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미쳐도 괜찮아' 세상 강박증 다 모인 코믹극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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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의 일종으로 한 가지 행동을 불필요하게 반복하는 증세인 강박증.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크고 작은 강박증을 하나쯤 갖게 된다.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강박증을 숨겨왔던(혹은 숨기려 노력하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안겨줄 코믹 연극 <톡톡>이 오는 27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

연습은 지난 10월 20일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진행됐다. 보드게임판을 가운데 두고 쇼파 몇 개에 빙 둘러 앉은 배우들은 시종일관 고성을 지르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서로간의 합을 정확히 지켜가며 속도감 있게 극을 밀어붙였다.
 
▲질병공포증후군으로 쉴 새 없이 손을 씻고 환기를 시키는 블랑슈(정수영)
 
 ▲동어반복증을 가진 릴리(좌, 손지윤)과 늘 불안에 시달리며 당연한 사실도 여러 번 확인하는 마리(우, 정선아)

극에는 6명의 강박증 환자가 등장한다. 욕설을 참지 못하는 뚜렛증후군 환자 프레드(서현철, 최진석 분), 계산벽에 빠진 벵상(김진수, 김대종 분), 질병에 대한 공포 때문에 쉴 새 없이 손을 씻는 블랑슈(정수영 분), 확인강박증 마리(정선아, 김아영 분), 같은 말을 꼭 두 번씩 하는 릴리(이진희, 손지윤 분), 바닥의 선을 피해다니는 선 공포증을 가진 밥(김지휘, 김영철 분)까지 가히 강박증 어벤져스라 불릴만한 극단적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강박증 치료의 권위자 스텐 박사를 만나러 왔지만 박사는 공항에 발이 묶여 몇 시간 째 오지 않는다. 보드게임으로 시간을 때우며 기다리는 것도 잠시, 이들은 참다 못해 서로를 직접 치료해보겠다고 나선다.
 
이 날 연습은 보드게임 신부터 시작됐다. 게임에 참여하는 태도를 통해 각 캐릭터의 성격과 증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인물들은 ‘주사위는 그렇게 던지면 안 된다’며 실랑이를 벌이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눈치 작전을 펼치며 소소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덕분에 자칫 백화점식 나열로 흐를 수 있는 초반 인물 소개 과정이 위트 있게 전개됐다.
 
▲릴리(이진희)의 동어반복증을 치료해주려 노력하는 프레드(최진석)와 벵상(김대종). 3분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는 훈련을 해 본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 "제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 시작한 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였어요." 강박증을 앓게 된 이유를 조심스럽게 털어놓는 릴리.

배우들의 연기는 과장된 대사로 코믹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치중하기 보다는 상황 몰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 편에 가깝다.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현실감 있게 그려진 캐릭터들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극 후반으로 가면서 각 캐릭터가 강박증에 빠지게 된 이유가 하나씩 밝혀지는 대목에서는 따뜻한 위안의 메시지도 전해진다.
 
▲선 밟기 공포증을 가진 밥(김지휘)이 다른 다섯 명의 응원을 받으며 힘겹게 선을 밟아보려 노력한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되는 연극 <톡톡>은 2005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스페인,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서 10년 넘게 사랑받아온 작품이다. 프랑스의 작가 겸 배우이자 TV쇼 진행자인 로랑 바피가 집필한 이 작품은 2006년 프랑스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프랑스에서 성공한 작품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관객들의 문화적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기 마련. <톡톡>의 각색을 맡은 오세혁 작가는 “프랑스 사람들이 말이 빨라서 그런지 영화도 희곡도 대사가 너무 많다. 우리나라 관객들의 입장에선 왜 이런 말까지 하는 건가 의아해 할 부분들도 있어서 각색과정에서 정리했다."고 전했다. 또한 "프랑스 극은 작품 전체의 메시지는 따뜻하지만 인물들끼리 서로 살짝 시니컬하게 대하는 느낌이 있어서 이런 부분을 우리 문화에 맞게 더 인간미가 느껴지도록 수정했다.”고 각색 방향을 밝혔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키사라기 미키짱> 등의 코미디 연극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이해제 연출과 서현철, 최진석, 김진수, 김대종 등 탄탄한 실력의 대학로 배우들이 함께 만드는 연극 <톡톡>은 10월 27일부터 2017년 1월 30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2관에서 공연된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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