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 뮤지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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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런던,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인형의 죽음>의 작가 유진 킴의 사무실에 느닷없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소리의 주인공은 출판사에서 보냈다며 찾아온 보조작가 지망생 싱클레어. 유진은 그에게 연쇄살인범의 유서를 건네며 이야기를 만들어보라 시킨다.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엔 괴물이 있잖아요.” ‘자기 안의 괴물’을 털어놓던 싱클레어는 문득 ‘오필리어 살인범’의 실체가 유진이 아니냐며 그를 닦달하기 시작한다.

도입부터 결말까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뮤지컬 <인터뷰>는 10년 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초연은 지난 5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12일간 펼쳐졌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야기의 매력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작품에 어울리는 넘버가 맞물려 성공적인 초연과 함께 해외 진출이 확정됐다. 일본 교토에서는 이미 지난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900석 규모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오는 2017년 1월에는 도쿄 공연을, 2월에는 뉴욕 공연을 앞두고 있다.

연이은 해외공연 일정에 앞서 초연보다 더 밀도 높은 모습으로 한국 관객을 찾는 뮤지컬 <인터뷰>. 지난 27일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인터뷰>의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추정화 연출,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허수현 감독, 김수로 프로듀서, 그리고 전 배우들(이용규, 한서윤 제외)을 만났다.

#<인터뷰>가 사랑받는 이유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 덕분
 
매우 짧은 기간 선보인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이렇게 빨리 해외 러브콜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수로 프로듀서는 <인터뷰>의 매력 중 하나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꼽았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아동학대나 가족 간의 관계 등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런던에서 이슈가 된 공연 역시 아동문제를 다뤘다. “왜 이 작품을 좋아해요?”하고 물어봤을 때 국가를 불문하고 따라오는 대답이 가정,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더라. 이런 문제를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로 프로듀서의 말대로, 뮤지컬 <인터뷰>는 피해자였던 아동의 ‘심리적’인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대해 자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상처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에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벨 리’와 외국 동요 중 하나인 ‘누가 울새를 죽였나’가 활용된다. 특히 에드거 앨런 포의 경우, 작중 보조작가 지망생인 싱클레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도 언급된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추정화 연출은 “원래 에드거 앨런 포를 굉장히 좋아한다. 특유의 간단명료함이 좋았다. 포는 천재적인 작가이지만 돈이 없어 마지막까지 아픈 아내의 병간호를 하지 못한 채 떠나 보내기도 하는 등 정말 비참한 삶을 살았다. 작중 맷 시니어라는 캐릭터는 (아동학대가 빈번하게 이루어진) 그런 집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포를 뛰어넘는 작가가 될 만큼 실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천재적인 기질과 안타까운 상황이 포와 닮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소설과 작가를 연결해 보았다.”며 에드거 앨런 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유를 밝혔다.
 

#짧은 초연 후 다시 돌아온 <인터뷰>, 달라진 점은?

지난 5월 초연 이후 4개월 남짓 지났다. 120석 규모에서 출발했던 공연이 900석 규모의 교토 무대까지 사로잡았다. 그 사이에 <인터뷰>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추정화 연출은 “작품 내용 상 큰 줄기는 전혀 바뀐 게 없다. 대신 넘버가 3곡 정도 추가되었다. 처음 교토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제게도 굉장히 큰 모험이었다. 120석에서 900석으로 늘어난다면 그 밀도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빈 공간이) 채워진 것 같다. 추가된 넘버는 대사로 했던 것을 노래로 만든 것이 2곡, 아예 없던 부분이 추가된 것이 1곡이다. 오늘 이건명 선배님이 부른 ‘유서 rep’가 새롭게 추가된 부분인데, 이 곡에 우리 극의 주제가 담겨 있다. 이 곡을 통해 초연 때 끝맺지 못한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뷰>의 전반적인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넘버 3곡이 추가되어 새롭게 돌아온 <인터뷰>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피아노 한 대’로만 음악을 연주한다.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허수현 음악감독은 “(처음 피아노를 한 대만 쓰게 된 데에는) 추정화 연출의 의견이 있었다. 피아노 하나와 배우들 간의 신경전, 밀도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초연에는 그 부분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번에 새롭게 곡들도 추가되면서 많이 개선된 것 같다."며 넘버의 특색을 짚어 말했다.
 
# <인터뷰>는 싱클레어의 에너지가 중요한 공연 & 배우 스스로도 즐거운 공연
두 달간 선보이는 이번 <인터뷰> 공연은 5명의 배우가 싱클레어 역을 맡았다. 110분간 진행되는 소극장 공연에서는 상당히 많은 인원이고, 3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대극장 공연과 비교해도 많다.
 
김수로 프로듀서는 캐스팅에 대해 “하루 2회 공연을 했을 때 첫 회 공연이 두번째보다 더 좋더라. 두번째 공연에서 에너지가 모자란 느낌이 들었다. 다른 배역들은 덜한 편이지만 특히 싱클레어는 작품 특성상 2회차 공연을 하기 너무 힘에 부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 많은 배역을 섭외했다. 초연을 보신 분들은 싱클레어 역 배우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하더라. 내 고민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했다. 싱클레어가 하루 2회 공연을 하지 않도록 스케줄도 최선을 다해 조율하고 있다.”며 다수의 인원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그만큼 작중 싱클레어는 에너지 소모가 대단하다. 게다가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갈등은 극에 달하고, 배우가 쏟아내야 하는 감정도 함께 폭발한다.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있을 법도 한데, 싱클레어 역을 맡은 배우들은 하나같이 뮤지컬 <인터뷰>를 ‘배우 스스로가 즐거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5월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 무대에서도 만나게 된 김수용은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매력이 가득한 배역이다. 하는 사람도 즐거운 배역을 만든다는 게 그만큼 어렵지만, 보시는 분들에게 전하는 감동만큼 저한테도 희열이 느껴진다. 게다가 지난 5월 언더스테이지 공연이 짧은 기간 악전고투해서 만들어낸 선물이었는데, 그 선물을 더 잘 다져서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힘들다는 이야기에 더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 김경수는 "싱클레어가 굉장히 힘들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었다. 제가 굉장히 땀이 많은 사람인데, 땀을 엄청 흘리게 될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그 얘기에 더 솔깃하더라. 그 힘듦이 저에게 스릴로 작용할 것 같았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인터뷰>를 마주하는 소감을 밝혔고, 자신을 "유일한 20대 싱클레어"라고 소개한 고은성은 “뮤지컬 <위키드> 공연을 하면서 이 작품 연습을 함께 했다. 초반에는 대사도 많고 형님들이 워낙 잘하셔서 굉장히 힘들었다. 연습실에서 울기도 하고, 땀도 나고, 온몸에서 분비물이 나오더라. (웃음) 하지만 실제 공연을 해보니 커튼콜 때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들 중에서 가장 큰 쾌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전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뮤지컬 <인터뷰>는 오는 11월 27일까지 수현재씨어터(DCF대명문화공장 3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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