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워졌다, 연극 <날 보러와요>

  • like2
  • like2
  • share
20주년을 맞은 연극 <날 보러와요>가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새로워진 모습을 공개했다.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 삼아 지난 1996년 초연된 연극 <날 보러와요>는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리메이크 돼 흥행몰이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새로운 캐스팅이다. 올해 초 공연에서는 권해효, 김뢰하 등 초연배우들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관록의 무대를 보여줬다면, 이번 공연은 18명 출연 배우 모두 <날 보러와요>에 출연한 적이 없는 새로운 캐스팅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기존 공연을 본 적이 없어 배역에 대한 선입견 없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수 있었다.
 
“초연 이후 작품은 꾸준히 변해 왔어요. 그런데 그동안 배우와 스탭들이 사실적인 것을 추구하는 방향으로만 가다 보니 초연보다 연극성이 약화됐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이번에는 새 배우, 스탭들과 함께 연극성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김광림 연출)
 
연극적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변화를 준 부분으로는 안무와 음악을 꼽을 수 있다.
 
안무는 총 2개 장면에 삽입됐다. 극 초반 살인범과 그의 그림자들이 갈대 숲 속 여기저기서 나타나 범행도구인 우산을 잡아 드는 순간을 음산한 분위기의 안무로 표현해냈다. 초반 10분을 강렬하게 장식하며 관객을 압도하는 대목이었다. 극 후반 다시 등장하는 살인범과 그림자들은 손전등을 활용해 살인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대사가 촘촘히 맞물려 전개되는 장면이 많은 이 작품 내에서 안무는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동시에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주선율 삼아 시계 초침 소리와 종소리를 버무려 만든 배경음악은 극에 음산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제작진은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블루스 가요를 삽입해 1980년대 수원 지역의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 이번 시즌 공연에 새롭게 추가된 안무 '춤추는 악령'

연극 <날 보러와요>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기존의 매력을 지켜내고자 노력한 흔적도 엿보였다. 극한으로 치닫는 긴장감을 완화시켜주는 풍자적 설정과 유머는 여전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새로 투입된 배우들도 리듬감 넘치는 대사의 맛을 잘 살려냈다. 대사 사이사이에 작은 틈도 없이 탄력있게 대사를 주고 받는 배우들의 호흡에서 그간의 연습량을 짐작할 수 있었다.
 
“뮤지컬을 계속하다가 이 작품을 하게 됐는데, 다시 한 번 대본의 힘에 대해 느낄 수 있었어요. 무대에 서는 배우라면 한국말을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뮤지컬에는 영어 번역체가 많기 때문에 대사적인 부분을 조금 간과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날 보러와요>를 하면서 많은 공부가 됐어요.” (정인지. 박기자 역)
 
“대본이 워낙 탄탄해서 천천히 읽으면서 꼭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옛 것에서 조언도 얻고, 새롭게 발견한 게 있으면 거침없이 시도하면서 작업했습니다.” (박정복. 김형사 역) 
 
20년 동안 시대가 바뀌어도 관객들에게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가 꾸준히 사랑받는 연극 <날 보러와요>는 오는 12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 (Mr.Hodol@Mr-Hodol.com)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공연

#다른 콘텐츠 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