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엔젤은 할리퀸을 닮았죠' 킹키부츠를 빛내는 여섯 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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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날씨가 맑았던 지난 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최근 개장한 복합문화공간 북파크에 모인 <킹키부츠>의 ‘엔젤’ 여섯명과 관객들은 마치 함께 엠티 온 대학 선후배처럼 스스럼 없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킹키부츠>는 경영난에 빠진 구두가게 사장 찰리가 여장남자 롤라와 함께 여장남자용 부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 나가는 스토리다. 엔젤은 롤라와 함께 일하는 드랙퀸(예쁜 여장남자) 여섯 명으로서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인물들. 극 중에서 엔젤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는 없지만 화려한 안무와 예쁜 외모, 유쾌한 연기에 반한 팬들이 많다.
 
그동안 워낙 무대에서의 인상이 강렬했던 탓인지 진한 메이크업을 지우고 하이힐을 벗은 엔젤들의 얼굴은 다소 낯설었지만 무대 위에서 내뿜던 유쾌한 에너지만큼은 그대로였다. 메이크업보다 화려한 언변으로 관객을 ‘들었다놨다’했던 엔젤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지원이가 여장하면 연애하고 싶어요"

이 날 행사는 엔젤들의 무대 뒤 이야기를 듣는 ‘지목 토크’ 순서로 문을 열었다. 여섯 명의 엔젤 김준래, 우지원, 권용국, 송유택, 한선천, 박진상은 손가락 막대로 서로를 지목해가며 무대 뒤 에피소드를 풀어나갔다.
 
여장이 가장 안 어울리는 엔젤은 송유택, 하이힐을 가장 잘 소화하는 엔젤로는 김준래가 뽑혔다.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좋은 엔젤로는 한선천이 몰표를 받는가 하면, 여장을 했을 때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엔젤로는 우지원이 뽑혔다.
 
준래 : 지원이는 귀엽고 말끔하게 생겼지만 백치미가 있어요. 혼자 넘버도 개사해서 부르기도 하고요.(웃음) 챙겨주고 싶어지죠.”
지원 : 백치미라뇨. 전 사실 되게 단아하고 똑똑한 사람이거든요.(웃음)”
유택 : 선천이는 정말 예뻐요. 사귀고 싶을 정도인데 자기가 예쁜 걸 잘 알아서 제가 금방 차일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연애를 한다면 지원이랑 하고 싶어요. “

 
 “어떤 음악이든 괜찮아요. 춤으로 표현해 볼게요.”
 
엔젤 여섯 명이 각자의 매력을 뽐내는 시간도 이어졌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능숙하게 공중 텀블링과 고난이도 브레이크댄스를 선보인 박진상, 재치넘치는 성대모사 개인기로 관객에게 웃음을 준 송유택, 박효신의 야생화를 부르며 숨겨진 가창력을 선보인 우지원까지 엔젤들의 무궁무진한 끼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매력을 보여줘야 할 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워 하던 한선천은 현대무용 개인기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어떤 음악을 틀더라도 그 음악에 담긴 감정을 즉흥 무용으로 표현해내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윽고 김범수의 발라드곡 ‘보고싶다’가 재생되자 한선천은 순간 애절한 눈빛으로 곡에 몰입하더니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는 무용을 선보였다.
 
넘치는 힘을 보여주겠다며 여고생 관객을 번쩍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선보인 권용국, <킹키부츠>의 권투대결 씬 중 한 대목을 부른 김준래도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제 롤모델은 할리퀸이에요.”
 
관객들은 평소 엔젤들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자유롭게 질문하며 <킹키부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같은 춤을 추면서도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엔젤들에게 연기의 롤모델이 누구였냐고 묻자, 다양한 답변이 쏟아져 나왔다.
 
진상 : 저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을 많이 참고했어요. 배우 마고 로비의 연기도 너무 재밌었고요, 제 분장이 할리퀸처럼 양갈래 머리다보니 참고할 점이 많았어요.
선천 : 초연 때는 메간 폭스나 비욘세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섹시한 여성의 제스처를 많이 참고했는데, 재연을 하면서는 외국의 드랙퀸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부했어요. 그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보면 진짜 여자로 보일 정도로 너무 아름답고 당당한 매력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들을 참고하면서 조금 더 성숙한 엔젤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어요.
 
여장남자 역을 하면서 여성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된 점은 없냐고 묻자 송유택은 위험을 무릅쓰면서 높은 구두를 신고 시간을 더 들여 화장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다며 이제는 키높이 깔창을 사용하고, 화장품 가게에 자주 들르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지원 : 유택이는 공연 끝나고 클렌징 티슈 하나로 메이크업을 팍팍 지우고 제일 빨리 퇴근하는 편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클렌징 오일도 쓰고 눈화장도 지우고 그러더라고요.
선천 : 유택이 형이 거울을 보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어요. 무대로 가는 복도 양쪽에 거울이 서너개 붙어 있는데 걸어가면서 좌우 거울을 번갈아 보더라고요.
유택: 근데 저만 그런 게 아니거든요? 저희 여섯 명 모두 똑같아요. 좌우로 고개를 돌려가면서 모든 거울을 놓치지 않고 봐요.(웃음)”
 
전설적 팝스타 신디로퍼의 음악, 편견을 극복하는 감동적인 스토리, 그리고 넘치는 끼와 에너지로 무장한 엔젤들이 짜릿한 쾌감을 선물하는 <킹키부츠>는 오는 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영상협조 : 후크바이럴(www.hookvir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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