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비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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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억 4천만 명이 관람한 뮤지컬, 토니어워즈,올리비에어워즈 등 주요 시상식에서 70여개의 상을 휩쓴 작품,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30년 넘게 연속 공연된 유일한 공연. 모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그만큼 널리 알려진 명작이자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운 음악과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지만, 우리는 아직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다. 이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이토록 오랜 기간 명성을 이어오는 데에는 제작진의 어떤 노력이 숨어 있는지, 또 무대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①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오페라의 유령’…첫 크리스틴은 작곡가의 아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손에서 탄생했다. ‘요셉 어메이징’,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캣츠’ 등 수많은 명작 뮤지컬을 만든 그는 1984년 어느 날 신문에서 오페레타 형식으로 만들어진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기사를 읽고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에게 전화해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그 순간 ‘또 대단한 일이 벌어지겠구나’라는 예감을 받았다고.

클래식을 전공했던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애초 기존의 오페라 음악에 일부 창작곡을 더해 뮤지컬을 완성하려 했으나, 호주 연출가 짐 샤먼의 충고를 받아들여 모든 곡을 새로 쓰기로 했다. 여기에 작사가 찰스 하트와 리차드 스틸고우가 쓴 아름다운 노랫말이 더해져 ‘The Phantom of the Opera’, ‘Think of me’, ‘All I Ask of You’ 등의 명곡이 탄생했고, 연출가 해럴드 프린스가 합류하면서 원작소설의 방대한 이야기는 크리스틴과 팬텀, 라울 등 세 명의 남녀를 중심으로 한 러브스토리로 재탄생했다. 이어 ‘캣츠’의 안무를 만들었던 질리언 린까지 가세하며 ‘오페라의 유령’은 당대 최고의 창작진이 함께 빚어낸 흥행작이 되었다.
 
▲ 사라 브라이트만(오른쪽)

이렇게 만들어진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 무대에 올랐다. 당시 여주인공 크리스틴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내이자 뮤즈였던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연기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빼어난 성악가이자 팝페라 가수였던 사라 브라이트만에 맞춰 곡을 썼기 때문에, 크리스틴의 넘버는 여느 뮤지컬의 여성 넘버 중에서도 특히 음역대가 높고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② 극중극 오페라 ‘한니발’은 정말 있을까?
‘오페라의 유령’에는 극중극으로 오페라 ‘한니발’과 ‘일 무토’, ‘돈 주앙의 승리’가 차례로 등장하는데, 이는 모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뮤지컬을 위해 만든 가상의 작품이다. 이 극중극을 작품의 메인 줄거리 및 인물들의 감정선과 절묘하게 엮어낸 솜씨야 말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한니발’에서 소프라노가 부르는 아리아 ‘Think of me’는 단역 배우였던 크리스틴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휘하는 노래이자 라울과의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노래가 되며, 팬텀이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를 위해 작곡한 아리아 ‘돌아갈 수 없는 길’은 곧 그와 크리스틴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래가 되는 식이다.
 
③ 극장 안에 미궁이 있다고?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팬텀이 크리스틴을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가는 ‘The Phantom of the Opera’ 장면이다. 무대 가득 자욱이 퍼진 안개와 수백 개의 촛불 속에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오페라하우스 지하미궁으로 향해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장엄한 파이프오르간의 울림과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극장 안에 호수와 미궁이 있다니, 오늘날의 오페라나 뮤지컬 극장을 떠올려보면 다소 의아스러울 수 있지만,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원작을 쓴 가스통 루르는 샤를르 가르니에가 1861년부터 설계해 14년 만에 완공한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를 모델로 ‘오페라의 유령’의 이야기를 썼는데, 이 극장은 규모와 구조가 매우 거대하고 복잡한 곳이었다. 총 17층 중 7층이 무대 아래에 지어졌고, 그 밑에는 실제로 호수가 있었다고. 또한 앞마당 지하에는 무대에 출연하는 말들을 위한 마구간까지 있었다. 이러한 공간이 배경이 되어 팬텀이라는, 극장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살며 극장을 지배하는 인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
 
④ 호수 위에 뜬 배는 어떻게 움직일까?
유령과 크리스틴이 호수를 건너가는 장면에서 나오는 배는 무대 뒤에 숨은 담당 스텝이 원격으로 조종한다. 이에 따라 유령과 크리스틴은 정확한 궤도에 따라 호수를 지나가게 되며, 돌발 사항에 대비해 배는 완전 자동이 아닌 반자동으로 작동된다. 공연의 첫 장면에서 아련한 멜로디와 함께 관객들을 과거로 데려가는 ‘원숭이 오르골’ 역시 리모콘으로 작동된다.

⑤ 유령 가면은 어떻게 만들까?
유령이 쓰는 마스크는 각 배우들의 얼굴에 맞게 본을 떠 맞춤제작한다. 이제까지 전세계에서 총 300여 개가 넘는 마스크가 만들어졌다고. 유령 역 배우들은 분장에도 많은 시간을 들인다. 현재 서울 공연에서 유령으로 활약 중인 조나단 록스머스의 경우 분장하는 데 1시간 30분, 분장을 지우는 데 30여 분의 시간을 쓴다고. 조나단은 가면을 쓴 오른쪽 눈에 하얀색 렌즈까지 착용한다. 유령 가면 외에도 가면무도회 장면에서 총 46개의 다양한 가발이 소품으로 쓰인다.
 
⑥ 낙하 속도는 초속 3m…진화하는 샹들리에?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을 꼽는다면 샹들리에일 것이다. 1막 마지막 장면, 극장 천장에 달려 있던 거대한 샹들리에가 객석 위편을 스쳐 무대로 떨어지는 모습을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끊임없이 무대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샹들리에가 더 빠르게 떨어질 수 있도록 소재를 바꿔 하중을 줄이고, 작동 기술도 업그레이드한 것. 그 결과 샹들리에는 2012년 내한공연 때보다 1.5배 빠른 초속 3m의 속도로 떨어지게 됐다. 알루미늄 소재와 플라스틱 진공 성형으로 무게는 가벼워졌지만, 6천 여개의 비즈 장식과 46개의 LED 조명으로 만들어진 새 샹들리에는 좀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⑦ 무대에 사용된 천은 총 2,230미터?
‘오페라의 유령’은 사방에 검은 휘장이 내려진 어두운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경매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무대를 가렸던 검은 천이 사라지고, 활기 넘치던 옛 오페라극장의 풍경이 펼쳐지며 본격적으로 극은 시작된다.
 

첫 장면에 쓰인 이 검은 천을 비롯해, ‘오페라의 유령’에는 특수 제작된 거대한 크기의 천이 무대를 장식하며 고풍스런 분위기를 더한다. 자연스러운 주름을 표현하기 위해 총 2,230미터의 천이 사용되며, 이중 900미터가 특수 염색을 거쳐 만들어진다. 장식용 술은 총 길이가 226미터에 이르는데, 인도에서 직수입한 5,000여 개의 목조 구슬과 250 킬로그램의 염색된 모혼방 소재를 사용하며 모두 아프리카산 빗으로 직접 손질한다.
 

⑧ 제작진이 끝내 밝히지 않은 비밀은?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서 펼쳐지는 많은 신비로운 무대 효과들 중에는 제작진이 끝내 그 비밀을 밝히지 않은 것도 있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의자에 앉아 천을 두르고 있던 팬텀은 다음 순간 사라지는데, 이를 비롯해 유령이 자신을 쫓아오는 무리를 위협하는 마술 밧줄의 비밀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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