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시대 문학의 향기가 짙게 날리는 <팬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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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연출을 비롯해 김종구·문성일·김성철·이규형 등의 참여 소식으로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창작 초연작 <팬레터>가 지난 8일 막을 올렸다. <팬레터> 제작진은 지난 10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팬레터>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당대 문학계를 주름잡던 문인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작가 지망생 세훈이 평소 동경하던 소설가 김해진에게 ‘히카루’라는 가명으로 팬레터를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한재은 작가와 박현숙 작곡가가 손을 잡고 만든 이 공연은 지난 2015년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주최하는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초 쇼케이스에서 첫 선을 보였다.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또 다른 '팩션'뮤지컬
경성을 배경으로 삼은 창작뮤지컬은 이전에도 이미 여러 편 공연된 바 있다. 성악가 윤심덕과 작가 김우진을 재조명한 <사의 찬미>, 1931년 동반자살한 두 여인의 이야기를 재조명한 <콩칠팔새삼륙> 등이다. <팬레터>는 김유정과 이상이 멤버였던 경성 시대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이 공연에는 소설가 김해진, 시인 이윤, 평론가 김환태 등 순수문학을 추구하는 문인들의 모임인 ‘칠인회’가 등장한다.
 
원래 30년대 경성에 관심이 많았다는 한재은 작가는 “이상과 김유정의 작품을 많이 찾아 읽었는데, 그들이 둘 다 폐결핵을 앓았고 같은 해에 죽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깊이 파고들어갈수록 드라마틱한 부분이 많고 매력적이더라.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만큼 그들이 남긴 순수문학의 힘이 큰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팬레터>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정에 따라 극중 대사에는 당시 쓰인 어휘나 당대 문인들이 남긴 문학적 표현들이 많이 담겼다. 몇 개의 책상들로 단출하게 꾸려진 무대는 1930년대의 신문사, 우체국 등을 구현했다.
 
이렇게 역사적 사실(fact)에 상상력으로 빚은 이야기(fiction)를 더해 만든 팩션(Faction) 뮤지컬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태형 연출은 이에 대해 이어 “창작의 소재를 찾을 때 상상했던 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역사 속에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영화나 뮤지컬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극을 만들면 아무래도 인물과 배경에 대한 이해가 깊은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유리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인들의 언어, 대사의 뉘앙스 살리려 고민해”
초연 멤버로 참여하게 된 배우들도 각기 소감을 밝혔다. 여류작가 히카루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소설가 김해진 역의 김종구는 “생명이 꺼져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글에 몰입하는 집중력, 혼신의 힘을 다해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고, 같은 역할을 맡은 이규형은 “죽어가는 폐병 환자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많은 궁리를 했다”고 말했다.
 
김해진에게 팬레터를 보내는 세훈은 김성철과 문성일이 연기한다. 김성철은 “인물이 변해가는 각 단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세훈이 히카루를 처음 만나고 그녀에게 지배당하다가 나중에 그녀를 죽이게 되는 단계 등 캐릭터를 각 단계별로 잘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연습 과정을 전했고, 문성일은 “팩션이긴 하지만 경성 시대 문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시대적 배경이나 문인들이 쓰는 말의 의미, 뉘앙스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1930년대를 살았던 문인들의 삶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팬레터>는 오는 11월 5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벨라뮤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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