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무대에 숨은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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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첫 무대에 올라 펼쳐지고 있다.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이 공연은 자신의 그림자를 판 대가로 엄청난 부를 얻은 페터 슐레밀을 통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를 묻는다. 높은 음역대를 오가는 강렬한 넘버와 배우들의 호연도 매력이지만, 팝업북과 LED스크린 등의 다채로운 무대장치도 공연 내내 눈길을 끈다. 이 뮤지컬에 활용된 무대 장치와 숨은 의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오루피나 연출·조수현 영상디자이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리했다.
 
■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 비추는 미로
이 뮤지컬의 원작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는 환상 문학으로 분류된다. 정체불명의 남자, 그림자를 파는 행위, 돈이 끝없이 나오는 마법 주머니 등이 마치 자연스러운 일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이같은 원작 속 환상적인 요소를 다양한 장치로 극대화해 보여준다.
 
특히 눈에 띄는 세트는 거대한 미로다. 총 10개의 판으로 구성된 미로는 천장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무대 바닥에서 살아 움직이기도 한다. 정체 불명의 남자 ‘그레이맨’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판 페터는 이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데, 그 모습은 매순간 새로운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때로는 벗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지고 마는 인간의 운명을 비춘다. 오루피나 연출은 “페터가 단순히 길이라고 생각했던 곳도, 넓은 광장이라고 생각했던 곳도 사실은 그레이맨이 만든 세상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미로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 장난감 같은 팝업북
극 초반에 등장하는 팝업북 형태의 무대 소품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마치 거대한 종이접기를 하듯 바닥에서 의자와 바이크 등이 순식간에 펼쳐지는데, 이 소품에도 의미가 있다. 인간들이 원하는 것을 척척 만들어내는 그레이맨의 전능한 모습과 우아하고 고상한 척 하지만 실은 속물적인 귀족들의 모습을 극명히 보여주기 위해 장난감 같은 느낌의 팝업북을 사용했다고.
 
■ 다양한 공간감 더하는 3D 애니메이션  
‘고스트’, ‘젠틀맨스 가이드’ 등 다양한 뮤지컬에서 활용된 LED스크린이 이 작품에서도 무대를 시시각각 다채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페터가 여행하는 낯선 도시와 아름다운 정원,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의 별들까지, 장면마다 다양한 공간을 3D로 담아낸 LED 영상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상을 만든 조수현 영상디자이너는 “가상으로 구현된 세상을 관객이 믿게 만들려면 현실감이 필요한데 그 느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빛이다. 무대에서는 조명 디자이너가 진짜 빛으로 대상을 밝히지만, 영상 안에서도 의도를 가진 빛을 주려면 모든 영상을 디자인에 맞춰 3D로 구현하고 의도에 맞는 조명을 넣어줘야 한다”고 풀 3D 애니메이션(Full 3D animation) 기법을 설명하며 “'그림자를 판 사나이' 등의 여러 작품을 통해 계속해서 실험해가고 있는 부분인데, 이제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 이 기법은 앞으로 실시간 렌더링과 게임엔진의 활용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공연에 도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 검은 손, 악마의 눈…무대 곳곳에 숨은 의미들
‘그림자를 판 사나이’ 무대 영상에는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한다. 파란 하늘, 눈동자, 우주 등의 이미지들이다. 실제로 작업 중 마그리트, 보쉬, 달리 등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조수현 영상디자이너는 “매우 신기한 건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심상들이 거의 다 초현실주의와 맞닿았다는 것이다. 마치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그림을 나열하고 그걸 이어가며 이야기를 쓴 듯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들에 희열을 느꼈다”고.
 

물론 이 이미지에도 각기 숨은 의미가 있다. 극 초반에는 서로 맞닿은 두 손의 이미지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연상케 하는데, 이는 앞으로 펼쳐질 신과 인간의 이야기에 대한 복선을 담고 있다. 또한 오루피나 연출의 설명에 따르면, 영상 곳곳에 등장하는 검은 손은 그레이맨의 손이다. 손이 집을 완성하고 장소를 바꾸는 모습을 통해 무대 위 세상이 그레이맨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표현했다고. 영상 속 눈동자는 인간을 바라보는 악마의 눈이자 꿈을 통해 환상을 보게 하는 악마의 환영 장치이며, 하늘과 하늘에 떠 있는 창문은 그레이맨의 세상이 차원을 넘나드는 판타지적 공간임을 뜻한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알앤디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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