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가진 이들을 위한 힐링 음악극, <올드위키드송>

  • like4
  • like4
  • share
“슈만. 작품번호 48번. 시인의 사랑. C# 마이너로 연주하셨네요. 원곡은 F# 마이너죠.”

첫 만남부터 날카로운 말투로 교수를 향해 지적하는 까칠한 제자. 커피를 극구 사양하는 제자에게 굳이 커피를 내주는 조금은 이상한 괴짜 교수. N극과 S극처럼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사람은 음악이란 공통분모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진다. 나이와 성격을 초월한 두 남자의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 것이다.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의 프레스콜 행사가 지난 28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지호 연출과 괴짜 교수 마슈칸 역의 이호성, 안석환, 까칠한 제자 스티븐 역의 이현욱, 강영석 등의 출연 배우들이 참석했다. (안석환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로 기자간담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올드위키드송>은 미국 극작가 존 마란스의 작품으로, 상처받은 두 남자가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치유해나간 과정을 그린 2인극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퓰리처상 드라마부문 최종 노미네이트, LA드라마로그어워드 수상, 오티스건지 최고연극상 수상 등 다수의 시상식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해 9월 초연을 치렀다.
 
아카펠라를 활용해 새로워진 ‘슈만’의 ‘시인의 사랑’

초연에 이어 <올드위키드송> 재연 연출을 맡은 김지호는 이번 재연을 위해 가장 고심한 부분을 ‘슈만’의 음악으로 꼽았다. (이 작품에서는 독일 작곡가 ‘슈만’의 연가곡집인 ‘시인의 사랑’이 두 사람의 소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재로 쓰인다.) 작가가 생각한 슈만을 관객들에게 온전히 들려줄 수 있어야 관객들이 인물들이 가진 슬픔을 깊게 공감하고, 힐링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음악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슈만의 음악을 ‘아카펠라’를 활용해 새롭게 편곡해 연출했다.

“이번 재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음악적인 부분이에요. 초연을 올리고 나서 계속 떠나지 않았던 질문은 ‘우리가 작가의 귀에 들렸던 슈만을 들려주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어요. 작가는 그냥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작품 속에) 넣은 게 아니었거든요. 그 때 음악감독이 ‘아카펠라’가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아주 명쾌했죠. 이번 재연에서는 곡 전체를 아카펠라 기반으로 새롭게 편곡했어요. 그게 마슈칸의 목소리로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4인 4색 출연진, 연민·귀여움·예민함·에너지가 매력

음악뿐 아니라 출연진도 모두 새롭게 바뀌었다. 새로 바뀐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호성은 2인극에 대한 매력과 연기변신에 대한 욕심으로 도전했지만, 어려운 작품이라며 솔직한 마음을 터놓았다.

“등장인물이 많으면 앙상블을 이루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2인극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또 제가 현재 하고 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딜런’과 이 작품은 완전 반대의 캐릭터이거든요. 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 무대에서의 그 짜릿한 맛을 잊지 못해서 도전하게 됐어요. 그런데 너무 욕심으로 덤벼 들었나봐요. 마슈칸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마슈칸이라는 인물을 알면 알수록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스티븐 역을 맡은 이현욱도 “막상 연기를 하려니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초연 영상을 보며 펑펑 눈물을 흘릴만큼 감동적인 따뜻한 연극이었다”며 “선생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좋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또다른 스티븐 역의 강영석은 “자신의 성격과는 너무나도 다른 스티븐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대본을 많이 읽고 영화를 참고하며 나만의 캐릭터를 만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지호 연출은 새롭게 출연하는 네 배우들의 장점으로 이호성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연민이 그려지는 모습을, 안석환은 희비극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귀여움을, 이현욱은 섬세하고 예민한 모습을, 강영석은 젊고 힘이 넘치는 면을 매력으로 꼽으며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친한 형 같은 선생님, 성장할 수 있어 행복

<올드위키드송>은 무엇보다 작품에 올라가는 두 배우 간의 앙상블이 중요한 작품. 적게는 26살, 많게는 38살 가까이 차이 나는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현욱은 친한 형같이 대해주는 이호성 덕분에 연기뿐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처음에는 선생님과 같이 작품을 하는게 무서웠어요. 아버지와 연배가 같으신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런데 선생님은 굉장히 친구, 친한 형처럼 저를 대해주셔서 사실 밖에서도 데이트 많이 해요. 공연 전날에 선생님과 커피도 많이 마시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개인적으로 이호성 선생님께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을 많이 배워 가지고요. 저한테는 연기뿐 아니라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행복해요.”

이호성 역시 젊은 연출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자 행운이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젊은 배우들과 앙상블을 맞추는 건 큰 즐거움입니다. 저희 연출가도 올해 나이가 31살인가 그럴 거에요. 제가 보는 관점으로서는 이렇게 젊은 천재들과 작업 하는 건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처음엔 기대도 안했는데, 어떻게 다들 이렇게 문학적 통찰력이 있을까…감탄했고, 감동했고.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어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민하지만, 사랑스럽고, 감사한 인생극 <올드위키드송>

세 배우와 연출가는 <올드위키드송>에 대해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강영석은 ‘사랑스러움’을, 이호성은 ‘감사함’을, 김지호 연출은 ‘예민함’을, 이현욱은 ‘인생극’을 키워드로 꼽았다.

먼저 이현욱은 “작품 자체로서도, 또 선생님들을 통해서도 인간으로서도 발전할 수 있는 작품”이라 자신의 인생극이 될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고, 이호성은 “어려운 작품이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또 강영석은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누구나 귀엽듯이 이 작품을 보면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고 전했고, 김지호 연출은 “이 작품을 할 때가 가장 본인이 예민해지는 것 같다”며 연출가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김 연출가는 이 작품이 아픔을 드러내기 힘든 사람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음악극이 되기를 바란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 마슈칸이나 스티븐이나 지금의 우리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혼술족’(혼자 술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게 유행이라고 하죠. 내 아픔을 말하는 것조차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이 와서 이 공연을 보고 같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들이 아플 때 나라고 생각하고 같이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만큼 치유 받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은 다음 달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계속 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 (www.studiochoon.com)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인물

#관련 공연

#다른 콘텐츠 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