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유쾌한 패러디의 향연…뮤지컬 ‘썸씽로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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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시대에 뮤지컬이 탄생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해 뮤지컬의 기원을 뮤지컬로 풀어낸 코미디 공연 ‘썸씽로튼’이 국내 첫 무대에 올랐다. 이번 내한공연은 2015년 브로드웨이 초연을 시작으로 전미투어까지 이어진 ‘썸씽로튼’의 첫 번째 시즌을 마무리하는 공연으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펼쳐지는 무대다.

‘썸씽로튼’ 제작진은 11일 프레스콜을 열고 극중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약 45분간 펼쳐진 이날의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셰익스피어가 왕성히 활동했던 16세기의 시대적 분위기를 비틀고 여러 인기 뮤지컬을 패러디해 이뤄낸 독특한 코미디와 경쾌한 음악이 돋보였다.
 
2015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썸씽로튼’은 이레적으로 오프-브로드웨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그 비결은 작품의 근간이 된 기발한 발상, 그리고 이를 만들어낸 쟁쟁한 창작진의 조합이다. ‘샬롯의 거미줄’, ‘스머프2’ 등의 각본가로 활동해온 작가 겸 연출가 캐리 커크패트릭(Karey Kirkpatrick)과 에릭 클랩튼과 함께 한 ‘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로 그래미어워즈를 수상한 작가 겸 작곡가 웨인 커크패트릭(Wayne Kirkpatrick) 형제가 극을 만들었고, 여기에 작가 존 오파렐(John O’farrell)과 토니어워즈를 세 차례 수상했던 프로듀서 케빈 맥컬럼(Kevin McCollum), 안무가 겸 연출가 케이시 니콜로(Casey Nicholaw)가 합류했다.
 
커크패트릭 형제는 ‘셰익스피어 시대, 무명의 형제 작가가 있었다면?’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해 ‘썸씽로튼’을 만들었다. ‘썸씽로튼’의 주인공은 닉과 나이젤 형제로, 이들은 인기극을 만들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당대 최고의 스타인 셰익스피어의 명성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한다.

커크패트릭 형제는 여기에 ‘작가들이 예언자를 찾아갔다면?’, ‘그 예언자가 형편 없지만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였다면?’ 등의 질문을 이어가며 이야기를 완성했다. 실패를 거듭하던 닉 형제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엉터리 예언가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가고, 노스트라다무스는 닉 형제에게 ‘미래에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유행할 것’이라고 일러준다. 특히 이 장면에서 노스트라다무스가 부르는 ‘뮤지컬(A Musical)’이라는 넘버는 ‘썸씽로튼’의 대표곡으로, ‘레미제라블’, ‘시카고’, ‘렌트’, ‘애니’ 등 여러 인기 뮤지컬의 넘버를 패러디해 웃음을 자아낸다. 이 곡은 초연부터 객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고.
 
영국이 낳은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모습을 색다르게 그려낸 것도 이 작품의 또다른 재미다. 이 뮤지컬 속 셰익스피어는 마치 록스타처럼 콧대 높고 도도한 모습으로 대중을 휘어잡는가 하면, 닉 형제가 자신의 미공개 차기작을 표절하려 한다는 얘기에 다른 인물로 변장해 닉 형제의 극단에 잠입하기도 한다. 이같은 소동극 속에서 창작자들의 고뇌와 우정, 형제애, 사랑 등 다양한 주제가 경쾌하게 변주되어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한다.

‘썸씽로튼’의 내한공연을 추진한 신재홍 프로듀서(엠트리뮤직 대표)는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썸씽로튼’을 보자마자 내한공연 추진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배경지식 없이 우연히 공연을 봤는데, 요즘 많이 공연되는 작품들과 너무 다른 코미디 작품이면서도 형제간 우애나 가족에 대한 테마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우선 공연을 보는 동안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고.
 
원작자인 커크패트릭 형제도 기자간담회에 참여해 창작 과정을 전했다. 커리 커크패트릭은 이 작품에 대해 “‘레미제라블’이나 ‘해밀턴’처럼 넘버가 많은 송쓰루뮤지컬은 아니다. 대본에서 시작한 극 뮤지컬이라서 스토리텔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보통 뮤지컬을 할 때 배우들이 노래에서 대사로, 대사에서 노래로 이어가는 걸 힘들어하는데, 이 작품에선 그 자체를 또 하나의 재미 요소로 살리려고 했다”고 설명했고, 웨인 커크패트릭은 “(셰익스피어 및 여러 인기 뮤지컬에서) 많은 레퍼런스를 가져오긴 했지만, 그런 것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오리지널 프로듀서인 케빈 맥컬럼은 “브로드웨이가 지금 세계로 뻗어가는 중인데, 그 연결점이 되고 있는 곳이 서울 같다. 서울은 유머와 아름다움, 미학이 있는 도시고, 사람들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가 높다”며 ‘썸씽로튼’의 첫 해외공연 장소로 서울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 프로덕션에서 한국어 버전의 ‘썸씽로튼’을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맥컬럼이 언급했듯, ‘썸씽로튼’은 내년 라이선스 버전으로 국내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캐리 커크패트릭은 “이번 내한공연을 준비하며 몇몇 장면에 나오는 뮤지컬은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것으로 바꿨다”며 “내년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서도 많은 부분이 한국 관객에게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바뀔 것”이라고 예고했다. 


뮤지컬 ‘썸씽로튼’은 이달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엠트리뮤직_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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