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의 공연, 마법같았어요” 코린 베일리 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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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와 장재인이 꼽은 롤모델, 부드러운 목소리로 늘 변화하는 삶과 행복, 자연에 대해 노래해온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가 곧 내한해 5년 만의 단독콘서트를 연다. 오는 10월 18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그녀가 2010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정규 3집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이기도 하다. 2006년 데뷔와 동시에 전세계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그녀는 남편과의 사별 후 긴 침묵 끝에 2010년 를 발표했고, 또다시 오랜 시간을 들여 세 번째 앨범을 완성했다. 그녀 자신이 말하듯 기쁨으로 가득한 앨범이며, 듣는 이를 따뜻하게 응원하는 앨범이다. 고통 끝에 다시 생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되찾은 그녀의 지난 시간이 오롯이 담긴 듯하다. 거듭해서 깊이를 더해가는, 그러나 특유의 맑고 부드러운 감성을 잃지 않은 그녀와 음악과 삶,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서면인터뷰로 나눴다.

Q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음악을 좋아하고, 아이유, 장재인 등의 인기가수가 당신을 롤모델로 꼽기도했습니다. 당신의 어떤 감성이 한국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생각하나요.
한국 팬들이 정확히 왜 제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 팬들이 제 음악을 좋아해준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느껴요. 제 생각에는 한국인들은 멜로디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많은 가요 음악을 들어보면 굉장히 멜로디를 중요시 여긴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전 한국 팬들이 제 음악을 즐기고 찾아줘서 무척 행복해요. 또 저는 한국을 방문하는 걸 무척 즐기는데, 한국 팬들이 제 음악을 좋아해주면 저도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니 너무 좋아요.
 
Q 2011년 내한공연부터 작년 <서울재즈페스티벌>까지, 총 세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내한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들이 무척 많아요. 가장 최근 건은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했을 때 였어요. 제가 ‘The Skies Will Break’를 공연으로 선보인 지 얼마 안됐을 때였고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었는데, 관객들이 어느 순간부터 음악에 따라 박수를 치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저는 기쁨으로 가득 찼고 음악이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모습을 봤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이 곡에 대한 믿음이 생겼죠. 스튜디오에서 이 곡과 많은 시간을 보낸 후, 이 곡이 드디어 밖으로 나와 사람들 앞에서 선보여지고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는 건 마법같았어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의 손이 모두 하늘로 향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또 기억에 남는 순간은 봉은사를 방문했을 때에요. 불경을 읊는 소리와 노래, 북소리, 목탁소리를 들었을 때 굉장히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봉은사에 있는 굉장히 오래된 종을 봤는데 정말 놀라웠어요. 그렇게 많은 세월을 견딘 유물을 봤을 떄 겸손해지는 느낌이었고, 한국의 문화가 아직도 잘 보존되어 있고 풍부하다고 느끼게 된 경험이었어요. 퇴근 후 절에 기도를 올리고 조용히 집에 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모두 생기 넘쳐 보였고 이런 곳에 저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어요.
 
그리고 아이유가 저와 무대에 함께 섰던 순간을 잊지 못할거에요. 제가 제 첫앨범과 함께 공연하던 때였는데, 아이유가 무대에 올라와서 ‘Put Your Records On’을 불렀는데 너무 좋았어요.
 
Q 이번 정규앨범은 2010년 이후 6년 만에 발표했습니다. 언제쯤 ‘이제 새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요. 신보 수록곡 중 가장 먼저 작업한 곡은 무엇이었는지, 곡을 쓸 때 했던 생각이나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이 앨범 작업을 시작한 건 2011년 중반 쯤에 제가 투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였어요. 사랑 노래를 담은 EP를 이미 녹음했었고, 투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죠. 진심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녹음을 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했고 그래서 전 제 스튜디오를 설계했어요. 제가 원할 때 저만의 공간에서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건 굉장히 자유로운 경험이었어요. 큰 모험을 했던 거죠. 그리고 제가 다음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기억나는 순간 중 하나는, 곡 작업을 할 때 그저 눈을 감고 기타나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멜로디를 따라갔어요. 그때 제가 많이 느꼈던 감정들은 기쁨과 자유로움이였죠. 힘든 시간을 겪고 미래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으로 도달한 시기였던지라 제가 하는 작업들에 많은 집중을 할 수 있었죠. 제가 주로 작업했던 주제들은 변화와 행복함,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것과 자연이였는데 이 아이디어들은 여러 곡을 작업할 때 항상 떠오르는 주제들이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앨범에 실린 곡 중 제가 가장 먼저 썼던 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Push For The Dawn’일 거에요. ‘Night’ 도 가장 먼저 작업했던 곡들 중 하나구요.
  
Q 앨범 작업을 주로 LA에 머물면서 했다고 들었습니다. LA의 풍경이나 음악적 환경은 영국과 어떻게 달랐나요. 그리고 그건 당신의 음악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저는 앨범 작업을 리즈와 로스 앤젤레스에서 했어요. 두 다른 도시에서 작업하는 건 앨범에 색다른 느낌을 입히기는 했지만, 같은 곡을 리즈와 LA에서 녹음해봤을 때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때도 있었어요. 제가 직접 설계한 스튜디오는 굉장히 내츄럴한 느낌이 강해요. 탁 트인 공간이고, 테이프 기계를 사용하고 피아노, 보컬, 베이스, 기타 등 모든 곡에 라이브 악기를 사용하죠. 그래서 제 스튜디오에는 악기가 많아요. 리즈에 있는 제 스튜디오에서 하프와 글로켄슈필, 비브라폰과 다른 악기 소리를 다 녹음했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서 녹음이 잘 됐다고 생각해요. LA에 도착했을 때는 좀 더 방향성이 제시되어서 좋았어요. Capitol Records에서 일하는 Ron Fair라는 분과 작업했고 제가 음악적으로 무척 존경하는 분들인 James Gadson, Pino Palladino, 그리고 Marcus Miller 와 같이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죠. 그리고 LA에는 제가 존경하는 KING 나 위에 언급한 뮤지션들과 같이 뮤지션들의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그 커뮤니티에 함께할 수 있는 건 무척 좋은 경험이었죠. 그리고 물론 햇살이 가득한 곳에 있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낮에는 일에 매진하고 저녁에 수영을 하러 가고는 했죠.
 
Q 지난 앨범 를 작업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 당신과 당신의 음악적 방향, 혹은 인생관은 어떻게 달라져 있다고 느끼나요.
제 생각에 이번 앨범은 기쁨으로 가득하고 실험적인 앨범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와는 다르죠. 저는 진짜 드럼도 쓰고 싶었고, 드럼 머신과 프로그램 드럼도 써보고 싶었어요. 신디사이저 요소도 많이 써서 밝고 반짝이는 느낌도 주고 싶은 반면 어쿠스틱 요소도 넣어서 깊이를 주고 싶었죠.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느낀 건 많은 음악적 요소들로 실험을 해보고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전 많은 자유로움을 느꼈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험해보며 제 가능성의 한계도 보고 싶었구요.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자신감이 더 생겼고 다른 작곡가들과도 프로듀서들과도 같이 작업했어요. 는 자연스러움에 집중했던 앨범이라 한계가 있었어요. 이번 앨범에는 주로 Steve Brown, John Hill, 그리고 Paris Strother와 함께 작업하며 여러 색다르고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죠. 어떻게 보면 에 대한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었고, 그래서 아마 제 다음 앨범도 이번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요.
 
Q 당신은 큰 슬픔을 겪었고, 당신 말대로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가 다시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흔히 ‘고통은 인간을 성숙하게 한다’고 얘기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음악의 경우엔 어땠나요.
‘고통은 인간을 성숙하게 한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해요. 인생은 행복과 고통으로 가득하고, 살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경험하게 되죠. 그리고 제가 겪은 모든 일들은 제 음악에 기여를 하고 깊이를 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좋아요. 인생은 늘 토요일 밤을 즐기고, 주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훨씬 더 깊고 많은 감정들로 가득 차 있죠. 그래서 전 여러 감정들에 대한 곡을 쓰는 게 좋아요.
 
Q 신보 중 ‘Stop where you are’ ‘Walk on’ 등의 곡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러주는 응원의 노랫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당신이 음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이 삶을 향한 따스하고 긍정적인 시선인가요.
그 곡들의 메세지를 좋아하셨다니 너무 기뻐요. 제 생각에 저는 평소에 따뜻함과 긍정적인 생각을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고, 그러한 노력이 제 음악을 통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의 곡 작업을 할 때 제 노래들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돋구어주고 싶었어요. 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요. 그리고 이제 이 곡들을 라이브로 연주하고 불러보니 사실 제가 음악을 통해 주고 싶었던 격려는 다른 사람들을 향했다기 보다 제 자신에게 향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죠. 마치 곡들이 제게 용기를 주기 위해 온 것 같았어요. 가사에서뿐만 아니라 음악의 사운드로부터 용기와 힘을 얻어요. 제겐 들으면 덜 외롭고 활력이 도는 음악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이 들으면 덜 외롭고, 희망이 생기고 공감력을 느끼게 하는 이 세상 많은 음악 중 하나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에요.
 
Q 당신은 노래를 통해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때로 슬픔과 고통이 찾아오는 삶 속에서 자기 안의 목소리와 강인함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당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슬픔과 고통을 겪은 후 깨닫는 것이 있다면 이건 인생에서 자연스러운 부분이라는 거에요. 제가 겪었던 일 중 흥미로웠던 건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잘 아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자주 가던 레스토랑 직원이 될 수도 있고, 마트에 함께 줄 섰던 사람 또는 병원에 갔을 때 우연히 만난 사람일 수도 있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고 그런 고통을 겪는 건 삶의 일부분일 뿐이에요. 저는 그래서 비교적 일찍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란 걸 배웠어요. 그리고 그런 고통을 극복하는 건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리죠. 누군가를 잃고 겪는 슬픔은 굉장히 긴 여정이에요. 내 자신에게 친절하고, 내 자신을 돌보고 성급히 회복하려 나 자신을 감정적으로 몰아부치지 않아야 해요. 본인이 느끼는 감정은 모두 맞는 감정이고 정상인거에요. 슬픔과 고통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신에게 극복을 위한 체크리스트나 미션을 주지 않는 거에요. 시간이 지나야 나아지는 것 중 하나고, 긴 여정이라는 걸 깨달으면 한결 나아져요.
 
Q 아이유와 함께 했던 공연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평소 영어권 외의 뮤지션들의 음악을 두루 찾아 듣는 편인가요? 그중 인상깊었던 뮤지션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아이슬란드 출신인 Bjork 와 말리에서 온 Amadou and Mariam, 그리고 브라질 뮤지션인 Antonio Carlos Jobim 의 음악을 즐겨 들어요.
 
Q 이번 공연의 선곡은 어떤 것들을 염두에 두고 하셨나요. 어떤 공연이 될지 미리 예고해주신다면.
이번 공연은 전에 선보인 음악들과 신곡들이 가득한 공연이 될 예정이에요. 전 항상 공연하는 도시에서 인기가 많은 곡들을 선곡하는 편이니 공연장에 오시는 분들 모두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들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벌써 밴드와 투어를 시작한지 몇달이 지났고, 저희는 매일 밤 라이브로 연주하는 걸 무척 즐긴답니다. 저희는 백킹 트랙도, 클릭 트랙도 쓰지 않으니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관객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공연이 될 거에요. 그러니 관객분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쳐주신다면 저희도 거기에 맞춰 같이 노래하고 연주할 거고, 우리만의 특별한 밤을 만들 수 있을거에요.
 
Q 2011년 이후 한국에서 5년 만에 여는 단독콘서트입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제 음악을 2006년부터 찾아주신 한국 팬들에게 큰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아름다운 나라가 집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안하고 환영받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제 음악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들어주시길 바라며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시켜준 한국 아티스트들에게도 감사합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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