는남자’, ‘영웅’, ‘맨오브라만차’,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팬텀’ 등 수많은 뮤지컬에서 다양한 음악들을 진두지휘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녀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 가수들의 세션 활동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 ‘코러스 라인’ 건반 세션으로 뮤지컬을 시작했다. 그후 뮤지컬 음악의 다양함이 좋아 국악, 성악, 지휘법 등을 공부하며 음악감독으로서의 꿈을 키웠다. 2005년 ‘맨오브라만차’에서 만난 오케스트라 단원 중 뜻이 맞는 친구들과 오케스트라 THE M.C를 결성, 지금껏 수많은 작품에서 김문정과 오케스트라 THE M.C가 함께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20년 간 뮤지컬과 함께 숨가쁘게 달려온 김문정이 오는 6월 7일과 8일 양일간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항상 무대 아래서 묵묵히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줬던 오케스트라가 주인공인 이번 무대는 그동안 THE M.C의 이름으로 활약했던 멤버들이 모두 참여해 풍성한 사운드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5일 그녀를 만나 음악감독 작업과 이번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모습이 자신의 일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의 열정과 여유에서 나온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Q 무대에서 검은색 의상만 입는 모습만 보다가 오늘 인터뷰를 위해 다른 컬러의 옷을 입었는데 새롭습니다.
검은 의상이 유니폼 아닌 유니폼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티가 나면 안 되니까요. 연주하다가, 지휘하다가 거슬리면 서로 힘들거든요. 검은색 의상은 관객들을 위해서, 배우들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죠.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도 늘 이야기를 해요.

Q 관객들이 볼 때는 감독님은 무대 아래서 지휘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정확히 음악감독은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집을 짓는다고 생각했을 때, 디자이너가 작곡가, 설계사가 슈퍼바이저예요. 그리고 현장 소장이 음악감독이고요. 즉 어떤 소양을 가진 아티스트가 어떻게 집을 지을지 디자인을 하고, 설계사는 이게 정말 사람이 살만한 괜찮은 집인지 집의 구조도 보고, 주변 환경은 어떤지 교통은 편한지 체크하고요. 음악감독은 실제로 집을 짓기 위해서 현장에 인부가 몇 명이 필요하고, 공사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자재가 필요한지, 하나하나 따지고 관리하는 사람이에요. 때에 따라서 세 가지 일을 다 하는 경우도 있고 슈퍼바이저와 음악감독 두 가지 일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실제 공연에서 음악감독은 작품의 대본을 먼저 분석해 작품을 해석하고요. 오디션에서 작품이 요구하는 배우들을 선발해요. 그리고 배우들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게 연습도 진행하고요. 그리고 공연을 운영해요. 그 운영이라는 것이 관객들이 보는 지휘죠. 연습에 참여했던 음악감독이 본 공연에서도 지휘를 하면 좋겠지만 꼭 그렇게 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뮤지컬 음악은 “지금부터 노래 시작해” 하면서 티 내는 건 올바르지 못한 어법이라고 생각해요. 노래가 작품 안에 스며들어야지 그게 티가 나거나 도드라지면 재미가 없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이 음악적으로 정말 멋있게 보여야 하는 게 제 역할이기도 해요. 그들의 컨디션이나 상황들을 고려해서 조절해주는 역할을 순간순간 해야 해요. 그래서 음악감독의 가장 중요한 일은 음악이 음악성을 잃지 않으면서 음악이 음악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게 하는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Q 음알못 기자로서 음악감독은 작곡가의 곡을 원작자의 의도대로 표현해주면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제가 라이선스 작품을 많이 했는데 이런 작품들은 작곡가가 만든 곡을 재연하고 한국말로서 한국 정서로서 푸는 것이 중요해요. 사실 작곡가마다 유형이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엘리자벳’ 실베스터 르베이는 굉장히 꼼꼼히 체크를 해요. 키(음조)를 내리고 올리고 하는 것까지요. “나는 이 키에 맞춰 영감을 받아 곡을 썼어. 이 키에 맞는 배우와 작업하길 원해”라고 이야기도 하고요. ‘웃는 남자’ 프랭크 와일드혼은 “현실적인 건, 문정 너한테 맡길게”라고 하는 편이에요. 물론 제가 작곡도 하고 음악감독도 하면 가장 좋겠지만, 두 분 다 대가들이니 일장일단이 있어요. (웃음)

Q 앞서 이야기하신 오디션도 음악감독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인데요. 오디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건가요? 오디션 했던 배우 중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요.
작품에서 원하는 음악적인 소양과 캐릭터를 갖췄다는 전제 하에 제일 중요한 것은 작품이 원하는 나를 보여줘야 해요. 이건 오디션 응시자들이 많이 착각하는 건데 오디션에서 떨어진 것은 작품에서 원하는 ‘나’가 아니기 때문일 뿐이에요. 그래서 절대 실망할 필요가 없어요. 그건 거꾸로 이야기하면 먼저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작품인지, 내게 어울리는 캐릭터인지 스스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거에요. 그래야 서로 상처도 안 받고요. 그리고 아직 연기나 음악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소양을 갖춰서 와야 하죠. 이번에 떨어졌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가 없어요. 너무 괜찮은 배우고 다른 작품에서 좋은 앙상블이 맞지만 여기서는 단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캐릭터가 아닌 것뿐이에요.

이번 콘서트에도 함께하는 양준모 배우를 ‘갓스펠’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양복을 입고 왔길래 제가 좋게 한마디 한 기억이 있어요. “성량도 목소리도 다 좋은데, 이런 오디션에는 여기서 찾는 캐릭터로 와야 한다”고요. (이)수빈이도 정말 잘 큰 것 같아요. ‘내 마음의 풍금’ 할 때였는데, 대본 속 16살 홍연이가 연습실로 들어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웃음)
 
Q 배우들이 음악적으로 부담을 느낄 때 어떻게 코치해주는지 궁금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실제 무대에서 연기와 노래를 하는 배우들과 소통이 중요해요. 배우들이 힘들어하거나 뭔가 잘 풀리지 않아서 어려워할 때는 “뮤지컬은 너 혼자 하는 거 아니고 우리가 같이 하는 거다”라고 종종 이야기 해줘요. 무대라는 것이 연습한대로 잘 흘러가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고 자칫 실수하거나 가사를 까먹으면 얼마나 눈 앞이 깜깜해지겠어요.

가수 활동을 하고 온 배우들이 뮤지컬을 하다 보면 가끔 혼란을 느낄 때가 있어요. 이 친구들은 3분 30초라는 무대를 위해 노래 한 곡을 예쁘게 틀에 담아서 완성도 있게 노래했던 습관들이 있거든요. 그게 당연한 거죠. 그렇게 표현하는 게 대중음악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한테는 “네가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것은 이 7초의 고음이 아니라 3시간 동안이야. 네가 여기서 고음이 안 난다고, 네 양껏 소리를 못 지른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마. 우리는 갈 길이 너무 많아. 잠깐 날개를 접고 있자”라고 해주죠.

(정)택운이에게 ‘마타하리’ 하면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정)택운이가 공연 전에 많이 떨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택운아, 너 솔로 할 때 너 혼자 하는 거 아냐. 너랑 나랑 듀엣 하는 거야. 외로워하지 마. 넌 혼자 노래 부르는 게 아니라 나랑 같이 부르고 내가 너랑 노래하면 오케스트라가 나랑 노래할 거야. 그거 믿자”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있는데 되게 고마워하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자기가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건 감독님이 같이 따라 부르고 있구나’라고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사실 지휘할 때 전체 그림을 못 봐요. 왜냐하면 제 시선은 가창자만 따라가고 있거든요. 제가 배우를 보고 있을 때 저의 가장 든든한 오케스트라는 저만 보고 있고요. 이렇게 배우, 음악감독, 오케스트라 3박자가 맞아서 관객한테 보여지는 게 가장 훌륭한 형태의 공연인 것 같아요.
 
Q 요즘은 ‘시츠프로브’ 라고 해서 배우들이 오케스트라와 첫 합주를 하는 것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하는데요. 보통 뮤지컬 연습은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작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8주 정도의 리허설 기간을 갖는데요. 1~2주는 음악에 집중해서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3~4주 차에 음악과 안무와 드라마를 합쳐보고요. 5~6주 차에 공연을 쭉 이어서 연습해보는 런스루를 돌게 돼요. 이때 어느 정도 극 흐름의 윤곽이 잡히면 저는 오케스트라 연습을 시작해요. 시츠프로브라고 하는 배우들이 오케스트라와 맞춰보는 시간은 보통 7주 차에 진행됩니다. 그동안 피아노로만 연습하던 배우들이 오케스트라와 맞춰보며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죠.

이후에는 실제 극장에 들어가 테크 리허설을 거쳐 사운드 튜닝을 하고요. 배우의 마이크 테스트도 하고요. 연출님이 무대에서 배우들의 동선을 체크하면서 연습실과는 다른 무대 환경이기 때문에 “감독님, 이 부분에 음악 좀 늘려주세요”하는 요구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몇 소절을 추가하기도 해요. 그렇게 본 공연처럼 분장과 의상을 갖춘 드레스 리허설까지 끝나면 개막을 합니다. 개막 전까지는 전쟁터처럼 엄청 정신없고 바쁘지만, 막상 공연이 올라가면 안정기예요. 그때는 공연이 퀄리티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부지휘자와 협력해서 객석에서 모니터도 하고요.

Q 오케스트라 피트는 무대 위의 배우들보다 관객들과 더 가까이 있어서 관객들의 반응에 민감할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객석에서 볼 때 제 뒷모습이 머리의 2/3까지만 보이는데요. 2002년인가 ‘유린타운’ 작품을 하면서 머리를 노랗게 염색을 한 적이 있어요. ‘유린타운’ 지휘자가 끌려 나와 철창에 갇히면서 극이 시작되거든요. 그다음에 ‘몽유도원도’라는 작품을 하게 됐는데 어느 날 1막을 열심히 지휘했는데 뒤에서 관객이 “저기요” 하면서 어깨를 툭툭 치는 거예요. 노란 머리로 지휘를 하니까 집중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2막 할 때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이 돼서 지휘를 잘 못 하겠더라고요. 그날 바로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던 ‘웃픈’ 기억도 있어요.

그래서 객석이 신경 쓰여서 피트 석이 너무 객석과 가깝게 붙어 있으면 뒤로 두 자리 정도는 빼 달라고 기획사에 요구하기도 해요. 집중을 못 해서 의기소침해지면 공연 운영이 힘드니까요.

객석과 가까이 있다 보니 이 노래 끝나면 박수가 나올 건지 안 나올 건지 판단이 설 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박수를 받으면 훨씬 힘이 나요. 흔히들 공연의 3대 요소가 배우, 무대, 관객이라고 하잖아요. 아무리 좋은 공연과 무대가 있더라도 관객이 반응하는 공연은 좋은 에너지가 나올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관객분들에게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관객 여러분 스스로 재미있게 보려는 열린 마음과 박수도 많이 쳐 주셔야 더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제가 20년째 공연을 하고 있지만 무대가 여전히 재미있는 이유는 배우도 바뀌긴 하지만 공연마다 관객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관객 여러분이 해주시는 역할이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해요.
 
Q 오는 6월에 단독 콘서트 ‘ONLY’(온니)를 개최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타이틀을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ONLY(온니)는 유일한, 단 하나의, 오직 등의 뜻을 함축하고 있는데요. 이번 콘서트는 그동안 제가 배우들과 나눴던 어떤 한순간을 재현하고 싶었어요. 뮤지컬은 늘 라이브라서 그날 하루만 했다가 사라지잖아요. 너무나 소중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재현하고 싶어서 ‘온니’라고 이름을 짓게 됐어요.

그리고 그동안 관객 여러분이 뮤지컬을 볼 때 배우를 먼저 1차원적으로 봤다면 이번 공연을 통해서 그 배우와 같이 호흡하고 있는 오케스트라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또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앙상블도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요. 또 관객 여러분들도 본인들을 위한 하나만의 특별한 무대라고 느끼고, 주인공의 대접을 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그래서 오늘만큼은 우리가 모두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돼 보자라는 의미의 콘서트예요.
 
Q 콘서트에 함께하는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이 발표됐는데, 어떤 무대를 준비 중인지 알려주세요.
모두들 바쁘신 분들인데 흔쾌히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배우마다 특별한 무대와 배우들의 콜라보 무대도 준비하고 있고요. 악기도 주인공이 될 수가 있고, 앙상블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최백호 선생님 무대는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제가 처음 선생님 콘서트에 세션으로 참여했는데, 나이 지긋하신 대선배님이었는데 나이 어린 저희 연주자들을 동등한 아티스트로서 존중하고 대우해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에 콘서트를 한다고 하니까 선뜻 힘을 실어주겠다고 하셔서 감사했어요. 예상컨대 최백호 선생님이 부르는 노래는 저와 뮤지컬 팬들한테 큰 선물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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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플레이디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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