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때문에 싸우는 커플이라니, 연극 '렁스'만의 특별한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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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구온난화 때문에 매일같이 싸우는 커플이 있다. 누가 덜 사랑하고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어쨌든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인간들의 환경 파괴로 날로 더워지는 지구, 죽어가고 멸종되는 동물들, 자꾸만 줄어드는 숲의 면적,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문제까지, 다툼의 소재는 가구브랜드 이케아의 상품에서 시작해 전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되며 이어진다. 이들은 연극 ‘렁스’의 주인공이다.

이들이 이토록 환경 문제에 신경 쓰는 것은 곧 낳을 아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이들은 아이를 낳는 것이 과연 이 지구를 위해 좋은 일인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두려움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크게 느낀다. 여자는 임신과 출산에 따른 신체의 변화와 유산의 위험, 힘든 육아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남자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지 확신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인생의 큰 결정을 앞두고 매순간 울컥울컥 치미는 불안과 격정을 토해내는 지금,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것 같지 않아 자꾸만 화를 낸다.
 
남자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자와 로맨틱한 밤을 보내고 싶었던 그는 임신에 대한 공포로 자신을 밀어내는 여자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애써 여자를 달래주다가도 그녀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날카로운 말들에 상처를 받으며, 자신감을 잃고 지치기도 한다. 과연 자신들이 서로에게 좋은 짝인지, 결국 그조차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러니 이들을 지켜보던 관객은 곧 알게 된다. 이것은 비단 환경뿐 아니라 연인으로 혹은 배우자로 만나 함께 인생을 도모하는 모든 이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같이 있는 게 너무나 편하면서도 서로의 기분을 더럽게 하는 재주”가 있는 오래된 연인의 복잡한 감정, 이해라고 생각했으나 실은 오해였음을 깨닫는 대화,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모순과 나약함 등 ‘사랑’을 둘러싼 무수한 감정의 결을 이 극은 매우 섬세하고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국내 첫 무대에 오른 연극 ‘렁스’는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Duncan Macmillan)의 대표작으로, 2011년 워싱턴 초연 이후 미국, 캐나다, 스위스 등에서 11년째 공연됐다. 연극열전이 ‘연극열전8’의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 이번 작품은 연극 ‘오만과 편견’,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박소영 연출가가 연출한다.

아무 소품도 놓이지 않은 새하얀 무대에서 배우들이 대사만으로 이끌어가는 이 연극은 주인공 남녀의 젊은 날에서 시작해 노년기까지 인생 전반을 아우르며 펼쳐진다. 주인공들은 그 굽이굽이마다 때로는 밉살스러울 만큼 모순된 감정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 보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극의 마지막 장면, 갖은 애증과 모순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다투고 사랑하던 남녀는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되어 삶의 황혼을 마주한다. 무대 가장자리에는 이들이 삶의 고비마다 신고 벗었던 여러 켤레의 신발들이 놓여있다. 어딘가로 향하는 통로처럼 가로로 길게 놓인 무대 위에 점점이 남은 신발들은 이 광막한 우주에 잠시 태어나 울고 웃고 고민하고, 서로 투닥이다 온기를 나누며, 마침내 작은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우리의 인생을 먹먹한 감정으로 떠올려보게 한다.
 
이 벅찬 감정을 이끌어내는 일등 공신은 배우들이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밀히 분석해 미묘한 뉘앙스까지 살려내는 배우들의 열연과 호흡, 캐스트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눈길을 끈다. 김동완, 이동하, 성두섭이 남자 역을, 이진희, 곽선영이 여자 역을 맡아 출연 중이다. 이들의 무대는 7월 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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