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라이브-연습실 어택!] 연극 ‘오펀스’ 팀 “공감, 위로, 해방감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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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디비가 개막을 앞둔 인기 작품의 연습 현장을 방문해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는 ‘연습실 어택! 연습실 라이브’ 시리즈를 진행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2년 만에 돌아오는 연극 ‘오펀스’ 팀을 지난 14일 만났다. 지난 2017년 국내 초연된 이 작품은 고아 형제 필립과 트릿이 중년의 시카고 갱 해롤드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된 섬처럼 살아가던 두 형제가 해롤드를 만나 낯선 세계에 발을 내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따스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작품이다. 특히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이목을 끈 올해 공연에는 해롤드 역에 박지일, 정경순, 김뢰하가, 트릿 역에 김도빈, 최유하, 박정복이, 필립 역에 최수진, 김바다, 현석준이 나선다. 지난 14일, 극에 깊이 몰입해 막바지 연습에 땀을 흘리던 이들은 이어진 라이브 인터뷰에서 조금 전과는 완연히 다른 밝은 모습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태형 연출과 배우 9인이 함께 한 이날의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Q 박지일 선생님은 초연에 이어 다시 무대로 돌아오게 됐고, 해롤드 역에 새로운 분들도 합류하셨어요. 공연을 앞둔 기분이 어떠신가요?
박지일:
이번에 우리 정경순 배우도 참여하고 제가 좋아하는 김뢰하 배우도 왔는데, 원래 연습하면서 동료들끼리 굉장히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분위기잖아요. 근데 이 배우들은 저랑 거의 20~30년 같이 했던 후배들이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게 편해요(웃음).

정경순: 너무 좋아요. 옛날에 같이 했던 배우들과 하니까 연습 과정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어렵기도 하지만 위로가 돼요.

김뢰하: 제가 연극을 3~4년 만에 하는 건데, 이 작품을 선택한 게 아주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인물이 나올지 모르겠어요. 도망가고 싶고(웃음). 배우들은 요맘때 기분이 늘 그렇죠. 아무튼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지일: 우리 뢰하 씨는 의외로 부드러운 사람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해롤드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 연극 ‘오편스’ 연습 현장

Q 젠더 프리 캐스팅이 화제가 되었는데, 세 여성 배우의 소감은 어떠신가요?
정경순:
개인적으로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어요. 내 속에 있는 남성성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을 해본 적이 없잖아요. 연출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남성적인 면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굉장히 어렵지만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사실 '삶'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자가 하든 남자가 하든 상관은 없어요. 그렇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캐릭터를 만들 때 내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근데 내가 내가 그동안 안 했던 행동과 포즈를 취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런 작업을 이 나이에 하고 있다는 게 되게 재미있어요. 나의 재발견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저를 캐스팅해준 것에 대해 연출님과 제작사에 굉장히 감사해요.

최수진: 꼭 남자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아직 해보지 못한 또 하나의 특이한 캐릭터를 맡았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근데 오프닝만 하고 나면 땀이 엄청 나요(웃음). 아무래도 운동 신경도 좋아야 하고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는 캐릭터라서 체력적으로 힘든 게 조금 있어요.

최유하: 이 작품이 지난 번 초연됐던 작품이고, 극이 남성(캐릭터)으로 쓰였기 때문에 '젠더 프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만, 연출님과도 얘기했던 것처럼 저는 '남자'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트릿'이라는 인물, 거칠게 살아온 한 인물 자체를 연기하는 거에요. 그래서 사실 매일 매일이 너무 재미있고, '이런 역할을 할 기회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이번 기회가 제게 정말 소중하고 즐거워요.
 
▲ 연극 ‘오편스’ 연습 현장

Q 젠더 프리 캐스팅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연출님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김태형:
우선 (초연 때) 이 공연의 연출과 각색을 맡아 작업하면서 재미있었고, 이 이야기가 많은 관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고 믿었어요. 삶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줄 수 있고, 자기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작품이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상처받은 영혼들이 모여서 서로를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굳이 남자 셋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면 그것이 인간의 목소리로 나오면 되는 것이지, 꼭 남자의 목소리일 필요는 없다고요.

그래서 여자 배우들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사실 굉장히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왔어요. 연습을 해보니 혼란스러운 점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는데, 생각보다 고치거나 바꿔야 할 부분이 많지는 않았어요. 몇몇 문장과 단어만 좀 정리하면 될 것 같아 무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남자 배우들도 너무 즐겁게 잘 해주고 계셔서 좋은데, 여자 배우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남자 배우들이 할 때와는 확실히 다른 것들, 제가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연극 ‘오편스’ 연습 현장

Q 필립 역 현석준, 트릿 역 박정복, 김도빈 씨도 이번에 새로 합류하셨는데요.
현석준:
저는 2년 전에 이 공연을 봤는데, 극장을 나올 때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나중에는 '힐링'이라는 키워드로 다 이해가 되더라고요. 근데 보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많이 다르네요(웃음).

박정복: 저도 석준이와 비슷합니다(웃음).

김도빈: 전 (극을 보고) 눈물이 쏟아져 내렸어요(웃음). 두 형제도 너무 불쌍하고, 해롤드도 그렇고요. 또 세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보면서 힐링이 됐어요. 관객 분들도 그러실 것 같아요.

Q 김바다 씨는 초연에 이어 재연에 다시 참여하시게 됐어요.
김바다:
초연을 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전혀 수월하지 않아요. 필립이 땅을 밟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에 어려움을 더 느끼고 있어요(웃음).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열심히 화이팅하고 있습니다.
 
▲ 연극 ‘오편스’ 연습 현장

Q (필립 역 배우들에게) 캐릭터의 성격 중 실제 나와 닮은 점은 무엇인가요?
최수진
: 참치마요를 좋아한다는 것?(웃음)
김바다: 말을 잘 못한다는 것?(웃음)
현석준: 전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이요.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격려가 필요하다는 걸 필립을 연기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Q (트릿 역 배우들에게) 연습하면서 힐링받았던 대사는?
김도빈:
대사라기보다 장면인데요, 필립이 처음으로 해롤드가 처음으로 필립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음악도 되게 좋은 음악이 나오면서 (가슴이)뭉클해요. 역시 김태형 연출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출이구나 하게 되고요(일동웃음).

박정복: 해롤드가 창문을 열어서 필립이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맡게끔 도와주는 장면이 있는데, 직접 공연을 보러 오시면 아시겠지만 김태형 연출님께서 기가 막히게 연출을 하셨는지 깜짝 놀랐습니다(웃음).

최유하: 필립이 지도를 보면서 “난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아니까”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요즘은 그 대사가 너무 좋아요. 저도 살면서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저도 필립처럼 그런 말을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그 장면의 미장센도 김태형 연출님이 참 잘 만들어 주셨고요. 난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해롤드 역 배우들에게) 20대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박지일:
참 좋은 질문인데 대답하기는 어렵네요. 전 20대 힘든 시기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힘들게 살았어요(웃음).  사실 20대에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뭘 잘 할 수 있을까, 뭘 원하는 걸까를 찾는 기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젊은이들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자신한테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주변도 좀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관심을 가지라고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20대에 좀 더 많이 길러지면 자신을 찾는데도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러분들 힘내세요!

정경순: 정말 인생을 살면서 20대가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저는 서른이 되면서 정말 기뻤어요. 20대에는 정해진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저도 사실 20대에 (어려움을) 잘 극복하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연극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좀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서 친구들을 만나고 연극을 하면서 좀 극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어린 친구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뭔가 잘못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아 가슴이 아파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많이 힘들게 했고 너무 소모시켰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냥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괜찮아, 다 괜찮다고. 다 지나가고 괜찮아진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괜찮아요, 여러분.

김뢰하: 제 20대를 생각해보면 대학생과 군생활, 연극 세 가지가 생각나는데, 군생활이 제일 힘들었죠(웃음). 극복 못할 만큼의 어려움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물론 있었겠지만, 사실 지금이 제일 힘들어요. 다들 힘내십시오(웃음).
 
Q (김태형 연출에게) 관객들이 연극 ‘오펀스’를 꼭 봐야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태형:
굳이 안 보셔도 돼요. 다른 걸 보셔도 되는데(일동웃음). 이 공연이 위로를 주고 격려를 주고 힐링을 준다고 소문이 나 있는데, 사실 생각보다 훨씬 더 거칠고 세고 아픈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본 적 없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이야기에요.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든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에 '나한테도 저런 어른이 있었다면?' '나도 저런 시기를 겪었을 것 같은데'라는 공감을 하게 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극단적이고 나와 먼 이야기 같지만, 어느 순간에는 내가 받고 싶은 격려와 위로를 담고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런 시간이 필요하신 분들은 꼭 오셔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이 작품이 꼭 눈물바다만은 아니고, 생각보다 굉장히 유쾌하고 즐겁고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많이 만들고 준비하고 있어요. 또 (무대 위 인물들이) 엄청 소리 지르고 욕하고 흥분하고 화내고 집어 던지고 총 꺼내고 칼질하고 난리거든요. 그 모습을 보는 것에도 어떤 해방감이 있어요. 무대에서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못했던 것들을 해내고 있는 경순 선배님과 유하, 수진 배우를 보고 있으면 또 다른 해방감이 있을 테니 꼭 와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Q 오늘의 유튜브 라이브 참여 소감과 마지막 인사 전해주세요.
김도빈: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들에게 많은 힐링을 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기다려주세요.
박정복: 이렇게 '오펀스' 연습실을 공개하는 자리가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많이 응원해주시고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유하: 이런 라이브 기회가 흔치 않은데 저는 '관종'이라서 굉장히 재미있었어요(웃음). 저희 정말 막바지 속땀 흘리고 있으니 많이 찾아와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극장에서 확인해주세요!
현석준: 공연 진짜 열심히 재미있게 잘 준비하고 있으니까 무대에서도 책임감 있는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감사합니다.
김뢰하: 매일매일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 행복한 마음으로 만납시다.
 

박지일: '오펀스'는 인스턴트가 아닙니다. 아주 맛있는 저녁 밥상입니다. 여러분들와서 맛있게 드세요. 올해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경순: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보러오세요. 감사합니다.
김태형: 이번이 재연인데, 공연이 잘 돼서 다음에 또 할 수 있게 많은 힘을 주십시오(웃음).
김바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모든 분들은 '오펀스'를 보러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최수진: 저희 세 페어 모두 열심히 준비한만큼 다양하게 재미있게 보여드릴게요. 많이 와주세요.
 

연극 ‘오펀스’는 8월 24일부터 11월 1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 연극 '오펀스' 라이브 인터뷰 풀영상 보기 ▼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영상 촬영 및 진행 : 이우진 기자(wowo0@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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