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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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너 같은 애 안좋아해, 싫어한다” “너 같은 애가 뭔데요” “쉬운 여자” 라더니. 쳐다만 봐도 닳는다고 도도하게 굴더니 자기 절친과 사귀는 표나리(공효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뒤늦게 알고 ‘찌질’하게 사랑을 구걸하는 질투의 화신, 이화신 기자. 바로 요즘 물오른 연기로 여심, 남심 모두 잡고 있는 조정석이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데뷔 이래 최고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조정석. 그를 보며 적지 않은 이들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를 떠올리겠지만 이미 그전에 무대 위에서 조정석은 ‘소중한’ 존재였다.
 
2004년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해 ‘그리스’, ‘벽을 뚫는 남자’, ‘바람의 나라’ 등을 거쳐 2006년 ‘헤드윅’으로 뮤지컬 스타로 떠오른 조정석은 이후 ‘대장금’, ‘내 마음의 풍금’ 등 창작 뮤지컬과 연극 ‘아일랜드’, ‘트루웨스트’ 등 다양한 장르와 분야로 반경을 넓혀왔다. 공연관계자들은 그가 어떤 작품을 하건 공통적으로 한결같고 성실한 태도를 칭찬했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는 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놨다. 스크린으로 납득이를 만났을 때 공연 업계 관계자와 뮤지컬 팬들은 '아, 이제 만인이 조정석을 알겠구나', '앞으로 무대에서 보기 힘들어지겠구나' 하는 아쉬움과 함께 '우리는 그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마치 ‘우리가 일찍이 그를 알아보고 키웠다’는 뿌듯함의 양가적인 감정을 경험했다.

하지만 조정석은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 하면서도 2014년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로 돌아왔다. 그때 플레이디비와 가진 인터뷰에서 “데뷔 때는 드디어 무대에 서 보는구나. 공연을 해서 돈을 버는구나. 그것 자체로 희열이 있었다. 십 년 전만 해도 이렇게 될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무대, 영화, 드라마 어떤 매체로 가든 조정석은 어쩌면 한결 같은 지도 모른다. 성실함과 따뜻함을 근저로 하는 그의 연기는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을 보며 다시 보고 싶은 조정석의 무대작품 세 편을 골라봤다.
 
뮤지컬 <헤드윅>의 헤드윅 (2006, 2008, 2011)
2014년 플디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너무 좋아하는 작품, ‘헤드윅’의 모든 넘버들을 사랑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하게 될 것" 이라고 했던 조정석은 2016년 3월 5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를 보며 관객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헤드윅’은 조정석을 일약 뮤지컬계 아이돌로 만든 작품. 하얗고 뽀얀 피부 때문에 뽀드윅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조정석은 “헤드윅은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한 작품이며 사랑에 대한 시선을 바꾼 작품”이라고 했다. 이 공연 관계자는 조정석을 ‘배우로서 Best of Best’라고 한마디로 함축했다.
 
▶헤드윅 조정석과 스페셜 GV (2016. 3. 18)

뮤지컬 <첫사랑>의 해수 (2007)
미리 양해를 구해 두자면, 이 작품은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특별해서 사적인 감정을 배제할 수가 없다. 이 작품에 대해 쓰려고 하니 10년이나 됐는데도 심장과 폐 중간 어느 지점에서 가벼운 통증이 밀려온다. 뮤지컬 <첫사랑>의 줄거리는 신파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하고 단순한 편이다. 조정석과 가수 해이가 연기한 해수와 선이는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오누이 같은 연인이지만 해수는 바다로 떠나고 그들은 다시 만날 수가 없다. 첫사랑의 그 모든 과정 속에 (결국 이별로 귀결되는) 관객을 풍덩 빠트려버리는 이 작품에 조정석은 없다. 그저 해수만이 보일 뿐이다. 세 시간이 못되는 이 뮤지컬 한편은 공연 관람의 기억이 아닌,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는 아픈 경험의, 사랑의 기억으로 남았다. 조정석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이 작품을 통해 확인했다.
이지혜 작곡가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이 한 몫 하며, 세계적인 안무가 정영두가 참여했다. 초연 이후 다시는 볼 수 없기에 그리움이 더 크다. 2007년 인터뷰에서 조정석은 작품 속 해수에 대해 “일편단심 민들레 같은데 나도 그런 편”이라고 말했다. 또 "기회가 닿으면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하고싶다"고 ‘예언(?)’한 바 있다.
 
▶뮤지컬 <첫사랑>의 해수 (2007)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모리츠 (2009)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그래도 꼽자면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라고 할만 큼 조정석 자신에게도 중요한 작품이다. 두번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연으로 언급했던 작품. 팀 워크가 너무 좋았고 여전히 끈끈한 정을 나눈다고.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초연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10대의 호기심과 불안을 그린 작품으로 마약, 섹스, 동성애, 자살 등 파격적인 소재를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도 그랬지만 뮤지컬 업계에선 당시 이 화제작을 누가 한국에 가져올 것인가를 두고 기획사 간에 경쟁도 치열했던 작품이었다. 2007 토니어워즈 8개 부문 수상한 작품성도 화제였고 그래미어워즈 최고의 뮤지컬음반상을 수상할 만큼 중독성 있는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 음악 역시 그랬다.  
조정석이 분한 모리츠는 성적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슴 속에는 욕망을 지닌 반항아로 끝내 자살을 택하고 만다. 이 작품으로 조정석은 2009년 한국뮤지컬대상과 2010년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조연상을 수상한다.  
 
▶블러드 브라더스 조정석 인터뷰 (2014. 6. 9)
▶트루 웨스트 조정석 인터뷰 (2010. 11. 15)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다. 어떤 때는 걷고, 어떤 때는 뛰고, 어떤 때는 돌아보고 그래왔다. 누구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라 하는데 나는 가끔 뒤도 돌아보고 가끔 산책도 하면서 열심히 달리고 뛰고 느긋하게 걷고 싶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조정석의 말처럼 조정석이 어디를 보건, 어떤 호흡으로 달리건 우리가 조정석을 만나는 즐거움이 아주 아주 오래 가기를 바란다.
 
 
<후일담>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표나리(공효진)가 이화신(조정석)에게 “기자님, 기자님~”하고 부를 때마다 기자님이 이렇게 섹시하게 들리는 호칭이었나 놀란다. 이게 다 조정석 때문이다. 나와 동거 중인 ‘기자님’ 에게 행여나 이렇게 부르면 사람이 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하여 불러봤다는 걸 좀 부끄럽지만 고백한다. 결과는? 아시는 대로.

글: 김선경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
사진 : 플레이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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