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 연출가와 배우들이 말하는 ‘렌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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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쌓이는 화음, 곧이어 커다란 연습실을 가득 메운 배우들의 합창 소리, 절정을 향해가는 음악. 마지막 노래가 끝나자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고, 배우들은 고조된 감정을 다스리며 눈물을 훔치거나 서로를 다독인다. 이제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뮤지컬 ‘렌트’의 연습실 풍경이다. 지난 4일 방문한 이곳에서 오리지널 협력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 그리고 로저 역 장지후, 콜린 역 최재림 배우에게 공연을 앞둔 소감을 들었다.

이날 배우들이 연습한 장면은 ‘What you own’ ‘Your eyes’, ‘Finale B’ 등의 넘버가 펼쳐지는 2막 끝 장면이다. 가난 속에서 저마다 소중한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던 주인공들 – 비디오 아티스트 마크, 작곡가 로저, 마약에 중독된 미미, 컴퓨터 천재 콜린 등 – 은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 1년 만에 조우한 자리에서 또 한차례 예기치 못한 위기를 겪고, 그 끝에 앞날을 알 수 없는 삶의 경이로움을 함께 노래한다.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표정으로 많이 표현해주세요”

미소 띤 얼굴로 배우들을 독려하던 오리지널 협력 연출 세뇨르는 이번 공연에 대해 단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렌트’와 25년간 긴 인연을 맺어온 그는 제작사인 신시컴퍼니가 ‘렌트’의 오리지널리티를 담기 위해 특별히 섭외한 연출가로, 이 작품을 가장 속속들이 이해하는 연출가로 꼽힌다.

뮤지컬 ‘렌트’는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틱틱붐’, ‘슈퍼비아’의 조나단 라슨이 대본과 음악을 만든 이 작품은 199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가난과 에이즈, 마약 등의 고민거리를 품은 청춘의 꿈과 사랑을 그렸다. 파격적인 소재, 그리고 록과 R&B, 가스펠 등을 한 데 녹여낸 신선한 음악으로 호평을 끌어내며 단숨에 인기작의 반열에 올랐다.
 
▲ 앤디 세뇨르 협력연출

앤디 세뇨르는 초연 이듬해인 1997년 엔젤 역을 맡아 ‘렌트’와 첫 인연을 맺었다. 2011년 에는 오리지널 연출 마이클 그리프와 함께 리바이벌 공연의 협력 연출을 맡았고,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 작품을 이끌었다.

“렌트는 내게 고향이자 가족 같은 작품”이라는 세뇨르는 ‘렌트’를 ‘혁명적인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렌트’는 그 시대 사람들이 실제로 겪고 있던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다뤘고, 다른 뮤지컬과 달리 라디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사용했다. ‘뮤지컬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새로운 대답이었고, 뮤지컬에도 힙하고 쿨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해준 작품이었다”는 것.
 
이어 “’렌트’는 바이러스 뿐 아니라 경찰과 시민의 대립, 시위과 폭동, 동성애에 대한 논의 등 지금의 시대 상황과 강력한 접점을 갖고 있다”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작품의 의미를 짚은 세뇨르는 “나 역시 동시대의 사람으로서 작품이 담은 이슈들을 개인적으로 생생히 겪었고, 등장 인물들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수년간 전세계 여러 프로덕션에서 ‘렌트’를 발전시키며 쌓은 경험을 한국에서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9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렌트’에는 오종혁, 장지후, 아이비, 김수하, 김호영, 최재림, 정원영, 배두훈, 최재림, 유효진, 김호영, 김지휘, 전나영, 민경아, 정다희, 임정모 등이 출연한다. 오디션에도 직접 참여했던 세뇨르는 “한국 배우들은 굉장히 실력이 뛰어나고 숙련된 배우들이다. ‘렌트’는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라 그만큼 연기적으로도 깊은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좀 더 감정을 얼굴과 표정으로 풍부하게 표현해달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장지후
‘렌트’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인터뷰 ① - 로저 역 장지후

Q 원래 콜린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고요. 어떤 점 때문에 로저 역을 맡게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가진 응축된 덩어리 같은 것을 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로저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을 것 같아요. 밖에도 나갈 수 없고, 사람들과 웃으며 떠들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응축된 여러가지 감정이요.
제 안에 로저와 같은 성격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 느낌을 자꾸 자극시키고 건드려 보고 하고 있어요. 눈빛부터, 행동부터 점점 더 로저가 되어가기 위해 일상에서도 (로저의 모습을) 녹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기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저를 다 내던지고 있어요.

Q '렌트'만의 매력은?
제 안에 있는 응축된 아픔, 두려움, 절망, 어두움 등이 엔젤, 콜린, 마크, 모린의 삶을 목격하면서 조금씩 배출되다가 한 번에 터질 때가 있어요. 엔젤이 알려준 사랑으로 시작돼서, 결국 마지막에 미미로 인해 그 감정이 터지게 되는데 그때 희열을 느껴요.

인물들의 복잡한 갈등에 공감될 때도 감동을 느껴요. 예를 들어 모린이 다른 사람과 키스하는 것을 본 조앤은 당연히 화가 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 서로 용서하고, 더 나아가야겠다는 희망을 갖고, 왜 사랑해야 하는지, 왜 저 사람을 용서해야하는지, 왜 내가 마음을 고쳐 먹어야 하는지, 왜 내(로저)가 산타페에서 돌아가야 하는지, 그런 결심이 서는 지점들마다 굉장한 희열을 느껴요. 갈증을 느끼다가 사이다를 탁 마신 기분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부분을 같이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Q 어떻게 공연을 관람하면 좋을까요?
'렌트'의 주인공들은 에이즈 등 특별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 말고는 우리와 똑같은 갈등을 겪고 있어요. 공감되는 부분이 많으실 거고, 감정이입되는 갈등의 지점도 많을 거에요. 그럴 때는 망설이지 말고 강하게 감정이입을 하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갈등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관객 분들의 감정도 같이 해소될 거에요. 공연에 몰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에 풍덩 뛰어들어서 같이 헤엄치다가 나오시면 좋겠어요. 그게 '렌트'라고 생각해요.
▲ 최재림
 
배우 인터뷰 ② - 콜린 역 최재림

Q 11년 만에 다시 '렌트'에 참여하는 소감은?
저 최재림 배우가 신시컴퍼니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한 작품입니다. 데뷔작 이상의 의미가 있죠. 그 안에 너무 많은 것이 담겨있어요.
 
Q 오랜만에 다시 작품을 만나면서 새롭게 해석되는 부분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때 했던 역할을 배우로서 많이 성장한 뒤에 다시 보니까, 전보다는 훨씬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이 역할을 해석하게 돼요. 엔젤과의 관계, 그리고 마크, 로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깊이를 담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저에게 다가오는 무게도 달라요. 예전 기억에는 신나고 열정 넘치는 작품이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까 이 작품에서 놓치기 쉬운 희로애락이 보여요. 인물들의 아픔이 보이고, 그 아픔을 이겨내고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에서 꺼지기 직전의 촛불같은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런 데서 감동이 오죠.
 
Q 관객에게 한마디.
요즘 우리는 서로의 손길과 타인과의 관계에 갈증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렌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에이즈, 마약, 가난 등 각자의 상황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하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싸우고 싸워서 그것을 이루려는 노력과 열정을 그리고 있다는 거에요. 그 모습이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과 맞닿아 있고요. 여러분들도 이 공연을 보시고 오늘 하루를 싸워서 일궈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렌트’는 오는 13일부터 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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