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무대로 돌아온 ‘다윈 영의 악의 기원’…"디테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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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악인이 되어가는지 탐구한 호아킨 파닉스 주연의 영화 ‘조커’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공연계에서도 악의 근원을 파헤치는 작품,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지난 15일 개막했다.


2018년 초연한 서울예술단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故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원작 소설은 2016년 856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출간되었다. 두툼한 책 안에는 삼대에 걸친 가족에게 펼쳐진 숙명적인 사건들이 펼쳐지며 선과 악, 인간이 가진 악의 본질에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초연 당시 6일, 9회라는 짧은 공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초연 공연 폐막 후 재공연과 음원 발매 요청이 쇄도했으며, 원작 작가인 박지리의 다른 소설들도 관심을 끌었다.

 

지난 16일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주요 장면이 공개됐다. 이날 40여 분간 펼쳐진 시연에서는 작품의 오프닝 곡인 ‘프라임스쿨’을 시작으로, 절도 있는 군무가 돋보이는 ‘척결’, 그레고리안 성가 형식을 차용한 ‘시험’, 작품의 주제 의식과 다윈의 내면을 담은 ‘용서할 수 없는 죄’, 적극적으로 삼촌의 죽음을 파헤치는 루미의 솔로곡 ‘안녕 루미’ 등 6곡의 넘버와 해당 장면이 펼쳐졌다. 초연에 이어 최우혁, 박은석, 강상준, 송문선, 최정수 등 주요 배우들이 다시 참여해 안정감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시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창작진과 주요 배우들은 빠른 시간 안에 재연 무대를 선보인 것에 입을 모아 기쁨과 감사함을 표했다. 제작진을 대표해 인사말을 건넨 서울예술단의 유희성 이사장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어둡고 무거운 세계관을 담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초연 때 많은 관객들이 좋아해 줬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큰 관심에 깜짝 놀랐고, 감사한 마음으로 재연에 임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최상위 1지구에 위치한 명문 프라임스쿨은 중세 수도원 건물을 개축한 기숙사 학교로 매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통과한 16살들이 입학하는 곳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무거운 진실을 마주한 소년 다윈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자신의 세계와 결별하고 어른이 된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서 극의 몰입을 높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박천휘 작곡가가 만든 음악이다. 그의 음악은 클래식하면서도 웅장하고 어두운 느낌의 곡들로 작품의 정서를 전달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박천휘 작곡가는 재연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곡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연 때 ’사랑해야 한다’는 곡 자리에 ‘밤이 없었다면’이라는 새로운 곡이 추가됐다. 다윈이 악행을 하게 되는 계기 되는 곡이다. 초연 때 '사랑해야 한다'는 잘 쓰고 싶었는데 시간에 쫓기다 아쉬운 곡이 됐다. 초연 때 다윈의 캐릭터가 주인공이지만 쉽게 정서적으로 동조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인물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이 많아 진정한 악을 완성하는 다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연에 ‘밤이 없었다면’이란 노래로 바꾸면서 악의 근원을 향해 가는 다윈의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초연과는 한 곡의 차이지만 전체적으로 연출의 디테일과 합쳐져 훨씬 어두운 곡으로 바뀌었다. 다윈이 관객보다 앞서 나가면서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보여주는 곡이다. 이번에 최우혁 배우에게도 원하던 어려운 곡이 갔다"라고 전했다.
 

오경택 연출은 “재연의 연출 포인트는 디테일이다. 원작 소설의 분량 자체가 900쪽이 되는 분량이다. 이것을 2시간 35분 안에 압축해서 표현을 하다 보니 대사 하나하나, 가사 하나하나, 배우의 표정, 호흡 하나하나가 모든 것이 원작의 표현들을 압축했다. 초연 때 넉 달을 고생해서 올렸지만 그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사소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지점들을 찾았다. 결국은 작품의 처음 출발이자 완성은 이런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초연의 큰 틀은 유지했지만 박천휘 작곡가가 새로 써 준 곡을 필두로 디테일을 잡아가면서 작품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초연 때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기존의 있었던 대중문화 코드에 벗어났지만 그걸 구성하고 있는 건 대중적인 코드가 많다. 계급사회로 나눠진 세계관, 귀족학교, 살인, 스릴러, 추리 등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낼 수 있는 대중적인 요소들이다. 또한 삼대에 걸친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 아버지를 위해 희생하는 아들의 모습 등이 우리의 보편적인 정서와 생각을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주인공 다윈 역으로 무대에 서는 최우혁은 “그동안 많다면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이 작품은 대본과 원작을 받자마자 손을 놓치 못하고 계속 읽었다. 말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는데 뭔가 촉이 왔다. ‘이건 무조건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을 했다. 초연 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잘 웃지도 못했다. 재연에 오면서도 부담감은 똑같이 있지만 그 중압감을 이길만큼 작품이 매력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윈의 친구 레오 역의 강상준은 “재연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인 연습 전부터 전화 통화로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16살 소년을 연기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예술단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오는 10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다윈 영의 악의 기원' 티켓예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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