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 것 같아요” 데뷔 10년차 이홍기를 떨리게 한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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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것 같아요 지금”

지난 30일 프레스 콜 당시 첫 공연을 앞두고 덤덤한 모습을 보이던 이홍기가 솔직하게 내뱉은 심정이었다. FT 아일랜드의 보컬로 데뷔해 10년 째 무대 위를 누비는 이홍기에게도 신인 뮤지컬 배우로서의 첫 경험은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 경호원 훈련을 받으며 우정을 쌓는 모습을 그린 '변해가네' (오종혁)
 
▲ 경호원으로 임명받는 장면을 보여주는 '나무' (민영기, 이홍기) 
 
▲ 두 사람의 기억에 사로잡힌 채 과거를 떠올리는 정학의 모습 '그날들' (민영기, 신고은, 손승원)
 
▲ 혼자 남겨져 상황을 받아들이는 정학 '이등병의 편지' (이건명)
 
이홍기, 손승원, 신고은 등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한 뮤지컬 <그날들>의 프레스콜이 지난 30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렸다. 故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창작뮤지컬 <그날들>은 2013년 초연부터 지난해 재연까지 총 관객 25만 명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20년 전 사라진 ‘그녀’의 행방을 쫓는 미스터리한 내용으로 제 7회 더 뮤지컬 어워즈 ‘올해의 창작 뮤지컬상’, ‘극본상’을 받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본격적인 기자간담회 전 유준상, 이건명, 민영기, 오종혁, 이홍기 등 주연 배우들의 하이라이트 시연이 펼쳐졌다. 50분 간 펼쳐진 시연에는 밧줄에 의지한 채 90도로 벽을 타고 내려오는 등 고난도 특수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변해가네’를 시작으로 주인공들이 정식 경호원으로 임명되는 장면을 그린 ‘나무’, 근육질 앙상블들의 열연이 눈에 띄는 ‘나의 노래’ 등 총 8곡의 주요 넘버를 선보였다. 특히,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무대 세트와 태권도, 태껸 등의 무술을 기반으로 한 고강도 아크로바틱 안무들은 극에 남성적인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날들’과 ‘사랑했지만’, ‘말하지 못한 내사랑’ 등 12인조 오케스트라로 새롭게 편곡한 김광석의 아날로그적인 멜로디는 극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 그녀의 경호를 맡으며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두 사람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유준상, 신고은, 손승원)
 
▲ 그녀와의 사랑에 빠진 무영의 모습을 그린 '나의 노래' (오종혁)
 
하이라이트 시연을 마치고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난생 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는 이홍기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이 쏟아졌다.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 아이돌이 아닌 신인 뮤지컬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행사 당일 첫 공연을 앞둔 이홍기는 “초짜 이홍기입니다”라고 해맑게 인사를 하더니, 이내 진지하게 새롭게 임하는 장르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노래 자체가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여서 (뮤지컬에) 가요의 느낌이 있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보컬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겠더라고요. 무영이라는 캐릭터에 맞게 제가 쓰던 발성을 바꾸고, 기교를 뺐습니다. 첫 공연을 앞둔 지금 계속 머릿속에서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벌써 머릿속에서는 5번 공연을 마친 느낌이에요.”(이홍기)

또한 “낯선 연습 과정이었지만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동료들이 도와주었다”며 “하루하루 연습하며 재미를 느끼고, 할 때마다 공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장유정 연출가는 이홍기에 대해 “자유롭고, 여유있는 모습이 ‘무영’ 역에 어울린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자신이 이 역할을 하고 싶어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는 모습이 좋았다”며 자신의 개성을 억누르면서 배역에 몰입하는 이홍기의 성실한 모습을 칭찬하기도 했다.
 
▲ 쫓기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키스신 '사랑했지만' (신고은, 이홍기)
 
이홍기는 이날 ‘사랑했지만’과 ‘나무’ 등 총 2곡을 불렀다. 특히 ‘사랑했지만’에서는 상대 역으로 호흡을 맞춘 ‘그녀’ 역의 신고은과 깜짝 키스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홍기는 키스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여자 앞에서 쑥맥이라 스킨쉽이 약하다보니 연습 마지막 날에도 키스신을 맞춰보지 못했다”며 “겨우 다가갔더니 신고은에게 거부를 당해 상처를 받았다”고 밝혀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이홍기와 함께 ‘무영’ 역으로 합류하게 된 손승원은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과는 다른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했다고 밝혔다.

“제가 같이 하고 있는 공연과 상반된 역을 해야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못해서 남성스러운 역은 처음인데요. 그러다 보니 역할에 맞게 운동도 열심히 하고 태닝도 받았거든요. 10번 받았는데, 아직 많이 검지는 않아요. 20번 더 받을 거거든요. 막공 전에는 (역할에 맞게) 검은 피부로 거듭나겠습니다.” (손승원)
 
초연부터 작품을 함께해 온 유준상은 영화개봉을 앞두고 바쁜 와중에도 뮤지컬 <그날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홍보와 함께 뮤지컬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보람찬 일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고.

“초연부터 계속 공연을 펼치고 있는 입장에서 잘 해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이전에 가능하다면 (그날들을) 55세까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것 같지만 보통 2년에 1번씩 하니깐 3번 정도 하면 55세가 다가와요. 연출가에게 조금 더 하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60대에 20대 역할을 하게 되면 많은 분들이 이게 뭐냐고 할 수 있는데 (극중) 40세, 20세 역을 50세, 30세로 바꿔서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유준상)
 
새로운 배우들의 합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뮤지컬 <그날들>은 오는 11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 이우진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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