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원작 '현의 노래' 국악으로 재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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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가는 나라 가야에서 음악의 길을 좇던 가야금 명인 우륵의 삶을 다룬 김훈의 소설 ‘현의 노래’가 음악극으로 재탄생했다. 국립국악원이 1년 여 기간 동안 제작해 오는 11월 10일 무대에 올리는 <현의 노래>는 내레이션과 합창, 가야금 병창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의 국악극이다.
 
‘현의 노래’는 지난 2004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삼국시대 대가야에서 태어난 악사 우륵은 가야금을 만들어 연주하며 왕의 총애를 받는다. 그러나 병든 왕과 함께 순장될 위기에 처하자 우륵은 결국 신라로 망명한다.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도 끊임없이 예술혼을 불태우는 우륵과 권력을 좇아 떠도는 무기제조장 야로를 대비시키며 예술의 영원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 ‘현의 노래’다.
 
국립국악원이 각색한 <현의 노래>는 원작소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원작은 김훈 특유의 유려한 문체가 돋보이지만 등장인물이 다양해 공연으로 제작하기에는 버거운 요소가 있었다. 현대극, 창극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온 이병훈 연출은 원작의 장점은 살리면서 극 형식에 맞게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도록 내용과 형식을 과감히 재구성했다. 주변 인물들의 비중을 줄이고 우륵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내레이션과 합창을 넣어 ‘오라토리오’ 형식을 차용했다.
 
이병훈 연출은 "처음 이 작품을 맡았을 때는 뮤지컬처럼 대사와 음악이 어우러진 형태를 생각했지만 원작을 읽을수록 일반적인 음악극 형식으로 각색하면 원작을 손상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단순명료한 극적 구성을 위해 오라토리오 형식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음악을 극의 중심에 두려 했다는 연출 의도는 파격적인 무대 구성에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난다. 50여 명의 출연진 중 30여 명이 오케스트라인데 이들은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무대 전면에 나와있다. 더불어 가야금 병창을 하는 6명의 ‘현녀’도 등장한다. 연주와 노래를 함께 하며 코러스 역할을 하는 현녀들은 극의 분위기를 노래로 전하거나, 우륵의 내면을 대신 표현한다.
 
류형선 음악감독은 "예술혼을 상징하는 현의 노래와 권력을 상징하는 철의 노래, 이 둘의 대립각을 음악으로 느낄 수 있게 작곡했다. 몇가지 음악적 장치를 준비했는데 특히, 6인조 가야금 병창 ‘현녀’들은 우륵의 외로운 예술 인생을 어루만지는 느낌을 줄 것"이라고 음악적 특성을 설명했다.
 
주인공 우륵을 맡은 국립국악원 단원 김형섭은 노래, 춤은 물론 가야금 연주도 직접 한다. 가야금을 연주할 있는 배우로 캐스팅하고 싶었던 제작진은 오디션을 통해 김형섭을 찾아냈다.
 
김형섭은 “사실 저는 평생 연주만을 위해 살아왔고 노래를 해 본 적 없어서 오디션에 왔을 때도 제자 역할이나 백그라운드 연주자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오디션이 끝나고 제작진이 농익은 노래 실력보다는 약간 설익고 덤덤하게 나오는 제 노래가 이 극에 더 잘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 (노래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텍스트 전달에 큰 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국악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국립국악단이 야심차게 내놓은 국악극 <현의 노래>는 11월 10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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