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피켓팅’ 예고됐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특별한 이유는?
- 2020.05.29
- 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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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해피엔딩’ 2017년 공연
6월 30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관객들은 며칠 전부터 플레이디비와 포털사이트에서 수시로 이 작품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며 기대와 조바심 속에 금일(5/28) 예정된 1차 티켓 오픈을 기다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전미도의 출연 소식도 전폭적인 관심을 끌어내고 있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관객들의 애정과 믿음도 매우 크다. 이 뮤지컬이 이토록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해피엔딩’은 어떤 작품?
로봇들이 펼치는 가장 인간적인 러브스토리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16년 첫 무대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뮤지컬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남달리 섬세하고 세련된 감성으로 마니아 층을 탄생시켰던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주제로 한 뮤지컬을 구상했다. 평범한 로맨스가 아닌, ‘버려진 로봇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러브스토리였다.
로봇이라는 소재는 사랑을 주제 삼아 매해 여러 편씩 펼쳐지는 많은 뮤지컬 중에서도 이 작품을 특히 돋보이게 만들었다. 극은 21세기 후반 서울 외곽의 작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다. 감정 표현에 서툰 로봇이 설렘과 기쁨, 애정과 따스함을 처음으로 느끼며 그로 인해 때때로 당혹감에 빠지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그 모든 ‘인간적’ 감정의 결을 생생하게 전했다. 가장 비인간적인 소재가 오히려 가장 부드럽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선명히 담아낸 것이다. 게다가 주인에게 버려져 서서히 녹슬어가는 두 로봇의 안쓰러운 상황은 시간의 유한성을, 언젠가 끝날 수밖에 없기에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 ‘어쩌면 해피엔딩’ 2017년 공연
음악·서사·연기 완벽한 3박자 이뤄…2017년 일본 진출도
이같은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작품의 완성도가 빼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로봇이지만 제조 시기와 수명이 다른 올리버와 클레어의 특징, 재즈 음악을 좋아했던 주인 제임스를 그리워하는 올리버와 인간에게 냉소적인 클레어, 반딧불이를 보러 함께 떠난 제주 여행 등의 설정과 상황이 촘촘히 이어지며 절정으로 향해가는 이야기의 맺음새는 무척 정교했고, 여기에 장면마다 아름다운 음악이 감동을 배가했다.
오프닝곡 ‘우린 왜 사랑했을까’를 비롯해 올리버의 명랑하고 천진한 모습을 담은 ‘나의 방 안에’, 방전될 위기에 놓인 클레어가 충전기를 찾으며 부르는 ‘끝까지 끝은 아니야’ 등 이 작품의 음악은 대부분 재즈와 클래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올리버의 오래된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 그리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으로 구성된 6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는 진한 어쿠스틱한 감성을 자아냈다. 여기에 제임스 역 배우들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도 몰입을 높였고, 낡고 고즈넉한 아파트를 구현한 무대도 아날로그 감성을 십분 살렸다.
▲ ‘어쩌면 해피엔딩’ 2018년 공연
배우들의 호연을 중심으로 서사와 음악, 무대가 매끄럽게 합을 이룬 이 작품은 2016년 초연 당시 전석 매진된 데 이어 이듬해 앵콜 공연까지 이끌어냈다. 이어 제2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 6관왕, 제6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 4관왕을 차지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고, 2017년에는 일본에도 진출해 도쿄 선샤인 극장 무대에 올랐다. 2018년 펼쳐진 재연에서도 뜨거운 반응은 계속 이어졌다.
▲ 전미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전미도 등 ‘어햎 장인’들 출격…새 캐스트도 기대
전미도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인이다. ‘번지점프를 하다’로 윌 애런슨 &박천휴 콤비와 연을 맺은 전미도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창작 단계부터 참여해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주목받은 전미도는 공연계에서는 이미 연기력으로 손꼽히는 배우다. 조승우가 ‘가장 닮고 싶고 존경하는 배우’라고 언급하기도 했던 그녀는 ‘어쩌면 해피엔딩’에서도 로봇의 기계적인 움직임과 서툰 감정 표현이 절묘하게 녹아 든 연기로 클레어를 완벽히 그려낸 바 있다. 이번 공연은 그녀가 앵콜 공연에 이어 3년 만에 오르는 무대이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 정문성
다른 배우들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전미도와 함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했던 정문성 역시 ‘어쩌면 해피엔딩’의 초연과 앵콜 공연에 참여했던 인기 멤버다. 올리버 역 전성우와 클레어 역 강혜인은 2018년 이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으며, 공연계의 유망주로 주목받는 올리버 역 양희준과 클레어 역 한채아의 무대도 주목된다.
올리버의 옛 주인 제임스 역에는 초재연에 함께 했던 ‘제임스 장인’ 성종완이 다시 출연하며, 이선근이 새로 합류해 호흡을 맞춘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6월 30일 YES24 스테이지 1관에서 펼쳐진다. .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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