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마음을 밝히고 싶은 당신에게…연극 <불역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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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낯선 제목의 연극이 찾아왔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을 지닌 <불역쾌재>.
정약용 선생의 시 ‘불역쾌재행’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제목을 만들었다는 이 연극, 과연 작품의 제목처럼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장우재의 신작 <불역쾌재>의 프레스콜이 지난 26일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 행사에서는 주요장면 시연과 장우재 연출을 비롯한 주연배우 이호재, 오영수, 이명행, 윤상화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연극 <불역쾌재>는 조선시대 문인 성현이 쓴 기행문 ‘관동만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으로, 상상 속 조선시대의 두 대감 ‘기지’와 ‘경숙’이 왕의 질문을 품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2013년 <여기가 집이다>, 2014년 <환도열차>, 2015년 <햇빛샤워> 등을 통해 최근 3년 간 연극계의 주요 상을 휩쓴 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가 집필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극은 왕을 비판하는 책을 쓴 ‘태보’가 조정에 끌려오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태보의 절친한 친구이자 사대부인 ‘경숙’과 ‘기지’는 이로 인해 파직을 당하고, '태보'는 죽임을 당하게 된다. 한편 '왕'은 '태보'의 죽음으로 갈라질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경숙'과 '기지', 둘 중 한 사람을 택해 책임을 묻고 처단하고자 한다. 각자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찾아 자신에게 고하라는 명을 내린다. 즉, '왕'의 마음을 얻지 못한 자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실 속 양극화 현상에 빠진 우리 사회를 보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세대갈등, 빈부격차, 좌우이념 등의 대립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우리 시대의 화두 말이다. 뿐만 아니라 “백주대낮에 배에 빠져 죽은 일곱 명의 젊은이들을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까?”라는 대사 등은 직접적으로 특정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에 대해 장우재 연출은 자연스럽게 현실의 문제가 따라온 것 뿐 의도적인 현실비판 메시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현실을 비판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작품을 쓰려고 했던 이유는 ‘어떤 문제가 있어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넣고자 했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연극인데, 답을 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의 문제가 들어온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다.”
 

하지만, 장우재 연출은 이러한 메시지를  결코 무겁게 다루지 않았다. 전작에서 우리 사회를 냉혹하게 묘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한 편의 우화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어둠을 뒤집어 밝음을 보는 이야기’라고 말한 만큼 조금 더 여유롭게 생각하며 관조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여정을 기록하는 ‘사관’이란 캐릭터는 그런 의미에서 장우재에게 적절한 장치였다. 관객들이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많은 사건들은 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단지 팩트를 전달하겠다는 이유라기 보단, 어떤 사실을 두고 각자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관'이란 인물을 전달자로 설정했고, 관객들이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의 시각 차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가는데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경숙' 역의 이호재(좌)와 '기지' 역의 오영수(우)
 
▶ '왕' 역의 이명행과 '늙은 사관', '태보' 역의 윤상화

한편, 이번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이호재, 오영수, 이명행, 최광일 등 베테랑 배우들의 출연이다. 특히 ‘경숙’ 역의 이호재와 ‘기지’ 역의 오영수, 두 사람의 연기 경력을 합하면 무려 100년, 1세기가 될 정도다. 서로 갈등을 하면서 상대방의 허점을 찾아야하는 다소 난해할 수도 있는 캐릭터에 대해 오영수는 “기지라는 인물은 정체되어 있는 사회에서 뚫고 나와야 하는 국민의 의식과 열망을 지향한다. ‘경숙’ 역시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고 설명하며 “양극화로 나타난 사회정치적 현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결국 어떤 통합의 메시지가 있다. 요즘 사회가 너무 어지러운데, 연극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대감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왕’역의 이명행은 “왕은 기준직과 기준호로 대변되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가고 싶은 이상향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이다. 상황이나 인물관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햄릿’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 고민의 값을 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극 <불역쾌재>는 다음 달 6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계속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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