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관객 만난 ‘맘마미아!’, 남편·애인·자식 같은 공연이죠” 최정원·김문정·황현정·이재은
- 2019.08.23
- 박인아 기자
- 13761views
지난 22일, 뮤지컬 ‘맘마미아!’가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 뮤지컬 역사상 ‘캣츠’에 이어 단 두 번째인 이례적 기록이다. 2004년 1월 국내 첫 무대에 오른 ‘맘마미아!’는 서울을 포함한 33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오며 15년간 1,659회 공연을 통해 200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은 이유로는 물론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바(ABBA)의 명곡과 전 세대를 아울러 공감을 자아내는 탄탄한 드라마를 꼽아야 하겠지만, 매 시즌마다 정성껏 무대를 빚어내며 함께 성장해온 배우와 스텝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최정원 배우와 김문정 음악감독, 황현정 안무감독, 이재은 연출은 바로 그 15년의 역사 한 가운데에 있는 이들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2004년 초연부터 작품에 참여했고, 당시 타냐 역 커버로 활약했던 황현정은 안무감독으로서 작품과 함께 해왔다. 2007년 도나 역으로 ‘맘마미아!’에 합류한 최정원은 이 작품을 논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배우가 됐고, 초연 당시 컴퍼니매니저였던 이재은은 이후 연출가로서 ‘맘마미아!’ 호의 든든한 선장 역할을 해왔다. 지난 16일,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인터뷰에 임한 이들은 ‘맘마미아!’와 함께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금세 웃고 또 울었다. 초연에 대한 기억, ‘맘마미아!’를 거쳐간 배우들,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 등, 유쾌한 웃음과 짠한 눈물 속에 네 여성이 전한 ‘맘마미아!’ 이야기를 전한다.
최정원 배우와 김문정 음악감독, 황현정 안무감독, 이재은 연출은 바로 그 15년의 역사 한 가운데에 있는 이들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2004년 초연부터 작품에 참여했고, 당시 타냐 역 커버로 활약했던 황현정은 안무감독으로서 작품과 함께 해왔다. 2007년 도나 역으로 ‘맘마미아!’에 합류한 최정원은 이 작품을 논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배우가 됐고, 초연 당시 컴퍼니매니저였던 이재은은 이후 연출가로서 ‘맘마미아!’ 호의 든든한 선장 역할을 해왔다. 지난 16일,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인터뷰에 임한 이들은 ‘맘마미아!’와 함께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금세 웃고 또 울었다. 초연에 대한 기억, ‘맘마미아!’를 거쳐간 배우들,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 등, 유쾌한 웃음과 짠한 눈물 속에 네 여성이 전한 ‘맘마미아!’ 이야기를 전한다.
TALK 1 ‘맘마미아!’ 국내 초연(2004)
뜨거웠던 객석 반응…화장을 못 하게 했다고?
김문정 음악감독(이하 김): 사실 처음 한국어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가사가 좀 걱정됐어요. 사람들에게 익숙한 아바의 노래를 다 한국어로 바꿔서 불러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죠. 그런데 잊을 수가 없는 게, 첫 공연 때 ‘댄싱퀸(Dancing Queen)’ 장면에서 박수가 막 터져 나오는 거야. 사실 그 때는 극 중간에 박수가 나오는 경우가 흔치 않았거든요. ‘이게 뭐지?’ 싶었어요. 외국 스텝들이 ’댄싱퀸’에서 박수가 나오면 그 공연은 끝까지 잘 될 거라고 얘기했던 게 생각나면서 ‘아, 괜찮겠다’ 싶었죠.
황현정 안무감독(이하 황): 커튼콜 때도 기억나요. 문정이는 객석을 등지고 있었지만, 전 객석 한 가운데서 그 모습을 생생히 봤어요. 정말 커튼콜이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 일어서는 거야. 그렇게 한꺼번에 기립하는 공연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
뜨거웠던 객석 반응…화장을 못 하게 했다고?
김문정 음악감독(이하 김): 사실 처음 한국어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가사가 좀 걱정됐어요. 사람들에게 익숙한 아바의 노래를 다 한국어로 바꿔서 불러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죠. 그런데 잊을 수가 없는 게, 첫 공연 때 ‘댄싱퀸(Dancing Queen)’ 장면에서 박수가 막 터져 나오는 거야. 사실 그 때는 극 중간에 박수가 나오는 경우가 흔치 않았거든요. ‘이게 뭐지?’ 싶었어요. 외국 스텝들이 ’댄싱퀸’에서 박수가 나오면 그 공연은 끝까지 잘 될 거라고 얘기했던 게 생각나면서 ‘아, 괜찮겠다’ 싶었죠.
황현정 안무감독(이하 황): 커튼콜 때도 기억나요. 문정이는 객석을 등지고 있었지만, 전 객석 한 가운데서 그 모습을 생생히 봤어요. 정말 커튼콜이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 일어서는 거야. 그렇게 한꺼번에 기립하는 공연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
▲ (왼쪽부터) 황현정 안무감독, 김문정 음악감독, 최정원 배우, 이재은 연출
김: 또 기억나는 게, 그때 외국 스텝들이 배우들 분장을 못 하게 했어요. ‘너 바닷가에서 메이크업 하고 있니? 우리 공연에선 메이크업 안 해’라면서.
황: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타냐 뿐이었지.
김: 나중엔 상황에 맞게 조금씩 화장을 하긴 했죠. 아빠 역할들은 안 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여자들은 평소에도 내추럴한 메이크업 정도는 하잖아요. 결혼식 장면도 있고. 근데 아무튼 다들 그런 경험을 이 작품으로 처음 해본 거지. 남자 배우들도 다 메이크업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제 기억엔 초연 때부터 도나 역에 최정원 배우가 거론됐었는데, 다들 너무 어리다고 그랬죠(웃음). 언니가 이 말 했던 기억이 나요. ‘나도 하고 싶은데 할 역할이 없어’라고.
황: 언니가 그 때 ‘지킬앤하이드’를 하고 있었지? 루시를 하다가 도나를 하면 이상하잖아(웃음).
최정원 배우(이하 최): 그 때 도나를 했으면 너무 못했을 거야. 내가 서른 아홉 살에 처음 도나를 했는데, 그 때 생각하면 너무 창피해.
김: 그래도 언니는 그 때부터 큰 무기를 장착하고 도나를 연기한 거야. 실제 본인이 엄마라는 무기. 그게 정말 중요해.
▲ ‘맘마미아!’ 공연
TALK 2 음악&안무
쉬워 보여도 쉬운 게 아니야!
김: ‘맘마미아!’는 음악적 매력이 정말 많은 작품이에요. 몇 가지만 꼽자면, 첫 번째는 오리지널을 완벽하게 복원하고자 애썼다는 거에요. 70년대 아바의 음원 소스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악기에 심었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서 ‘맘마미아!’를 봐도 색소폰 소리가 똑같고 피아노 소리가 똑같아요. 물론 연주자의 감성이나 테크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음악 소스는 똑같은 걸 쓴다는 거죠. 그만큼 완벽한 오리지날리티의 복원을 목표로 두고 작업했다는 게 굉장히 놀라운 거에요.
두 번째는 작품의 주제에 맞게 ‘어떻게 여기서 이 노래가 나와? 오, 맘마미아!(엄마야! 세상에! 같은 이탈리아어 감탄사)’라고 탄성을 지르게끔 음악이 절묘하게 배치돼 있다는 거에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할게요. ‘맘마미아!’의 배우들 악보에는 노래 제목이 써 있는데, 제 악보에는 제목 없이 1, 2, 3처럼 숫자로만 표시돼 있어요. 왜 그럴까 몇 년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제 뒤에 있는 관객들이 제 악보를 보고 다음 노래가 뭔지 알까 봐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 정도로 음악적인 컨셉을 너무 완벽하게 세웠어요.
세 번째는 3-3-3의 드라마 구성이에요. 엄마 셋, 아빠 셋, 딸 셋(소피와 친구들)을 포함해서 계속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드라마적 구성과 음악적 계산, 깊이가 있는 작품이죠. 어렵지만 아주 똑똑한 작품이에요.
황: ‘맘마미아!;의 안무는 보기엔 그냥 신나게 뛰어다니는 것 같지만, 사실 너무 많은 테크닉이 들어가 있어요. 배우들 말로는 너무 맞춰야 되는 게 많아서 노래하면서 춤추다가 사점이 온대. ‘아,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고(웃음). 그런 사점이 ‘김미! 김미! 김미!(Gimme! Gimme! Gimme!)’, ‘언더 어택(Under attack’), ‘불레부(Voulez-vous)’ 등 노래마다 와요.
이재은 연출(이하 이): ‘김미! 김미! 김미!’같은 노래는 배우 한 명이 반 박자라도 늦으면 사고가 나는 곡이에요. 동선이 서로 톱니처럼 얽혀 있거든요. 근데 사실 모든 넘버가 거의 다 그래요.
최: 지켜야 할 약속이 정말 많아요. 그냥 무대에서 서고 싶은 곳에 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딱 정확한 지점에 서지 않으면 조명도 틀려지고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동선이 틀어지기 때문에 그 연습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도 드라마와 감정선에 계속 집중해줘야 하고요. ‘맘마미아!’를 했던 사람과 안 했던 사람의 기량 차이가 생각보다 있어.
황: 대충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닌 거지. 또 제가 ‘맘마미아!’의 백미로 꼽는 게 무대 전환이에요. 배우들이 직접 무대 전환을 하잖아요. 하얀 벽 두개가 있고 배우들이 끊임없이 거기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어느 순간 무대가 방이 돼 있고, 어느 순간 바다가 돼 있잖아. 마법처럼 결혼식장이 돼 있다는 게 너무 멋있죠.
이재은 연출(이하 이): ‘김미! 김미! 김미!’같은 노래는 배우 한 명이 반 박자라도 늦으면 사고가 나는 곡이에요. 동선이 서로 톱니처럼 얽혀 있거든요. 근데 사실 모든 넘버가 거의 다 그래요.
최: 지켜야 할 약속이 정말 많아요. 그냥 무대에서 서고 싶은 곳에 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딱 정확한 지점에 서지 않으면 조명도 틀려지고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동선이 틀어지기 때문에 그 연습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도 드라마와 감정선에 계속 집중해줘야 하고요. ‘맘마미아!’를 했던 사람과 안 했던 사람의 기량 차이가 생각보다 있어.
황: 대충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닌 거지. 또 제가 ‘맘마미아!’의 백미로 꼽는 게 무대 전환이에요. 배우들이 직접 무대 전환을 하잖아요. 하얀 벽 두개가 있고 배우들이 끊임없이 거기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어느 순간 무대가 방이 돼 있고, 어느 순간 바다가 돼 있잖아. 마법처럼 결혼식장이 돼 있다는 게 너무 멋있죠.
TALK 3 드라마
나이 들어서 보면 또 달라, 전세대가 공감하는 이야기
이: 사실 뮤지컬에서는 보통 드라마가 음악을 따라가는데, 이 작품에선 드라마와 음악이 너무 잘 조화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고 끝까지 전개를 예측할 수가 없잖아요. 또 관객들이 나이가 들면서 작품에서 감동받는 부분이 계속 달라져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이 작품을 했지만, 어렸을 때 좋았던 장면과 나이가 들고 나서 좋아지는 장면이 달라요. 엄마들이 ‘댄싱퀸’ 장면에서 눈물이 난다고 한 이유를 이제 알겠더라고요.
김: 요즘엔 ‘치키티타(Chiquitita)’할 때 우는 사람이 많더라. 왜 우는지 물어봤더니 ‘그냥 셋이 친한 게 보여서’래요.
이: 맞아, 맞아, 맞아. ‘나도 저런 친구들이 있었는데’ 하는 기분인 거죠. 드라마가 좋은 것도 맞지만, 관객들의 연령에 맞는 어떤 추억을 자꾸 회상하게 해줘. 그게 자꾸 마음을 짠하게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미래를 향해 가고, 누군가는 과거를 회상하잖아요. 누군가는 ‘더 위너 테이킷 올(The winner takes it all)’ 장면에서 ‘맞아, 나도 저런 남자가 있었지’ 할 수도 있어요. 관객들이 작품과 함께 할 수 있게 끊임없이 감성을 자극해주는 거에요.
황: 제가 딸이었을 때 ‘맘마미아!’를 처음 봤고, ‘맘마미아!’를 시작했을 때는 시집간 딸이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맘마미아!’를 하면서 생긴 딸이 중3이 되었으니까 엄마로서 딸을 보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고 있죠. 근데 내가 딸이었을 때와 결혼한 딸이었을 때, 그리고 엄마가 되었을 때 ‘맘마미아!’를 보는 마음이 정말 완벽히 달라져요.
이: 맞아. 우리 연습실에서 ‘슬리핑 쓰루 마이 핑거스(Slipping through my fingers)’ 할 때 엄마인 배우들은 정말 엄청 울어요. 보통 어떤 작품의 객석을 보면 여자들만 있거나 남자들만 있거나, 혹은 젊은 세대만 있을 때가 있는데, '맘마미아!' 공연장에는 아이들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어요. 그만큼 세대를 다 아우르는 작품이 잘 없죠.
최: 정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 '맘마미아!'인 것 같아요. 뮤지컬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품이죠.
나이 들어서 보면 또 달라, 전세대가 공감하는 이야기
이: 사실 뮤지컬에서는 보통 드라마가 음악을 따라가는데, 이 작품에선 드라마와 음악이 너무 잘 조화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고 끝까지 전개를 예측할 수가 없잖아요. 또 관객들이 나이가 들면서 작품에서 감동받는 부분이 계속 달라져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이 작품을 했지만, 어렸을 때 좋았던 장면과 나이가 들고 나서 좋아지는 장면이 달라요. 엄마들이 ‘댄싱퀸’ 장면에서 눈물이 난다고 한 이유를 이제 알겠더라고요.
김: 요즘엔 ‘치키티타(Chiquitita)’할 때 우는 사람이 많더라. 왜 우는지 물어봤더니 ‘그냥 셋이 친한 게 보여서’래요.
이: 맞아, 맞아, 맞아. ‘나도 저런 친구들이 있었는데’ 하는 기분인 거죠. 드라마가 좋은 것도 맞지만, 관객들의 연령에 맞는 어떤 추억을 자꾸 회상하게 해줘. 그게 자꾸 마음을 짠하게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미래를 향해 가고, 누군가는 과거를 회상하잖아요. 누군가는 ‘더 위너 테이킷 올(The winner takes it all)’ 장면에서 ‘맞아, 나도 저런 남자가 있었지’ 할 수도 있어요. 관객들이 작품과 함께 할 수 있게 끊임없이 감성을 자극해주는 거에요.
황: 제가 딸이었을 때 ‘맘마미아!’를 처음 봤고, ‘맘마미아!’를 시작했을 때는 시집간 딸이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맘마미아!’를 하면서 생긴 딸이 중3이 되었으니까 엄마로서 딸을 보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고 있죠. 근데 내가 딸이었을 때와 결혼한 딸이었을 때, 그리고 엄마가 되었을 때 ‘맘마미아!’를 보는 마음이 정말 완벽히 달라져요.
이: 맞아. 우리 연습실에서 ‘슬리핑 쓰루 마이 핑거스(Slipping through my fingers)’ 할 때 엄마인 배우들은 정말 엄청 울어요. 보통 어떤 작품의 객석을 보면 여자들만 있거나 남자들만 있거나, 혹은 젊은 세대만 있을 때가 있는데, '맘마미아!' 공연장에는 아이들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어요. 그만큼 세대를 다 아우르는 작품이 잘 없죠.
최: 정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 '맘마미아!'인 것 같아요. 뮤지컬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품이죠.
TALK 4 배우들
‘맘마미아!’와 함께해온 배우들…”최정원의 타냐도 기대돼”
최: ‘맘마미아!’ 초연을 봤을 때 너무 좋아서 배우로서 정말 욕심이 났어요. 대표님이 오디션 준비하라고 해서 대본을 보는데 그 때부터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 ‘슬리핑 쓰루 마이 핑거스(Slipping through my fingers)’의 “이른 아침 책가방 들고”하는 가사부터 제가 아침에 딸을 등교시키는 모습이랑 겹쳐 보이면서 몰입이 되는 거야. 그랬는데 올해는 우리 딸이 어느새 소피 나이(스무 살)가 됐네요. 실제로 집에서도 딸의 꿈과 사랑에 대해 얘기를 나누니까, 연습실에서 소피가 스카이한테 “넌 나를 버리지 않을 거지? 지켜줄 거지?” 하는 모습만 봐도 또 눈물이 나요(웃음). 일부러 감정을 만들어서 보여주지 않아도 내 안에서 깊은 감정이 나오니까, 딸을 가진 한 여배우로서 시대를 잘 타고 나서 좋은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죠.
그리고 ‘맘마미아!’ 이야기를 하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함께 했던 전수경, 이경미 배우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사실은 제가 서른 아홉, 마흔 넘어가면서 가정적으로도 좀 힘들 때가 있었는데, 이 공연을 하면서 무대에서 치유받을 때가 많았어요. 타냐 역 황현정 선배님도 계셨고, 정말 좋은 선배님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는 게 감사했죠. 최근에 전수경 배우가 공연을 보러 왔는데 너무 눈물이 났다고, 이 작품을 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황: 초연 때 24살에 페퍼 역을 맡아서 지난 시즌까지 최장수로 페퍼를 연기했던 정철호 배우도 많이 생각나요. 그 친구가 만들어낸 페퍼가 정말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에너지가 넘쳤어요. 그리고 또 한 명은 '맘마미아!'로 데뷔해서 지금 잘 하고 있는 (박)지연이.
‘맘마미아!’와 함께해온 배우들…”최정원의 타냐도 기대돼”
최: ‘맘마미아!’ 초연을 봤을 때 너무 좋아서 배우로서 정말 욕심이 났어요. 대표님이 오디션 준비하라고 해서 대본을 보는데 그 때부터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 ‘슬리핑 쓰루 마이 핑거스(Slipping through my fingers)’의 “이른 아침 책가방 들고”하는 가사부터 제가 아침에 딸을 등교시키는 모습이랑 겹쳐 보이면서 몰입이 되는 거야. 그랬는데 올해는 우리 딸이 어느새 소피 나이(스무 살)가 됐네요. 실제로 집에서도 딸의 꿈과 사랑에 대해 얘기를 나누니까, 연습실에서 소피가 스카이한테 “넌 나를 버리지 않을 거지? 지켜줄 거지?” 하는 모습만 봐도 또 눈물이 나요(웃음). 일부러 감정을 만들어서 보여주지 않아도 내 안에서 깊은 감정이 나오니까, 딸을 가진 한 여배우로서 시대를 잘 타고 나서 좋은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죠.
그리고 ‘맘마미아!’ 이야기를 하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함께 했던 전수경, 이경미 배우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사실은 제가 서른 아홉, 마흔 넘어가면서 가정적으로도 좀 힘들 때가 있었는데, 이 공연을 하면서 무대에서 치유받을 때가 많았어요. 타냐 역 황현정 선배님도 계셨고, 정말 좋은 선배님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는 게 감사했죠. 최근에 전수경 배우가 공연을 보러 왔는데 너무 눈물이 났다고, 이 작품을 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황: 초연 때 24살에 페퍼 역을 맡아서 지난 시즌까지 최장수로 페퍼를 연기했던 정철호 배우도 많이 생각나요. 그 친구가 만들어낸 페퍼가 정말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에너지가 넘쳤어요. 그리고 또 한 명은 '맘마미아!'로 데뷔해서 지금 잘 하고 있는 (박)지연이.
▲ 2016년 ‘맘마미아!’ 공연(왼쪽부터 전수경, 최정원, 이경미)
김: ‘맘마미아!’는 신인의 등용문으로서도 공연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통해 지연이, (이)정미, (김)자경이도 등장했고, 아이돌 출신의 서현도 있었고, 지금도 루나와 수빈이가 함께 하고 있고요. 그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외부에서 지켜보는 데서 오는 뿌듯함이 있죠. 초연 때 소피를 했던 배해선 배우도 이제 도나로 돌아와야 할 나이가 됐네요(웃음).
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초연 때 스카이를 했던 (이)건명이가 지난 번에 샘 역할로 오디션을 보러 왔는데, 아직은 너무 어려서 다음 시즌 정도 생각하고 있거든. 그러면 정원 언니는 한 60살까지 도나를 하고 그 다음 10년은 타냐를 하면 어떨까?(웃음) 사실 저 언니는 타냐거든.
최: 관리를 잘 하면 도나는 50대 후반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나중에 꼭 한번은 타냐를 해보고 싶어. 사실 내가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는 건 10년 뒤에도 ‘맘마미아!’를 하기 위해서야. 오늘 공연도 너무 중요하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좋은 컨디션으로 무대에 서고 싶거든. 후배들한테도 그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이: 저러니까 최정원, 최정원 하는 거지.
TALK 5 에피소드
슬리퍼 신고 나간 박지일, 속옷만 입고 나간 이건명…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들
이: 실수했던 것도 기억나요. 한 번은 아빠들이 '김미! 김미! 김미!’를 부르는 장면에서 박지일 선배가 자기 개인 슬리퍼를 신고 무대에 나간 거에요. 거기 맞추느라 성기윤, 이정열 선배도 다 슬리퍼를 신고 나갔죠. 기윤 오빠는 곰돌이 지압 슬리퍼를 신었는데 그걸 신고 뛰느라 발가락에 힘을 꽉 주고(웃음).
건명 오빠가 처음 스카이를 했을 때도 기억나. 스카이가 바지 안에 수영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수영복을 안 입고 그냥 속옷만 입고 나간 거야. 수영복을 벗는 장면에서 못 벗는다고 바지를 막 당기더라고(웃음). 또 페퍼가 스카이한테 잠수복을 입혀줘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한 번은 잠수복을 안 갖고 무대에 나간 거야. 그래서 스카이가 내내 속옷만 입고 있었지(웃음).
김: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있었던 일도 생각나요. '맘마미아!'는 극 중간중간에 드라마가 있으니까 연주자가 정말 급하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올 수가 있는데, 그 공연장의 피트는 나갈 때는 객석으로 나가고, 들어올 때는 무대를 통해서 들어와야 하는 곳이었어. 기타 치는 친구가 얼굴이 사색이 돼서 잠깐 나갔다가, 곡을 하나 놓치고 '레이 미 올 유어 러브 인 미(Lay all your love on me)'때 슬금슬금 무대로 들어오는데 그 때가 겨울이었거든. 무대는 하얗고 파란데 혼자 파카를 입고 거길 지나서 왔지(웃음).
최: 난 2010년 여주에서 첫공연 리허설을 하는데 '더 위너 테이킷 올’ 장면에서 노래가 아직 안 끝났는데 남경주 선배가 먼저 나가버린 거에요(일동웃음). 내가 "이제 그만 할게요"하는 데 들어줄 사람이 없는 거야. 무대 뒤에서 “쉣!”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황: 리허설인게 어디야. 공연이면 어쩔 뻔 했어.
슬리퍼 신고 나간 박지일, 속옷만 입고 나간 이건명…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들
이: 실수했던 것도 기억나요. 한 번은 아빠들이 '김미! 김미! 김미!’를 부르는 장면에서 박지일 선배가 자기 개인 슬리퍼를 신고 무대에 나간 거에요. 거기 맞추느라 성기윤, 이정열 선배도 다 슬리퍼를 신고 나갔죠. 기윤 오빠는 곰돌이 지압 슬리퍼를 신었는데 그걸 신고 뛰느라 발가락에 힘을 꽉 주고(웃음).
건명 오빠가 처음 스카이를 했을 때도 기억나. 스카이가 바지 안에 수영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수영복을 안 입고 그냥 속옷만 입고 나간 거야. 수영복을 벗는 장면에서 못 벗는다고 바지를 막 당기더라고(웃음). 또 페퍼가 스카이한테 잠수복을 입혀줘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한 번은 잠수복을 안 갖고 무대에 나간 거야. 그래서 스카이가 내내 속옷만 입고 있었지(웃음).
김: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있었던 일도 생각나요. '맘마미아!'는 극 중간중간에 드라마가 있으니까 연주자가 정말 급하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올 수가 있는데, 그 공연장의 피트는 나갈 때는 객석으로 나가고, 들어올 때는 무대를 통해서 들어와야 하는 곳이었어. 기타 치는 친구가 얼굴이 사색이 돼서 잠깐 나갔다가, 곡을 하나 놓치고 '레이 미 올 유어 러브 인 미(Lay all your love on me)'때 슬금슬금 무대로 들어오는데 그 때가 겨울이었거든. 무대는 하얗고 파란데 혼자 파카를 입고 거길 지나서 왔지(웃음).
최: 난 2010년 여주에서 첫공연 리허설을 하는데 '더 위너 테이킷 올’ 장면에서 노래가 아직 안 끝났는데 남경주 선배가 먼저 나가버린 거에요(일동웃음). 내가 "이제 그만 할게요"하는 데 들어줄 사람이 없는 거야. 무대 뒤에서 “쉣!”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황: 리허설인게 어디야. 공연이면 어쩔 뻔 했어.
TALK 6 200만 관객 돌파
천만 관객을 꿈꾸며…나에게 ‘맘마미아!’란?
김: 사실 200만 명이라는 숫자가 상상이 잘 안 돼요. 제가 알기로는 100만 관객을 돌파한 뮤지컬도 4~5편 밖에 없어요. 200만 관객이라는 건 정말 엄청난 기록이죠. 그런데 ‘맘마미아!’는 배우들이 함께 숨 쉬고 성장해나가는 작품이고 여러 세대를 아울러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앞으로 천만 관객도 충분히 돌파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맘마미아!' 전용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 전용관 너무 좋다!
이: 이 작품이 200만 관객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전 세계에 있는 ‘맘마미아!’의 배우와 스텝들이 모두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거에요. 매 시즌마다 작품을 그대로 놔두지 않아요. 대본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감정선이나 안무가 계속 바뀌어요. 안무가나 연출가도 나이 들면서 작품에서 느끼는 것이 달라지니까, 그런 걸 반영해서 드라마가 끊임없이 새롭게 발전하는 거죠. 그러니까 관객 분들도 공연을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고. 정말 앞으로 더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황: 우리 스텝들도 2004년부터 계속 같이 했기 때문에 ‘저기’만 말해도 ‘어’하고 척척 말이 통해요. 그만큼 함께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해냈죠. 이런 작품이 잘 없어요.
천만 관객을 꿈꾸며…나에게 ‘맘마미아!’란?
김: 사실 200만 명이라는 숫자가 상상이 잘 안 돼요. 제가 알기로는 100만 관객을 돌파한 뮤지컬도 4~5편 밖에 없어요. 200만 관객이라는 건 정말 엄청난 기록이죠. 그런데 ‘맘마미아!’는 배우들이 함께 숨 쉬고 성장해나가는 작품이고 여러 세대를 아울러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앞으로 천만 관객도 충분히 돌파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맘마미아!' 전용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 전용관 너무 좋다!
이: 이 작품이 200만 관객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전 세계에 있는 ‘맘마미아!’의 배우와 스텝들이 모두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거에요. 매 시즌마다 작품을 그대로 놔두지 않아요. 대본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감정선이나 안무가 계속 바뀌어요. 안무가나 연출가도 나이 들면서 작품에서 느끼는 것이 달라지니까, 그런 걸 반영해서 드라마가 끊임없이 새롭게 발전하는 거죠. 그러니까 관객 분들도 공연을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고. 정말 앞으로 더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황: 우리 스텝들도 2004년부터 계속 같이 했기 때문에 ‘저기’만 말해도 ‘어’하고 척척 말이 통해요. 그만큼 함께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해냈죠. 이런 작품이 잘 없어요.
최: 배우들은 무대에서 박수를 많이 받으니까, 200만 관객 돌파의 영광을 스텝들한테 돌리고 싶어요. 제가 이재은 연출과 12년쯤 같이 공연을 했는데, 이번에도 새삼 감동받았던 게 단 하루도 빠짐없이 디테일을 잡아준다는 거에요. 고칠 것은 정확하게 얘기하고, 배우의 특성도 다 고려해주니 무대 나갈 때 참 든든하죠. 200만 관객 돌파의 큰 조력자에요.
황: 저도 200만이라는 숫자가 상상은 잘 안되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칭찬을 받는 기분이에요. 저한테 ‘맘마미아!’는 자식 같은 작품이에요. 배우들과 함께 만든 자식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관객들이 공연을 칭찬할 때마다 내 새끼 잘 했다고 칭찬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최: 제게 ‘맘마미아!’는 사랑하는 애인 같아요. 맨날 만나고 싶은.
이: 전 ‘맘마미아!’ 초연 때 입사해서 지금까지 왔으니까 이 작품과 같이 커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제게 맘마미아가 어떤 작품이냐고 물으면 전 남편 같은 존재라고 해요. 만드는 과정에선 속상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안 보면 보고 싶고 설레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요. 앞으로 정말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도록.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기준서(스튜디오춘)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