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현 “‘웃는 남자’가 제 인생작이래요...도움 준 옥주현 선배에게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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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삼총사’로 뮤지컬에 데뷔했던 규현이 어느새 11년차 배우가 됐다. ‘삼총사’에서 출발해 ‘그날들’, ‘베르테르’, ‘모차르트!’ 등을 거치는 사이 어느덧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사라졌고, 그는 이제 모두가 실력을 인정하는 뮤지컬 스타다. 특유의 미성과 가창력, 안정된 연기, 그리고 성실함이 빚어낸 결과다.

국방의 의무 때문에 잠시 무대를 떠나있던 규현은 최근 새해를 맞아 다시 뮤지컬로 돌아왔다. 그가 선택한 복귀작은 ‘웃는 남자’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에서 규현은 입이 기괴하게 찢어진 그윈플렌을 연기한다. 소집해제 후 몇 번의 출연 제의를 고사한 끝에 신중히 고른 작품이라고. 3년 반 만에 무대에 오른 그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난 4일 만나 물었다.

Q 소집해제 후 첫 뮤지컬로 ‘웃는 남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회복무요원 시절에 초연을 봤어요. 재미있어서 두 번 봤어요. 그 때 관계자 분께서 다음에 같이 하자고 했을 땐 그냥 웃어 넘겼는데, 계속 생각이 나면서 나중에 꼭 해보고 싶더라고요. 사실 작년에도 몇 편 출연 제안을 받은 게 있는데, 이 작품으로 컴백을 하고 싶었어요.

Q ‘모차르트!’ 이후 3년 반 만에 서는 뮤지컬 무대에요.
감이 떨어졌을 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그동안 연기도 계속 안 했으니까. 그래서 상견례를 할 때 배우 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작품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연차만 쌓였을 뿐이지 오랫동안 (뮤지컬을) 안 해서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하니까 많이 도와달라고. 최대한 연습을 많이 참여하려고 했고, 하다 보니 다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Q 그윈플렌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요.
1막에선 (다른 인물들과) 같이 화음을 맞추는 장면들이 많아서 감미롭게 풀려고 했어요. 같이 호흡하면서 좋은 화음을 만드는 데 신경을 썼고, 2막부터는 그윈플렌이 솔로로 풀어가는 부분이 많으니까 좀 더 힘있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또 가능한 선에서 즐거운 장면을 많이 만들려고 했어요. 계속해서 (감정선을) 어둡게 가져가면 보시는 분들이 힘드실 수 있으니까, 전체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웃기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조사아나 여공작과 그윈플렌이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 재미있는 걸 많이 하려고 해요. 더 엉성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하죠. 귀족들을 대할 때는 더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제스쳐를 연구했고요.
 
▲ 뮤지컬 ‘웃는 남자’ 캐릭터컷

Q 이석훈, 박강현, 수호 씨와 함께 그윈플렌을 맡았는데, 규현 씨의 그윈플렌만이 가진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다른 배우들과 비슷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보시는 분들은 넷이 되게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보고 해맑던 그윈플렌이 상처 속에서 무너져 내려가는 모습이 더 와 닿는다고 말씀해주셔서 그런 모습을 더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 격차를 좀 더 크게 표현하려고요.

Q 특히 좋아하는 넘버나 장면을 꼽는다면요.
넘버는 ‘그 눈을 떠’요. 상원 의원들에게 제발 좀 나누고 살자고 말하는 노래인데, 요즘 시대도 정말 각박하잖아요. 가사도 좋고, 멜로디도 너무 좋아요.

그 노래를 부르고 나서 “그렇지 않습니까?” 하며 열변을 토할 때도 기분이 좋아요. 내가 이들을 설득시킨 것 같아서. 뒤에 반전이 있으니까 간극도 더 크게 느껴지고요. 앙상블 분들께도 그 장면에서 저를 더 욕해 달라고 요청을 드렸어요. 그렇게 상대 배우 분들로부터 에너지를 받아서 터뜨릴 수 있다는 게 좋아요.
 
▲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Q 주변 지인들의 관람평은 어땠나요.
많이 울었다고들 하세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성공했구나 싶죠. 사실 저는 연예인 초대를 많이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엔 오랜만의 공연이라 회사 동료 몇몇을 초대하려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이미 수호가 다 초대를 해서 봤대요. 심지어 친분 없는 연예인들한테까지 (초대장을) 돌렸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전 수호가 모르는 분들 위주로 초대하려고요(웃음).

Q 찢어진 입이 그윈플렌이 외형상 가진 특징인데, 분장 때문에 힘든 점은 없나요?
분장이 거슬리기보다 오히려 되게 도움이 돼요. 정말 내가 그 사람으로 변신한 것 같아서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입술은 좀 불편하긴 해요. 여성분들이 립스틱을 많이 쓰잖아요. 립스틱을 바르면 립밥도 못 바르고 음식 먹을 때 다 묻으니까 되게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치도 못하겠더라고요.

가발은 따로 안 쓰고 싶어서 계속 머리를 기르는 중이에요. ‘모차르트!’ 때도 가발 없이 그냥 제 머리로 무대에 오르고 싶어서 6~7달동안 계속 머리를 길렀는데, 결국 가발을 쓰게 돼서 허무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Q 연습 과정에서 특히 도움을 받은 동료를 꼽는다면요.
다들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느 한 분을 꼽으면 나중에 ‘너 누구 얘기했더라?’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서(웃음). 

가장 많이 뭉쳐 다니면서 도움 받은 사람은 아무래도 그윈플렌들이죠. 강현이는 그 전에도 워낙 잘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실제 만나보니까 되게 싹싹하고 좋은 아이인데, 무대에서는 완전 싹 돌변해서 너무 멋있어요. 동생이지만 제가 정말 많이 배우죠. 석훈 형은 원래 가수로서도 좋아했는데, 이번에 연기나 노래 표현에 있어서도 또 새로운 면을 많이 발견하고 배워요.

수호는 많이 안 도와줬어요(웃음). (엑소)리더이고 멋있는 아이인데, 저한테만 오면 애기가 되어버려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봤으니까 보면 그냥 사랑스러워요. 그동안 자주 못 봤는데 뮤지컬로 자주 봐서 진짜 좋았어요.
 
Q 관객들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공연 전에 무대 구석에 있는 천막 안에 들어가 있는데, 그 때 기도를 해요. 제가 사랑하고 저를 사랑하는 분들, ‘웃는 남자’와 뮤지컬과 예술의전당을 사랑하는 분들,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이 귀한 3시간이 지난 후에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를 갖고 나가시면 좋겠다고요. 그게 제 바람이에요. 관객 분들께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공연을 하면서 제가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관객 분들, 몇 번씩 회전문을 도는 제 팬들이 만족하는 거잖아요. 이번 공연이 제 인생작이라고, 제가 했던 뮤지컬 통틀어서 제일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끝까지 실수없이 잘 해서 그걸 잘 유지하고 싶어요. 아쉬움 없이 끝내는 게 목표에요.
 
Q 2010년 ‘삼총사’로 뮤지컬에 데뷔해서 이제 11년차 뮤지컬 배우가 됐어요.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발성도, 대사 톤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죠. 그 때 왕용범 연출님이 앙상블 분들께 저를 욕해 달라고 부탁해서, 20분동안 욕을 먹은 적이 있어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터뜨려보라고 하신 거에요.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한 것 같아요.

이번에도 음악적 표현 등을 많이 배웠어요. 옥주현 선배님이 제 시츠프로브 영상을 보시고 연락을 주셨어요.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요. 그래서 선배님을 만나서 공연 끝난 후에 목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발성할 때 어느 (구강) 부위를 사용해야 하는지,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네 시간 가까이 배웠어요. 전에는 인사만 하고 공연만 몇 번 본 사이였는데, 너무 열성적으로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큰 도움이 됐어요.

Q 또 그동안 고마웠던 선배들은 누가 있나요.
(엄)기준이 형과 작품을 많이 했어요. 처음 같이 공연을 했을 땐 절 별로 신경 안 쓰셨어요. 하다가 말겠지, 생각하신 것 같아요. 두 번째 같이 공연할 때 ‘너 뮤지컬 계속 할 거니?’ 하셔서 그렇다고 하니까 그때부턴 애정을 갖고 저에게 무대와 연기에 대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베르테르’를 할 때 기준, (조)승우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죠.
 
Q 꾸준히 뮤지컬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면서 제가 즐겁거든요. 또 출연을 결정할 때 후회하지 않을 만한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음악도 어떤지 보고요. 제 장점이 연기보다는 넘버 소화력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제 팬들의 통장 상황이 괜찮은 한 계속 하고 싶어요. 그것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있어요. 만약 제 인기가 엄청 많아서 표가 다 매진되면 모르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그게 아니어서 공연을 보려면 바로 예매를 할 수 있거든요. 그럼 제 팬들은 돈을 자꾸 쓰셔야 되니까 그게 너무 죄송해요. 인기가 더 많아져서 예매하기 힘들어져야 하는데(웃음).

Q 방송에서 보는 규현 씨의 모습은 늘 밝지만, 아이돌로서 가진 고충도 있을 것 같아요.
길을 다닐 때 고개를 못 들고 다녀요. 연예계 생활을 15년 하면서 그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눈이 마주치면 저를 알아보시는 경우가 있으니까. 여름에 바다에 간 적도 없고요. 그렇게 오픈된 장소에 갈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는데, 그 반대로 얻는 것도 너무 많아요. 사람도 있고, 금전적인 것도 있고요.

다시 태어나도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공연할 때 국내든 해외든 가급적 팬들과 눈을 많이 맞추려고 하거든요. 저 분은 매체를 통해서만 나를 아셨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실 수 있을까, 많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너무 감사한 직업 같아요.
 

Q 규현 씨의 자기관리 방법이 있다면요.
퇴근길에 팬 분들이 주신 편지를 다 받아서 읽는데, 팬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시는 게 제 스케줄이더라고요. 소집해제 이후 명절을 빼고는 계속 일만 하고 있거든요. 근데 저는 이렇게 미친듯이 일을 하는 게 익숙해서 힘든 건지 잘 모르겠어요. 회사의 강요로 하는 게 아니라 다 제가 선택한 거니까 투정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목 관리를 위해 최대한 말을 안 하려고 하고, 가습기도 더 들여놓고 하죠.
 

Q 바쁜 일상 속에서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편한 사람들과 맛집 가서 한잔 할 때 충전이 되는 것 같아요. 요즘엔 그런 시간을 많이 못 가졌지만. 종종 비는 날이 생기면 ‘그날은 마셔도 돼’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해요.
 

요즘 왜 살아가는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어요. 왜 이렇게 아둥바둥 열심히 살고 있을까. 아직 결론에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무대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게 되게 감동스러워요. 커튼콜 때 박수와 함성 소리를 들으면 소름이 돋아요. 또 팬 분들이 제가 자신의 사는 이유라고 사는 말씀해주시면 내가 누군가에게 사는 의미가 되었구나,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죠.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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