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총체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 2019.09.18
- 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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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 지난 6일 막을 올렸다. 이 공연은 이지나 연출을 선두로 작곡가 정재일, 현대무용가 김보라, 아트디렉터 여신동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온 크리에이티브 팀의 참여 소식으로 일찍부터 이목을 끈 작품이다. 발레리나 김주원, 국악인 이자람을 비롯해 마이클리, 강필석, 김태한, 문유강, 박영수, 신성민, 연준석 등 출연진도 쟁쟁하다.
지난 2016년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로 선보인 바 있는 이지나 연출은 이번에 같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현대 유럽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극을 만들었다. 미와 젊음에 집착하다 파멸했던 원작의 도리안은 조각을 전공한 모던 아트 작가 제이드로, 도리안이 지닌 아름다움을 초상화에 담아냈던 화가 배질은 사진작가 유진으로, 도리안에게 유미주의적 예술관을 설파하는 헨리는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해 스타로 키우는 기획자 오스카로 변신했다.
지난 2016년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로 선보인 바 있는 이지나 연출은 이번에 같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현대 유럽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극을 만들었다. 미와 젊음에 집착하다 파멸했던 원작의 도리안은 조각을 전공한 모던 아트 작가 제이드로, 도리안이 지닌 아름다움을 초상화에 담아냈던 화가 배질은 사진작가 유진으로, 도리안에게 유미주의적 예술관을 설파하는 헨리는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해 스타로 키우는 기획자 오스카로 변신했다.
극도의 예민·불안으로 붕괴되는 예술가의 내면 풍경 생생히 그려
제작진이 ‘총체극’이라 명명한 것처럼, 지난 17일 언론에 공개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일반적인 연극보다 음악, 안무, 비디오아트, 조명 등 비언어적 요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이었다. 극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유달리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조각가 제이드는 유진을 통해 오스카를 만나게 되고, 제이드의 재능과 스타성을 알아본 오스카는 그를 예술계의 스타로 부상시킨다.
그러나 일약 유명인이 된 제이드의 내면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린시절 정신질환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그는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 속에서 극도의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급기야는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는다. 유진은 그런 제이드를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반복되는 조증과 울증 속에서 자신이 지닌 재능과 아름다움마저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제이드는 점차 광기로 치닫게 된다.
제작진이 ‘총체극’이라 명명한 것처럼, 지난 17일 언론에 공개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일반적인 연극보다 음악, 안무, 비디오아트, 조명 등 비언어적 요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이었다. 극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유달리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조각가 제이드는 유진을 통해 오스카를 만나게 되고, 제이드의 재능과 스타성을 알아본 오스카는 그를 예술계의 스타로 부상시킨다.
그러나 일약 유명인이 된 제이드의 내면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린시절 정신질환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그는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 속에서 극도의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급기야는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는다. 유진은 그런 제이드를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반복되는 조증과 울증 속에서 자신이 지닌 재능과 아름다움마저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제이드는 점차 광기로 치닫게 된다.
점점 와해되는 제이드의 내면 풍경은 여러 예술 장르의 결합으로 생생히 표현된다. 제이드 역 김주원과 문유강의 안무가 부드럽고 역동적인 동작을 오가며 눈길을 사로잡고, 자살충동으로 치닫는 제이드의 심리는 대사 없이도 마이크와 전선을 활용한 강렬한 동작으로 선명히 전달된다.
작곡가 정재일이 만든 음악도 극의 시작부터 흡입력을 더하는 요소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부터 날카로운 기계음, 장엄한 합창곡을 오가는 음악이 무대에 다채로운 결을 더한다. 도리안의 뮤즈였던 가수 시빌, 그리고 오스카가 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부르는 곡들도 인상적이다.
작곡가 정재일이 만든 음악도 극의 시작부터 흡입력을 더하는 요소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부터 날카로운 기계음, 장엄한 합창곡을 오가는 음악이 무대에 다채로운 결을 더한다. 도리안의 뮤즈였던 가수 시빌, 그리고 오스카가 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부르는 곡들도 인상적이다.
주인공들의 각기 다른 예술관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예술은 누군가가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확장해주는 것”이라는 유진, 삶보다 예술 자체를 중시하며 “고통과 광기 없이는 예술이 탄생할 수 없다”고 말하는 오스카 등 예술의 역할을 둘러싼 분분한 의견은 원작 소설이 탄생했던 19세기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히 나뉠 수 있는 극이다. 대사보다 안무·음악·영상 등에 비중을 두고 전개되는 제이드의 심리 변화는 누군가에게 다소 불친절하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매닉-디프레션(manic-depression, 조울증)’ 등 그의 심리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거듭 언급되는 정신의학 용어를 비롯해 극도의 광기로 이어지는 감정선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기에는 이질적인 소재일 수 있다.
그러나 대중성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고 기꺼이 새로운 작업에 도전해 이뤄냈다는 점에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공연이다. 현대무용과 비디오아트, 세련된 음악의 결합은 일반적인 연극 무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경험이며, 새로운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신선하고 매혹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도리안 역 김주원과 문유강, 유진 역 이자람, 박영수, 신성민, 연준석, 오스카 역 강필석, 마이클리, 김태한 등이 저마다 각기 다른 결로 빚어내는 인물들도 물론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11월 10일까지 유니플렉스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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