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까지 사로잡은 한국의 '비틀즈'

  • like112
  • like112
  • share
“음악이 모든 걸 잊게 해줬어요.” (하현우)

  국카스텐에게 음악은 일종의 진통제였다. 데뷔 초, 생활고에 막노동을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국카스텐이 버틸 수 있던 단 하나의 이유가 바로 음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메추리알 하나도 마음 편히 먹지 못했던 그들이, 이제는 마음 놓고 고기를 사 먹을 수 있는 국가대표급 밴드로 성장했다.
 
국카스텐의 ‘전국투어 스콜’ 서울 앵콜 콘서트가 지난 2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데뷔 8년만에 처음으로 하게 된 전국투어 콘서트의 인기에 힘입어, 추가로 마련한 앵콜 콘서트다. 8천 여 명의 관객들은 올 여름 사상 최고 기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카스텐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콘서트장을 가득 메웠다. 국카스텐에게도 이번 콘서트는 감회가 새롭다.

“국카스텐이라는 밴드로 자립심을 가지고 한 콘서트라 느낌이 새로워요. 데뷔 8년 만에 이렇게 됐어요. 우리 힘으로 전국투어를 했고 매진이 됐다는 게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함께 힘든 일 겪으며 버틴 멤버들에게 고마워요” (하현우)
 
그 노력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이번 앵콜 콘서트도 5분만에 8천석이 모두 매진됐다. 연령도 다양했다. 10대의 어린 소녀팬부터 40~50대의 어르신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국카스텐의 무대를 기다렸다. MBC 음악경연프로그램 복면가왕을 통해 우리동네 음악대장으로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은 덕분이었다.

“뿌듯한 것 중 하나가 일흔이 넘으신 분이 복면가왕을 보고 감동을 받아 유투브를 통해 저희 음악을 들었다는 거에요. 저희 신곡 ‘펄스’를 들으면서 ‘한국의 비틀즈다’라고 얘기를 하셨대요. 저희가 지어낸 말이 아니에요(웃음)” (하현우)
 
국카스텐의 콘서트는 이를 고려하기라도 한 듯, 기존 팬들과 새로 유입된 팬층을 아우르는 구성의 곡들을 선보였다. 첫 시작은, 복면가왕에서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탄생을 알린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였다. 하현우의 날카로운 마력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스탠딩과 일반석 할 것 없이 모두 일어나 큰 환호와 박수로 그를 화답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예고했던 대로 국카스텐만의 엑기스만을 압축한 곡들이 이어졌다. ‘변신’, ‘깃털’, ‘붉은밭’, ‘펄스’, ‘도둑’ 등 국카스텐만의 사이키델릭한 락 음악은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특히 1집 수록곡 ‘파우스트’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모두 하현우의 독특한 저음에 홀리기라도 한 듯 박수소리에 맞춰 ‘떼창’을 이어나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복면가왕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하여가’, ‘매일매일 기다려’, 봄비’ 역시 하현우만의 카리스마 있는 퍼포먼스와 함께 귀를 뚫는 듯한 파워풀한 고음으로 관객들의 더위를 날려주었다.

하현우는 전국 투어 콘서트를 마무리하는 이번 무대에서 “음악하기를 잘한 것 같다고 느낀다”며, “늘 힘들었던 지난 날들을 이제 와 보상받는 것 같다. 힘들 때도 지지해 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소감을 밝혔다. 또한 “30대 중반인데 이제 슬슬 몸관리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제 보컬실력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꼬리’를 끝으로 인사를 마치고 무대를 떠난 국카스텐을 향해, 관객들은 앵콜을 외치며 관객석을 떠나지 않았다. 3분 간의 관객들의 열띤 환호가 이어지자 국카스텐은 다시 무대로 돌아와 ‘걱정말아요, 그대’를 이어나갔다. 특수 무대장치를 통해 하현우가 5m 높이로 솟아오르자, 관객들은 모두 플래시를 키며 노래에 화답해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어 ‘나침반’, ‘Lost’, ‘만드레이크’ 등 풍성한 앵콜곡을 들려준 국카스텐은 ‘나는 가수다’에서 선보였던 ‘한잔의 추억’을 끝으로 2시간 30분여 간의 공연을 마치며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저희는 머리도, 가슴도 아닌, 몸으로 초심을 기억하거든요.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그때 가진 열정을 60, 70살이 되도록 잃지 않고 음악만 열심히 하는 밴드가 되겠습니다” (하현우)


글: 이우진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인터파크 제공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인물

#관련 공연

#다른 콘텐츠 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