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된 작가, 강요된 글쓰기의 진실은?
- 2016.09.05
- 김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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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에 빠진 작가, 살인을 하고 원작을 훔친다”
작가 서동윤을 감금하고 글쓰기를 강요하는 보조작가
첫 번째 시나리오가 소위 대박이 터진 이후 변변찮은 작품만 내놓고 있는 슬럼프에 빠진 작가 서동윤.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던 천재적인 제자의 시나리오를 훔친다. 훔친 시나리오로 영화계약까지 하고 영화는 흥행 성공, 심지어 영화제에서 시나리오상까지 받게 되고.. 시상식날 돌연 납치된다. 그를 납치해 감금한 자는 그와 5년 동안 함께 일해온 보조작가 조영락. 낯선 공간에 감금 당하고 휠체어에 몸이 묶인 채 글쓰기를 강요당한다. 보조작가인 조영락은 칠판에 작가 서동윤이 써야 할 시나리오의 소재를 적는다.
“슬럼프에 빠진 작가, 살인을 하고 원작을 훔친다”
작가 서동윤은 처음에는 완강히 저항하지만 <도둑질한 책>이라는 제목을 타이핑하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고,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점차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연극 <도둑맞은 책>은 두 인물이 시나리오 한권을 써가는 과정 속으로 관객을 빠른 속도로 몰입시킨다. 시나리오 한권은 진실을 역추적하는 과정이다.
“슬럼프에 빠진 작가, 살인을 하고 원작을 훔친다”
작가 서동윤은 처음에는 완강히 저항하지만 <도둑질한 책>이라는 제목을 타이핑하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고,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점차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연극 <도둑맞은 책>은 두 인물이 시나리오 한권을 써가는 과정 속으로 관객을 빠른 속도로 몰입시킨다. 시나리오 한권은 진실을 역추적하는 과정이다.
작가 서동윤을 맡은 배우 송영창와 보조작가 역의 박용우
"알았어 알았어~ 쓸께! 쓰면 되잖아!”
연극 <도둑맞은 책>의 감금이라는 설정은 어느 순간 ‘사육’을 떠올리게 한다. 사육이라는 범죄적이고 변태적인 늬앙스는 ‘여고생유괴사육사건’ 이라는 일본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완전한 사육’이나 감금당한 여성이 아들까지 낳고 함께 탈출을 시도하는 영화 ‘더룸’ 등 다양한 영화와 소설의 소재로 쓰였다. 연극 <도둑맞은 책> 에서도 감금당한 작가 서동윤은 처음에는 저항하지만 조영락의 협박에 글을 쓰고 어느 순간 ‘캐릭터가 스스로 말을 하는 듯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그가 쓰기를 거부할 때마다 협박과 함께 ‘네 몸 오장육부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 진실을 써라’ 라는 독려(?)는 아이러니하게 감금된 상태의 그가 슬럼프를 딛고 창작에 다시 온전히 에너지를 쏟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그가 뱉은 ‘고맙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배우 박호산과 조상웅
"내 손은 타이핑만 할 뿐, 캐릭터가 스스로 말을 하는 것 같다니깐”
송영창과 박용우, 박호산과 조상웅배우가 고정 페어로 연기하며(제작팀은 우스개 소리로 영화배우팀, 뮤지컬배우팀 이라고 한단다) 두 조합은 의도적으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 해석을 했다고 느껴질 만큼 다르다. 박용우가 연기하는 조영락은 분노에 차고 공격적이지만, 조상웅이 연기하는 조영락은 연약하고 나약하다. 박용우와 달리 저런 순한 사람이 어쩌다 이런 일을 벌렸는지 더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와 드라마로 익숙한 박용우는 이번이 첫 연극 무대지만 발성과 연기톤이 안정되고 에너지가 넘친다. 송영창과 박호산이 연기하는 같은 캐릭터인 작가 서동윤도 매우 다르다. 송영창이 연기하는 서동윤은 나약한 인간이 빠질 수 있는 유혹, 콤플렉스, 분노, 야심 그로 인한 파멸의 과정이 함축적으로 담겨있고, 박호산은 최근 드라마에서의 모습이 오버랩되어선지 뻔뻔하고 능청스런 표정과 연기가 비열함을 강조해 캐릭터 속 본연의 악이 발현된 듯한 느낌이다.
초연과 크게 달라진 점은 지난해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한 ‘도둑맞은 책’ 원작의 동명 웹툰 이미지를 영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웹툰의 구체적인 장면 이미지는 호불호가 있을 듯 하다. “읽는 이에게 여백을 줘, 상상할 수 있도록”이라는 서동윤의 대사와는 상충되는 부분이다.
동명의 웹툰의 이미지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연극 <도둑맞은 책>은 9월 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에서 예매 할 수 있다.
글: 김선경 기자 (uncanny@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글: 김선경 기자 (uncanny@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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