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나이차를 극복한 케미' <올드위키드송> 이호성,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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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과 이현욱, 이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결심하게 된 건 <올드위키드송>의 프레스콜 행사 때였다. 이현욱은 선생님들과의 2인극 연기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저를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밖에서도 데이트를 많이 해요.”라는 답을 내놓았다. 다소 의외였다. 1953년생인 이호성과 1985년생인 이현욱의 나이차이는 무려 32년. 30여 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함께 친구처럼 어울릴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올드위키드송> 당일 저녁 공연을 앞두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두 사람을 함께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프레스콜 행사에서 선생님과 친구처럼 데이트를 한다는 답변은 의외였어요.

이현욱 : 물론 처음에는 무섭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됐죠. 그런데 선생님께서 연습할 때 저희 말에 공감도 잘 해주시고, 조언도 잘 해주셔서 어려움이 없어졌어요. 또 무대 위에서 의지할 건 선생님뿐이니깐요. 경험이 많은 선생님께 심적으로 의지가 되더라고요. 제가 형들이나 나이 많은 분들에게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선생님께서는 위트도 있으시고, 코드도 잘 맞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됐죠.

<올드위키드송>에서 두 사람이 ‘음악’을 통해서 서로 소통했던 것처럼, 선생님과도 잘 맞았던 무언가가 있었나 봐요.

이현욱 : 선생님과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특히 연기자로서 나아가야할 방향 같은 부분이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저는 가식적으로 다가가고 그런 것 못하거든요. 근데, 선생님하고는 공연이 없어도 전화 자주 하고, 밤에 야식으로 국밥도 자주 먹고 그래요.

이호성 : 난 별 얘기 안했어요. 기억도 잘 안 나고. 술 취해서 한 얘기들인데 이 녀석이 기억을 하더라고요. 그냥 배우이기 이전에 인생의 선배로서 아들한테 해주는 그런 얘기들이죠 뭐.

술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해 주시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이현욱 : 선생님은 술에 취해서 한 얘기라고 하시지만, 그 얘기도 선생님의 말이라고 생각해요. 전 이 이야기가 와 닿았는데요. 삶의 소소한 것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음에도, 우리는 더 큰 행복만 쫓는다는 얘기 말이었어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참 행복한 일이잖아요. 근데 그런 작은 행복은 잊어버린 채 더 큰 행복만 찾아 다니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요. 그 말 덕분에 평소에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선생님의 말 덕분에 삶이 많이 바뀌었죠.

또 항상 하시는 말씀이 ‘철이 들지 말라’는 얘기인데요. 단순히 아이처럼 살라는 의미가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의미에서 얘기하신 것 같아요. 선생님은 그게 본인의 삶이기 때문에 기억을 잘 못하실 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항상 새로운 것들이 많아요.

이호성 : 글쎄, 철들지 말라고 하는 건 넓은 의미에서에요. 계산적으로 사람을 대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철든 거 거든요. 저는 항상 그래서 철 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미련하게 살자. 이익을 보려 하지 말고 차라리 손해를 보자’ 이런 생각을 하죠. 금전적인 걸 떠나서 말이에요.

 
이번에는 캐릭터 얘기를 해보죠. 선생님께서는 마슈칸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힘드셨어요?

이호성 : 마슈칸의 삶을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극 중 마슈칸은 스티븐과 같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감추고 괴짜같은 모습으로 스티븐을 대한다.) 그런 얘기가 있잖아요. ‘누군들 광대가 아니랴’ 이런 말이 있잖아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콤플렉스랄까, 트라우마랄까 다 각자의 이야기 한 가지씩은 갖고 살죠. 제 삶에도 그런 게 있었어요. 그래서 삶을 무대 위에서 연기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공연이 있는 날 아침 눈을 뜨면 ‘오늘도 마슈칸을 해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요. 이걸 해보니깐 쉬는게 쉬는 게 아니에요. 막 도망가고 싶고 울렁증이 생겨요.

선생님의 삶이 궁금해지는데요?

이호성 : 그걸 아무한테나 얘기해주면 그 의미가 가벼워 지는 거죠. 그래서 (한숨) 힘들어요. 사실 마슈칸은 만들어진 인물인데, 이 인물이 참 오묘하네요.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려고 하는 인물이잖아요.

현욱 씨는 어떤 면이 스티븐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현욱 : 스티븐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 같다고 생각해요. 저도 좋은 걸 티 잘 못 내고, 내 마음과 다르게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들도 많은데요.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와 스티븐이 가장 교집합이었던 건 외로움이었어요.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고 하지만요. 그런 경험 때문에 더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스티븐처럼 외로움을 혼자 담아두는 스타일인가 봐요.

이현욱 : 힘들다라는 얘기를 사실 잘 안해요. 저는 염세적으로 살던 편이었어요. 약간 최면 같은 건데, 그래야 작게 다가오는 것도 크게 느껴지니깐요. 그래서 많이 자학하는 편이었고, 칭찬 듣는 것도 엄청 싫어했어요. 오히려 채찍질에 맞으면 오기가 생겨서 극복하는 스타일이었어요. 힘든 건 온전히 제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나고 보면 외로움도 저한테 좋은 영향을 주는 감정인 것 같아요. 그게 저란 사람의 분위기나 정서를 만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럼 외로움 같이 힘든 감정을 느낄 때 혼자서 극복하는 방법이 있어요?

이현욱 : 이건 비밀인데… 저는 공연하면서 해소를 하는 편이에요. 제가 이 캐릭터와 비슷한 문제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걸 연기로 보잖아요. 공연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은연중에 제 감정을 표출해요. 1석 2조죠. 평소에 어디서 스티븐처럼 맘껏 소리를 질러보겠어요.

이호성 : 저는 여행이요. 인생 짧아요. 저는 작품 끝나면 항상 어디로 배낭여행갈까 그 생각하거든요. 가면 하룻밤에 7천원 짜리 도미토리 이런데서 자요. 한 방에 2층침대 4개씩 있는 그런 곳에서요. 인간은 외로운 동물이잖아요. 여행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외로운 사람들이 모이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같이 어울려서 술도 마시고, 친구도 되고. 옆에서 코 고는 소리까지 정겹게 느껴지더라고요.
 
현욱씨는 안양예고-한예종 출신, 비교적 정석 코스를 밟아온 데 비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조금 늦었다고 볼 수 있잖아요. 혹시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이현욱 : 아뇨, 전혀요. 제가 욕심을 부리는 성격이었다면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차근차근 절차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부담 안 느껴요. 또 주변에 제 친구들을 보면 더 늦은 친구들도 많고요. 그에 비하면 저야 정말 운이 좋은 거죠. 물론 어렸을 때는 빨리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유명한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건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됐어요. 이제는 연기를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옛날에는 뭔가에 쫓기다 보니 많이 외로웠었거든요. 주위 사람들의 기대감 속에서 나 혼자 쫓겨서 연기를 즐기면서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점점 그런 생각을 버리고 연기를 그냥 즐기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조금씩 행복해지기 시작했어요.

또 ‘byh48’(배우 변요한을 주축으로 한 연예계 사모임. 류준열, 이동휘, 지수, 수호 등이 속해 있다.)이라는 연예계 친목 모임에도 속해 있는데, 가장 자극을 주는 멤버가 있나요?

이현욱 : 각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보니 서로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은 없는데요. 아무래도 막내 지수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저는 지수 나이 때 그렇게 깊은 연기를 하지 못했었거든요.
 
선생님은 연기에 대한 영감을 어디에서 얻으세요?

이호성 : 좋은 질문이에요. 배우는 끊임없이 사색해야 해요. 철학자도 되어야 하고. 항상 자신에게 질문해야 해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삶의 화두를 던질 줄 알아야 하죠. 그리고 세계 정세도 알면 좋죠. 내 주변을 알아야 내가 무언가를 내뱉을 때 의지, 카리스마가 보이는 거거든요. 사색하는 것만큼 얻는 것 같아요. 내 삶을 버티게 하는 가장 큰 무기가 바로 여행, 그리고 사색이에요.

이현욱 : 이런 코드가 선생님과 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정말 사색 많이 하거든요. 한 때는 집에서 2주 동안 안 나오고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 생각의 중심은 항상 나거든요. 아직 선생님처럼 정리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런 얘기를 선생님께 듣고 나면 제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올드위키드송>은 두 주인공이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요. 소통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호성 : 점점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각박해 지다 보니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고 있거든요. 그럴수록 서로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건 ‘소통’뿐이에요. 그게 바로 우리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거고요.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이호성 : 끊임없이 세상을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옛 말이 있잖아요. 남녀관계도 그렇고, 모든 건 본인이 열심히 공부해야 그만큼 보이는 법이죠. 무대에서도 집중을 해야 상대방과 함께 호흡하고 연기할 수 있는 것처럼요.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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