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신과 함께_이승편’, 웹툰·영화와 다른 매력 3가지는?

  • like2
  • like2
  • share
서울예술단이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신과 함께_이승편’을 21일 무대에 올렸다. 2015년 초연 후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세 차례 앙코르 무대에 올랐던 ‘신과 함께_저승편’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다. 서울예술단이 개막일 언론에 공개한 무대에서는 원작 웹툰뿐 아니라 ‘쌍천만 관객’을 만났던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와도 사뭇 다른 새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었다.

뮤지컬 ‘신과 함께_이승편’만의 차별점 1,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
‘신과 함께_저승편’이 망자들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차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신과 함께_이승편’에는 저승차사들 외에도 이승에서 인간의 일상을 함께 하며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재개발지구에 포함된 여덟 살 동현네 집을 지키려 애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집과 공동체, 인간의 양심과 회복에 대한 따스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뮤지컬이 스토리상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원작에서 잠깐 등장했던 ‘박성호’라는 캐릭터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철거 용역 일을 하게 된 박성호는 자신의 집을 얻기 위해 남의 집을 빼앗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인물로,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어가는 주축이 된다.

각색을 맡은 한아름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집’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여러 이슈들, 그리고 우리에게 ‘집’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한아름 작가는 각색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있었던 많은 재개발 사례와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조사했다고.
 
그 결과 용산 참사와 관련된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박성호라는 캐릭터가 좀 더 구체화됐다. 박성호뿐 아니라 철거 용역에 맞서 ‘여기 사람이 있다’는 절박한 구호를 들고 시위에 나서는 한울동 주민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겹쳐보게 만든다. 또한 극 중에는 동현의 학교 친구들과 학부모들이 아파트 브랜드로 서로의 경제적 수준을 가늠하고 차별하는 등의 의미심장한 장면도 그려진다.

이에 대해 한 작가는 “원작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연 장르에 맞게 각색하려고 했다. 또 작가로서 조금 용기를 내서 사회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면서 “자료조사를 하면서 많은 개발 사례를 알게 됐고, 나 스스로도 시대에 대한 부채감이 있었다. 한국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 "집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인간들이 이기심과 욕심을 중심으로 움직일 때 과연 신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등의 질문을 담으려고 했다”는 김태형 연출은 영화의 흥행으로 인한 부담감을 묻는 질문에 “부담이 된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예산도, 관객 규모도 비교가 되지 않는 장르다. 그리고 웹툰과 영화를 각각 보고 소비하는 방식과 뮤지컬을 보고 소비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그러니 부담 없이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공연장에 오시는 분들에게는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답했다.
 
뮤지컬 ‘신과 함께_이승편’만의 차별점 2, 저승과 이승의 다채로운 정서 담아낸 음악과 무대
뮤지컬에서 만날 수 있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단연 음악일 것이다. 이번 ‘신과 함께_이승편’에서는 대표작 ‘빨래’를 비롯해 ‘랭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의 음악을 만든 민찬홍 작곡가가 곡을 썼다. 그가 만든 음악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펼쳐지는 다양한 장면에서 따스함과 강렬함을 오가며 극에 흡입력을 더한다.

“이승도 그려야 하고 저승도 그려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표현하면서도 그것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민찬홍 작곡가는 “그래도 원작과 각색 대본을 관통하는 주제, 즉 결국 다 같이 살아가자는 마음이 있어 음악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가 만든 무대도 공연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신과 함께_저승편'이 LED 스크린 등을 통해 저승의 독특하고 비일상적인 풍경을 화려하게 구현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동현 가족이 사는 달동네가 주된 배경이다. 오랜 살림의 때가 묻은 정겹고 소박한 집들이 늘어선 달동네 모습에 따스한 정서가 듬뿍 배어 있고, 무대 2층에서는 장면마다 거대한 철거 크레인이나 염라대왕을 위시한 저승의 위압적인 풍경이 등장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뮤지컬 ‘신과 함께_이승편’만의 차별점 3, 고창석 등 높은 ‘싱크로율’ 돋보이는 배우들의 열연
각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돋보이는 캐스팅도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영화에서 마동석이 연기했던, 가택신의 리더 성주신은 고창석이, 철거 용역 박성호는 오종혁이 연기한다. 또한 최정수와 김건혜가 ‘신과 함께_저승편'에 이어 다시 한번 저승차사 해원맥과 덕춘으로 각각 분하며, 가택을 수호하는 조왕신은 송문선이, 손자 동현을 홀로 키우는 할아버지 김천규는 박석용이, 동현은 아역배우 이윤우가 연기한다.

“성주신이 되기 위해 최대한 살이 안 빠지게 노력했다”는 말로 웃음을 던진 고창석은 "수십 편의 영화를 찍고 수천 번 공연을 했는데 이렇게 의욕적인 건 처음이다. 이성적으로 하려고 해도 다른 배우들이 쌓아놓은 정서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더 열정적으로 임하게 된다. 의욕이 앞서서 목 상태가 좀 좋지 않지만,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한 회 한 회 열심히 하겠다”는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오종혁은 자신이 맡은 박성호에 대해 “나와는 많이 다른 인물이다. 나는 좋고 싫음이 확실해서 고민이 길지 않은데, 박성호는 계속해서 고민을 이어가다 마지막에 선택을 하는 인물이라 그 고민의 당위성을 체화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며 “생각보다 감당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만들게 돼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 김태형 연출, 주호민 작가, 민찬홍 작곡가


한편, 개막일 진행된 프레스콜에는 원작자인 주호민도 함께 참여했다. 그는 "3년 전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을 봤을 때 원작자인데도 부끄럽게 눈물이 났는데, 이번에도 눈물을 참느라 고생했다. 작은 만화를 크게 만들어주신 서울예술단에 감사하다”면서 “내 만화를 바탕으로 2차 창작물이 만들어질 때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뮤지컬)대본을 받았을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만화를 그린 후 약한 자가 선하게, 강한 자가 악하게만 묘사된 부분이 염려됐었는데, 그 부분을 박성호라는 캐릭터가 메워줘서 굉장히 좋은 각색이라고 생각했다”고 창작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신과 함께_이승편'은 오는 2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뮤지컬 '신과 함께_이승편' 예매하기☞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공연

#다른 콘텐츠 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