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작품" ‘이선동 클린센터’ 배우들의 특별한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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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 정리사’라는 직업을 소재로 한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가 지난 4일 첫 무대에 올랐다. 권정희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창작뮤지컬은 유쾌하면서도 따스한 정서를 바탕으로 타인과의 진실한 소통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삶과 죽음에 대한 뜻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이 뮤지컬의 주인공 이선동은 취직난에 시달리는 20대 청년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외로운 일상을 버텨내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유품을 정리하는 회사에 취업하게 되고, 자신에게 죽은 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동료 유품 정리사인 정규, 당찬 여성 보라 등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가 죽은 이의 유품을 전해주며 위로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슬픔과 고독을 마주하고 치유하게 된다.
 
이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실제 오늘날 존재하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무연고 노인,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건넬 사람 없는 고독 속에서 오직 ‘먹방’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bj, 사채업자에게 진 빚이 터무니없이 불어나 절망에 빠진 사람 등이다. 극은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변화하는 이선동과 정규, 보라를 통해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작은 노력이 큰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유머와 감동을 적절히 오가며 펼쳐지는 장면 속에서 배우들의 열연과 경쾌한 음악이 따스한 감동을 전한다.
 
‘이선동 클린센터’의 배우들은 지난 10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전막 시연 후 출연 소감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원작 소설을 쓴 권정희 작가와 뮤지컬 각색 및 연출을 맡은 오세혁 연출, 작곡 및 음악감독을 맡은 김혜영 작곡가도 참석했다.

인기 웹툰 '장미아파트 공경비'의 스토리도 썼던 권정희 작가는 범죄 스릴러를 쓰기 위해 범죄 심리학을 전공하고, 탐정물을 쓰고 싶어 민간조사원 자격증을 따는 등 현장 중심의 심도 있는 공부와 취재를 통해 작품을 집필해왔다. 소설 ‘이선동 클린센터’에도 그런 경험을 녹여낸 권 작가는 이 소설로 2016년 한국콘텐츠 진흥원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현재 이 작품의 웹툰 및 드라마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설 ‘이선동 클린센터’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지금 이 소재로 소설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쓸 것 같았다”며 웃음 지은 권 작가는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에 대해 “공연을 보며 많이 울었다. 원작보다 더 훌륭하게 만든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도 너무 좋다. 내 작품이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도록 작업해줘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 오세혁 연출, 권정희 작가, 김혜성 음악감독

소설이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원작에 담긴 약 13가지의 에피소드 중 2가지가 무대로 옮겨졌고, 먹방 bj 등의 새로운 설정도 들어갔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오세혁은 “원작을 보면서 주인공들의 태도에 큰 감명을 받았다. 실제로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아무 말 없이 와서 궂은 일 해주는 친구들이 우리 주위에 있지 않나. 그런 친구들이 이 소설에 많았다”며 “공연을 통해서 주인공들의 그런 태도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 또 관객 분들이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바다와 김세중이 이선동 역을, 강정우와 양승리가 정규 역을, 이봄소리와 걸그룹 나인뮤지스 출신의 금조가 보라 역을 맡아 출연하고, 차청화와 이현진, 장격수와 최영우, 김동현과 김방언이 각기 멀티 역을 맡아 등장한다. 배우들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죽음에 대해, 또 타인과의 연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처음 유품 정리사라는 생소한 직업에 호기심이 생겨 좋았다는 김바다는 "이선동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정리해주는 사람인데, 동시에 귀신을 보는 사람이다. 그 마을을 잘 모르겠더라”며 “나도 그동안 살면서 맞닥뜨린 죽음이 있었는데, 그 죽음이 가까이 있어서 그로 인한 감정을 내가 많이 외면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이선동도 그런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같은 역할의 기세중은 “일단 이 직업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공부했다. 또 죽은 자들의 물건들 정리할 때 그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들을 어떻게 정성스럽게 잘 담아서 표현할지, 처음엔 귀신을 안 보려고 했던 이선동이 어떤 심경 변화 끝에 고인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는지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중점 둔 부분을 설명했다.
 
보라 역을 맡은 이봄소리는 "원래도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살았는데, 죽음 이후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 대한 생각은 별로 안 했던 것 같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겪은 죽음들을 조금 더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보라가 아닌 이봄소리로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살면서 가까운 사람을 떠나 보낸 경험이 없어 공감이 힘든 부분도 있었다”는 보라 역 금조는 “공감된 부분은 보라와 아버지의 관계다. 나도 불효녀라서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해봤는데, ‘뒤늦은 말’이라는 넘버 제목처럼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께 따뜻한 말을 건네게 되더라”고 이번 작품을 연습하는 동안 겪은 변화를 이야기했다.
 
이선동의 든든한 동료 정규를 연기하는 강정우도 “요즘은 고독사하는 분들 중 40~50대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분들을 찾아가서 이야기 해드리는 사회적 시스템만 갖춰도 그런 죽음이 많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 작품을 하면서 일단 나도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신경 쓰는 자세를 갖게 됐다. 인생에서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고 밝음과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간의 변화를 돌아봤다.

같은 역의 양승리는 “사랑했던 동생이 하늘나라에 간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그 친구와 살 때 같이 입었던 옷을 무대 위에 올려두고 소품으로 쓴다”며 특별한 일화를 전했다. “공연을 하면서 그 친구를 계속 추억하게 되고, 그 친구가 있어서 든든하게 이 공연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그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게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이번 공연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말했다.
 

배우들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독거노인을 위한 의미 있는 캠페인도 시작했다. 배우들 사이에서 독거노인을 위한 모금함을 돌려 계속 진행 중이고, 공연장 로비에도 ‘행복 모금’이라 이름 붙인 모금함을 설치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전액 독거노인지원센터로 기부될 예정이다. 


이 캠페인을 제안했다는 강정우는 “독거노인 분들이 외롭지 않은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작은 정성이라도 모아보고 싶었다. 여러 분들이 한 번 더 관심을 가져 주시면 따뜻한 뜻이 그분들께 전달될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는 11월 10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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