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력적인 파티와 손님들이라니” ‘위대한 개츠비’ 체험한 기자들의 생생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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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 영국의 작은 펍을 개조한 공연장에서 시작된 공연이 지난 연말부터 한국 관객들을 만나 큰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바로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다. 이 작품은 제이 개츠비의 초대를 받아 참석한 관객들이 1920년대 미국의 화려한 재즈 시대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진 개츠비 맨션에 방문해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찰스턴 댄스를 추기도 하며, 개츠비의 티파티 준비를 돕는 등 공연의 일부가 되어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다. 플레이디비 기자 3인이 함께 ‘위대한 개츠비’를 체험하고 공연에 대한 여러 감상을 풀어보았다.


눈앞에서 배우들이 나에게 말을 걸고 함께 춤을 추기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직접 체험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 '이머시브'

 

강진이: 공연을 본 소감이 궁금해요.
 

이우진: 관객 참여형 공연하면 어색한 느낌이 좀 있거든요. 아무래도 관객들이 소극적으로 참여하면 분위기가 살아나지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은 배우들이 파티 전 대기 장소에서부터 나와서 손님들에게 말을 걸면서 파티 시작 전 준비를 시켜주더라고요. 또 화려한 의상을 갖춰 입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을 보니까 저도 ‘열린 마음으로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김선경: 저는 공연을 볼 때 관객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거나, 어떤 정해진 틀을 깨고 뭔가를 하는 배우의 애드리브를 연출가가 의도했던 안 했건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작품은 정해진 그 안에서 완성도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이머시브 공연이 트렌드이기도 하고, ‘위대한 개츠비’는 무대와 객석의 틀을 완전히 깨고 기존의 공연장을 완전히 벗어난 작품이라서 그 자체로 새롭고 거기서 오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강진이: ‘위대한 개츠비’가 ‘이머시브 공연’이라고 했을 때 방 탈출 게임 같은 그런 종류의 놀이 같이 보여서 기대가 됐어요. 공연을 위해 나름 파티 의상으로 챙겨 입으면서 저 스스로 되게 오픈 마인드로 왔다고 느꼈는데요. ‘함께한 관객들을 보니 더 열려야 하겠구나’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매력적인 파티에 더 매력적인 손님들 때문에 파티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직접 맨션의 이곳저곳을 체험하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눈앞에서 본다는 게 기존 공연과는 분명히 다른 형식이라 신선했어요.
 

개츠비 맨션 전용 출입구, 음악이 흐르는 메인 홀
파티 전 가볍게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드럭 스토어

관객이 최대한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한
다양한 시도들이 돋보이는 ‘위대한 개츠비’


강진이: ‘위대한 개츠비’ 공연은 개츠비 씨의 파티에 초대되었다는 전제하에 진행되잖아요. 그래서 개츠비 맨션에 입장하는 방법이나(그래뱅뮤지엄 정문 말고 옆으로 돌아 개츠비 맨션 전용 입구를 사용),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음악이 흐르는 메인 홀, 또한 파티 중에 자유롭게 술을 포함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점, 배우들과 함께 파티를 준비하고, 파티에 초대된 손님들(배우 및 관객)과 춤을 추는 등 기존 공연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였어요. 또 여기에 온 손님들도 너무도 완벽히 준비를 하고 와서 깜짝 놀랐고요. 영어 이름까지 준비해서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이우진: 그러니까요. 그런 점이 관객들이 마음을 열고 왔다는 표시 같아서 처음부터 공연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드럭 스토어에서 "여기 어떻게 오게 됐냐"라는 배우의 질문에 "개츠비와 영국에서 만난 적 있어서 파티에 초대받았다"고 말할 수도 있었고요. 배우들이 눈빛 보내면 같이 따라서 이동도 하고 춤도 추고 대화도 하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선경: 심지어 물품 보관소나 맨션을 안내하는 스태프들도 파티 복장으로 입고 있잖아요. 그런 작은 디테일들까지 신경을 많이 썼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놀랐던 것은 관객들이었어요. 1920년대를 재현한 의상에 소품까지 착용하고, 정말 개츠비 파티에 여러 번 왔던 손님처럼 연기도 잘하더라고요.
 
서로 이야기를 맞춰보는 재미
함께 오더라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만나다
비밀의 방에 한 번쯤은 들어가보자
  

강진이: 우리가 개츠비 맨션에 입장은 같이 했지만, 파티 중에는 서로 흩어져 있었잖아요. 다들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개츠비 맨션은 메인 홀을 중심으로 사이드로 여러 개의 비밀의 방이 있다. 이 방은 캐릭터의 안내에 따라서만 입장할 수 있다.)

저는 2막에서 후반부에 한 번 빼고는 다 메인 홀에 있었어요. 파티가 시작되자 개츠비를 위해 약국을 운영하는 윌슨과 그의 아내 머틀이 재즈 노래를 부르며 파티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어주더라고요. 그리고 닉이 개츠비와의 인연을 소개하고, 개츠비의 첫사랑이자 데이지의 친한 친구인 조던 베이커가 손님들에게 찰스턴 춤을 상세히 알려줬어요. 춤을 가장 열심히 춘 손님과 베스트 드레서에게는 선물도 줬고요. 월슨이 아내 머틀과 다투는 장면도 보고, 또 아내 머틀을 위해 데이지의 남편인 톰과 거래하는 장면도 봤어요. 그 후 조던이 자신의 친구 데이지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줬고요. 이후 윌슨이 개츠비와 데이지의 티타임을 준비하는 장면도 만날 수 있었고요.

이우진: 전 파티 시작 후 개츠비를 따라가서 개츠비가 연 투자 설명회 현장에 참석했어요. 거기서 실제 술도 마셨고요. 개츠비가 술을 주면서 “제가 만든 술이에요”라고 밀주라는 암시도 주고요. 거기서 개츠비한테 명함도 한 장 받았어요. 개츠비가 자신의 오른팔인 로지에게 아무도 모르게 명함을 건네면 그가 스포츠 게임을 할 때 어떤 팀에 배팅해야 되는지 이야기해준다고 했죠. 그래서 실제로 메인홀에서 로지를 만나서 명함을 건넸더니, 정보와 번호를 남긴 종이를 줬어요. 나중에 전화해보니 ‘지금 중요한 업무로 인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로지의 안내 음성이 나오더라고요. 이건 그 투자 설명회에 현장에 있던 한 20명 정도만 제한적으로 경험한 거잖아요. 이런 것들이 재미있었어요. 사교계에 자주 참석하는 루실이 와서 개츠비의 비밀도 알려주고요. 개츠비를 견제하는 톰이 개츠비의 비밀을 손님들에게 묻고 다니기도 했어요.

김선경: 초반에는 메인 홀에 있다가 조지와 머틀이 다툰 후 머틀을 따라 머틀의 방으로 들어갔어요. 낡은 방이었는데, 수건이 걸려 있었고, 머틀이 짐 싸는 걸 도와줬어요. 데이지가 옷을 고르는 걸 함께하기도 했고요. 한 6개의 방을 들어갔다 나왔는데, 그런 공간이 주는 느낌이 ‘위대한 개츠비’의 이야기의 한 축이 되는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소그룹을 따라가지 않아도 이야기를 놓치지 않을 정도의 내용만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왕이면 캐릭터들을 따라서 비밀의 방에도 들어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참여한 만큼 즐거운 ‘이머시브 공연’
연기도 좀 할 줄 알아야 한다?
기존 관극 습관보다는 오픈 마인드가 중요

 
강진이: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요?

김선경: 배우들이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고 말 걸기를 시도하거나 맨션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배우들과 같이 연기를 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게 좀 힘들더라고요. 혹시 관객 중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돌발 상황은 없을까? 자꾸 그런 상상도 하게 되고요. 물론 대부분의 관객들은 예를 지키고 파티에 초대된 손님이라는 것에 충실히 빙의해서 이야기할 것 같지만... 엉뚱한 손님들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관객 참여형 공연이지만, 참여한다는 것이 콘서트처럼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위대한 개츠비’는 배우들이 이야기할 때는 조용히 있어야 하고요. 손님으로 왔기 때문에 호스트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호응해줘야 하고요. 물론 가만히 있어도 되긴 하지만요. 기존의 공연장 객석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참아야 하는 부분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에는 완전하게 마음이 열리지 않았어요.

강진이: 관객들이 어떤 대답을 해도 배우가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간혹 엉뚱한 대답을 하더라도 재치 있게 응대하는 배우들의 노련한 순발력도 공연의 재미 요소라고 해요.

이우진: 그래서 영국 협력 연출이 기자들을 초대한 연습 공개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열린 마음과 배우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했나 봐요.

강진이: 메인 홀에 모였다가 흩어졌다 하다 보니까 그게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는 안 되지만 캐릭터들의 디테일을 좀 놓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주로 메인홀에만 있다 보니 개츠비나 다른 캐릭터들이 손님들과 다른 방으로 이동하거나 여기저기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가 궁금했어요. 그런 거에 자꾸 신경이 쓰이고 하니까 파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약간 겉도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우진: 그래서 마음을 여는 게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이걸 공연 본다 생각하지 않고 정말 내가 개츠비 맨션에 초대받은 손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개츠비나 다른 인물들에게 저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 둘의 관계는 무엇인지 직접 물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참여한 만큼 즐거울 수 있고, 얻어낼 수 있는 게 이머시브 공연의 매력 같아요. 인터미션 시간이나 메인 홀에서 뒤쪽에 있으면 가끔 배우들이 “제 남자친구 톰 아세요?” 이런 식으로 지금 제 눈 앞에 있는 캐릭터들의 관계를 설명해주기도 하면서 혹여 다른 방에 있어서 뭔가를 놓치는 점이 있어도 극에 동화되게끔 해주더라고요. 

강진이: 소규모라도 메인 홀에 라이브 연주하는 밴드가 있었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간간이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라이브 음악이 파티 분위기에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원작을 몰라도 상관없지만
인물 관계도만 알고가도 공연의 이해도가 쑥쑥 올라가

 
강진이: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잖아요. ‘원작 자체가 이런 형식의 공연에 어울리나?’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요. 또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김선경: 맨션이라는 공간 자체는 개츠비의 이야기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원작 소설은 닉이 바라보는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 안에는 허무 같은 감성이 담겨 있는데, 공연에서는 작품이 가진 의미를 다 담기에는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우진: 저는 제목만 들어봤고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내용의 큰 줄기는 따라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츠비라는 부자가 있고 그 부자의 파티에 사람들이 초대되었고, 거기서 나의 첫사랑 같은 존재와 재회하지만 뭔가 문제가 발생하는 스토리. 이 자체는 간결한 것 같아요. 그러나 캐릭터 간 각자의 사연을 몰라서 그게 좀 답답했고, 캐릭터끼리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는 조금 어려웠어요.
 
놀라운 집중력의 배우들
공간을 자신만의 무대로 만들다

 
강진이: 배우들은 어땠나요?

이우진: 배우들이 순간순간 집중력이 좋은 것 같아요. 비밀의 방에서는 눈앞에서 배우들이 눈빛 연기로 분위기를 바꾸는 게 생생히 전달됐어요.
 
강진이: 저는 개츠비 역의 박정복 배우가 새롭게 보였어요. 그동안 봤던 작품에서 (‘오펀스’, ‘레드’,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강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있어서 이런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이 어울릴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한순간에 분위기를 바꾸더라고요. 발성 자체가 훌륭하니 멀리 있어도 목소리도 잘 들리고요. 그의 연기가 돋보이더라고요.
 
김선경: 배우들이 진짜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도 정말 연기를 잘하고요. 맨션 곳곳에 방해 요소가 너무 많잖아요. 손님들이 눈앞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고요. 연습했던 타이밍이 안 맞을 수 있잖아요. 진짜 힘든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메인 홀에서는 다수의 손님을 상대로 하지만 비밀의 방에서는 서너 명만 두고 연기를 하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도 캐릭터의 감정이 그대로 유지가 되더라고요. 그 공간을 자신만의 무대로 확 만들어버리는 게 정말 놀랍더라고요.
 
의상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신발은 편하면 편할수록 좋다
삼페인이나, 가벼운 칵테일로
파티 전 미리 텐션감을 끌어올리면 금상첨화  

 
강진이: 마지막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관람 팁을 전한다면요?

김선경: 매번 이렇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메인 홀에서는 뒤쪽에 있는 편이 배우들 퇴장할 때 함께 다른 비밀의 방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을 읽고 오기 부담스럽다면 영화를 보고 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춤을 알려줄 때 과감하게 춰보고, 배우들이 말을 시키면 웃으면서 같이 이야기하고요. 그래야 정말 이머시브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진이: 체력이 중요해요. 그리고 꼭 파티 기분을 낼 수 있는 의상이나 화장, 소품 등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오히려 꾸미지 않고 오는 것이 어색함을 유발할 수 있겠더라고요. (웃음) 의자가 몇 개 있긴 하지만 계속 서서 봐야 하니까, 의상은 화려하게 차려 입어도 신발은 운동화나 단화를 추천해요.

이우진: 소설이나 영화를 보지 못했더라도 대략의 스토리나 캐릭터에 대해 알고 오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열린 마음으로 내가 배우가 됐다고 생각하면서 공연을 즐긴다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또 입장할 때 샴페인 한 잔 마시고 시작하세요. 적당히 어두운 조명이 있으니 부끄러할 필요도 없고요. 연인들끼리, 친구들끼리, 모임에서 단체로 드레스코드 맞춰 입고 와서 참여하면 정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실 것 같아요.

대담 정리: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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