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레베카’, 히치콕 감독의 영화와 다른 점은?
- 2019.11.06
- 강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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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뮤지컬 ‘레베카’가 지난 5일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 상영회를 열고, 뮤지컬 ‘레베카’에 출연하는 배우 신영숙과 카이와 함께하는 GV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영화 '레베카'는 1940년 영국 출신의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이 미국으로 넘어가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영화는 1941년 제 1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작품상을 수상했고, 1951년에는 베를린 영화제 1회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의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알프레도 히치콕의 1940년 영화 ‘레베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뮤지컬계 대표 콤비인 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대표작으로 2006년 오스트리아에서 첫 선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됐으며, 원작자로부터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다”라는 극찬을 받으며 이후 2014, 2015, 2017년 공연에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와 뮤지컬의 내용은 동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막심은 몬테카를로 여행 중 우연히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막심의 저택인 맨덜리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곳의 집사로 있는 댄버스 부인은 나에게 경계심을 드러낸다.
이날 영화 '레베카' GV 행사의 진행을 맡은 영화 전문 이은선 기자는 “영화 ‘레베카’는 흑백영화로 지금과 비교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세트와 기법이지만 지금 봐도 스릴러 영화로서 매력적이다. 뮤지컬 '레베카'에서는 화려한 무대 세트와 강렬한 음악,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영화에서는 초반에만 등장하는 반 호퍼부인은 뮤지컬에서 맨덜리의 가면무도회 장면에서 특유의 유머러스한 매력을 뽐낸다. 이런 유머러스함이 뮤지컬만의 특별한 매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부터 카이와 함께 연습을 하고 왔다는 신영숙은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다섯 번째 댄버스 부인 역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초연 때는 공연장 가기 전에 항상 집에 영화를 틀어 놓았다. ‘레베카’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다. 영화를 볼 때 항상 댄버스 부인에 초점을 맞춰 보게 되는데 오늘은 막심과 나와의 러브 신을 빠져들어서 봤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영화를 보면 댄버스 부인은 처음에는 친절하지만 나중에 반전이 있다. 그러나 뮤지컬은 처음부터 “너 따위가 감히”라는 심정으로 나에게 선포를 하고 시작한다. 뮤지컬에서는 댄버스 부인이 처음부터 눈빛이 돌변한다. 뮤지컬은 제한된 시간에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좀 더 극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요즘 캐릭터를 찾아가는 예민한 시기라 머리가 복잡하다”라고 조심스럽게 인사를 전한 카이는 “동양화 기법에 ‘홍운탁월’이란 게 있는데, 이 단어의 의미를 좋아한다. 그 뜻은 달을 그릴 때 직접 그리지 않고 구름을 그려서 달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뮤지컬 ‘레베카’의 가장 큰 특징은 ‘홍운탁월’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에서는 맨덜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품과 장치, 노래 등을 통해 그 상황을 그려준다. 그게 뮤지컬 ‘레베카’만의 큰 장점이다. 공간 예술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막심에 대해 “뮤지컬에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며 작품의 목적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 막심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막심이 레베카의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가 관객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최초로 갖는 궁금증이기 때문이다. 막심은 관객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다”라고 전했다.
영화 '레베카'와 뮤지컬 '레베카'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뒀지만, 각 예술의 특성상 표현 방법 등에서 다른 매력이 있다. 그렇지만 영화와 뮤지컬의 공통점도 있다. 영화와 뮤지컬 모두 극중 주변 인물들에 의해 레베카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레베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뮤지컬에서 배우들이 레베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막심과 댄버스 부인의 심리가 달라진다. 배우들은 레베카의 존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카이는 “레베카는 뮤지컬에서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영화에서도 뮤지컬에서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화 '레베카'를 보고 느낀 가장 특징은 레베카 이야기가 나올 때면 맨덜리의 전체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맨덜리 존재 자체가 레베카이다. 뮤지컬에서는 노래와 여러 장치와 소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레베카를 인지시키고 있다. 연습 때 연출이 막심 역할의 배우들에게 강조하는 건 눈앞에 레베카가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도록 연기하라고 하는 것이다. 레베카를 선명하게 보이도록 그리는 게 지금 배우로서의 숙제”라고 설명했다.
신영숙은 “뮤지컬을 보면서 각자의 레베카를 상상해봐라.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저 또한 있다. 이런 게 뮤지컬만의 재미다”라고 이야기했다.
카이는 “히치콕 영화를 볼 때마다 배우의 두 눈만 타이트하게 잡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되는데 뮤지컬은 영상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안 된다. 그렇지만 전 가능하다고 본다. 뮤지컬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과 전에 ‘팬텀’이라는 작품을 했는데, 그때 그가 해 준 말이 있다. “네가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해서 눈빛이 안 보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 가면 때문에 오히려 네 눈이 더 정확하게 보인다. 그 눈빛을 결코 놓치지 마라.” 이 이야기를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 제 눈빛이 무대에 영상으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제가 얼마나 막심과 정확히 일치되느냐에 따라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막심의 상태가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일분일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레베카’ 전 시즌에 참여한 어마어마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신영숙은 "’레베카’와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몸 동작을 통해 댄버스의 무서움을 표현했다면 이제는 내면적인 깊이와 댄버스의 상처 등 왜 댄버스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시즌은 특히 연습하면서 화가 많이 난다. 막심도 너무 밉다. 연습실에서 쉬는 시간에도 댄버스로 감정이입해서 있다 보니 배우들을 자꾸 째려보게 된다. 이번 시즌 분노의 댄버스를 기대해달라”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16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해 내년 3월 15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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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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