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치유, 화해…잔잔한 감동의 신작, 극단 산울림 ‘앙상블’ 개막
- 2019.09.20
- 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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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이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신작 ‘앙상블’이 지난 19일 개막했다. 극단 산울림은 개막일 본공연에 앞서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연극은 프랑스의 30대 젊은 작가가 ‘장애’를 소재로 쓴 작품이지만, 가족간 소통의 어려움과 화해, 치유의 메시지를 담아 한국 관객들에게도 세대를 불문하고 충분히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따스한 공연이었다.
작가 겸 배우 파비오 마라(Fabio Marra)가 쓴 이 희곡은 한 노년의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장을 보고 귀가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른 체격에 머리는 염색을 하다만 듯 흰 머리가 뭉텅뭉텅 보이는 이 어머니는 마트에서 사온 음식 꾸러미를 정리하느라, 또 다 큰 아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아들은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지만, 지적 장애를 갖고 있어 일일이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흥분하면 곧잘 소리를 지르거나 엉뚱한 장난으로 사고를 치는 아들을 어머니는 참을성 있게 돌본다.
작가 겸 배우 파비오 마라(Fabio Marra)가 쓴 이 희곡은 한 노년의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장을 보고 귀가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른 체격에 머리는 염색을 하다만 듯 흰 머리가 뭉텅뭉텅 보이는 이 어머니는 마트에서 사온 음식 꾸러미를 정리하느라, 또 다 큰 아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아들은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지만, 지적 장애를 갖고 있어 일일이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흥분하면 곧잘 소리를 지르거나 엉뚱한 장난으로 사고를 치는 아들을 어머니는 참을성 있게 돌본다.
얼마 후 이 모자 앞에 10년 전 집을 나갔던 딸 산드라가 등장한다. 깔끔한 옷차림에 고급 구두를 신은 그녀는 피로와 가난에 지친 어머니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러나 10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 딸의 대화는 그다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행적을 알 수 없는 아버지, 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오롯이 헌신해온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보며 소외감을 느끼고 집을 나갔던 딸. 이들 사이에 패인 감정적 골은 꽤나 깊어 보인다.
이어지는 극은 그 골의 깊이와 결을 섬세히 보여준 끝에 마침내 화해로 끝맺으며, 그 안에는 인간을 향한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이 배어 있다. 장애를 가졌으나 선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들, 자녀들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비밀을 품은 어머니, 오빠를 특수 시설에 보내자고 주장하는 딸, 이들은 모두 저마다 인간적인 면모와 사연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이들의 이야기는 프랑스라는 배경이 굳이 인식되지 않을 만큼 이질감 없이 와 닿으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이어지는 극은 그 골의 깊이와 결을 섬세히 보여준 끝에 마침내 화해로 끝맺으며, 그 안에는 인간을 향한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이 배어 있다. 장애를 가졌으나 선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들, 자녀들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비밀을 품은 어머니, 오빠를 특수 시설에 보내자고 주장하는 딸, 이들은 모두 저마다 인간적인 면모와 사연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이들의 이야기는 프랑스라는 배경이 굳이 인식되지 않을 만큼 이질감 없이 와 닿으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2015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앙상블’은 관객과 평단의 큰 호평에 힘입어 프랑스는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체코, 폴란드 등에서 공연됐고, 이번에 극단 산울림에 의해 처음 국내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한국 초연에 맞춰 내한해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 파비오 마라는 “굳이 장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경쟁이 우선시되는 시대에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그런 가치 말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정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미켈레(아들)라는 인물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과연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공연에서 직접 미켈레 역을 연기하기도 했던 그는 이번 한국 공연에 대해 “한국은 알파벳 언어권이 아닌데도 이 작품의 본질을 잘 포착한 공연이 된 것 같아 울고 웃으며 봤다. 특히 이자벨라 역 예수정 배우의 감정이 격해질 때 그 감정들이 스펀지처럼 흡수됐다.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을 표했다.
“경쟁이 우선시되는 시대에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그런 가치 말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정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미켈레(아들)라는 인물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과연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공연에서 직접 미켈레 역을 연기하기도 했던 그는 이번 한국 공연에 대해 “한국은 알파벳 언어권이 아닌데도 이 작품의 본질을 잘 포착한 공연이 된 것 같아 울고 웃으며 봤다. 특히 이자벨라 역 예수정 배우의 감정이 격해질 때 그 감정들이 스펀지처럼 흡수됐다.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번 국내 공연의 연출은 연극 '방문자'(2008) 이후 11년 만에 산울림으로 돌아온 심재찬 연출가가 맡았고, 어머니 이자벨라 역은 배우 예수정이, 아들 미켈레는 유승락이, 산드라 역은 배보람이, 사회복지사 클로디아 역은 한은주가 맡았다.
그간 '도둑들', '부산행', '신과 함께' 등의 흥행 영화 및 드라마에 출연해온 예수정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무대로 복귀했다. 대본을 보고 단번에 출연을 수락했다는 그는 “작품을 너무 잘 썼다”며 “정말 햇빛처럼 아름답게 살아있는 인물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나 역시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을 만나면 좀 움찔하게 되고 그의 진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데, 이 작품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한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간 '도둑들', '부산행', '신과 함께' 등의 흥행 영화 및 드라마에 출연해온 예수정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무대로 복귀했다. 대본을 보고 단번에 출연을 수락했다는 그는 “작품을 너무 잘 썼다”며 “정말 햇빛처럼 아름답게 살아있는 인물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나 역시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을 만나면 좀 움찔하게 되고 그의 진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데, 이 작품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한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심재찬 연출 역시 “대본을 처음 받아보고 놀랐다. 이름만 다르지 우리 정서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까 생각했다. 이자벨라를 보면서 마치 우리 엄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작가가 30대 중후반 남자 작가인데 어떻게 이런 작품을 썼는지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산드라는 오빠 대한 감정 때문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상당히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비인간적인 인물로만 그려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산드라의 입장이 현실로 잘 받아들여지게 할까 생각했다”고 특히 신경 쓴 부분을 말한 그는 “양극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짚었다.
연극 '앙상블'은 10월 20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극단 산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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