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결말을 향해가는 남녀의 이야기, 그 끝은? 연극열전 신작 ‘마우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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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 얘기 많아요. 혹시 듣고 싶으면..."

나이도, 경제적·문화적 배경도 전혀 다른 남녀가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여자는 한 때 촉망받았으나 지금은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극작가이고, 남자는 불우한 환경 속에 방치된 청년이다. 우연히 엿본 남자의 그림에서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 여자는 그에게 재차 연락하며 관심을 보이고, 경계하던 남자도 점차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렁스’에 이은 ‘연극열전8’의 두 번째 작품, 연극 ‘마우스피스(MOUTHPIECE)'가 오는 11일 국내 첫 무대에 오른다. 스코틀랜드 작가 키이란 헐리가 2018년 영국 트래버스 극장에서 처음 선보인 후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이끌어낸 화제작이다. 지난 1일,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이 작품은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탄탄한 서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리비 역 김여진

‘마우스피스’는 중년의 여성 극작가 리비, 그리고 빼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사회와 가족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데클란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너바나와 R.E.M을 즐겨 듣던 중년의 여성 리비와 커트 코베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데클란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과 극장 등을 돌아다니며 서로의 인생과 창작 세계를 이해하고 친밀감을 쌓는다.
 
▲ 데클란 역 이휘종

그러나 이들의 소통에는 서서히 균열이 생겨난다. 처음 리비가 데클란에게 보인 관심은 순수한 것이었지만, 불행한 죽음을 맞은 아빠, 의붓아버지의 학대, 어린 여동생에 대한 사랑 등 데클란이 난생 처음으로 털어놓는 이야기는 슬럼프에 빠져있던 작가 리비에게 신선한 영감을 준다. 결국 그녀는 데클란의 인생을 소재로 이용해 새로운 연극을 쓰기 시작한다.
 
이후 극은 리비와 데클란 사이에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것을 소재로 쓰여진 리비의 작품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메타씨어터’ 형식으로 진행된다. 리비가 쓴 연극 대본을 읽은 데클란은 그 결말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한다. 그 연극의 결말을 정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결말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점차 모호해지는 현실과 연극의 경계 속에서 이들의 상황은 예기치 못한 장면으로 이어지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순수한 호기심과 애정으로 소통했으나 점차 오만과 이기로, 또 분노와 증오로 치닫는 두 인물을 그려내는 배우들의 열연이 연습 내내 강한 흡입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 리비 역 김신록

‘마우스피스’라는 이 작품의 제목은 ‘입을 대는 부분’을 칭하는 용어이자 ‘대변자’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극은 리비가 쓰는 연극과 현실에서 데클란이 내리는 선택을 동시에 보여주며 문화 격차와 소외의 문제, 타인의 삶을 대변할 권리, 예술의 윤리와 진정성, 연극을 ‘본다’는 행위의 의미 등에 대해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 데클란 역 장률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인간수업’에서 활약했던 김여진과 연극 ‘비평가’의 김신록이 리비 역을, ‘킬롤로지’의 장률과 ‘히스토리 보이즈’의 이휘종이 데클란 역을 맡아 ‘마우스피스’에 출연한다. 연출은 ‘썬샤인의 전사들’, ‘그 개’ 등을 이끌어온 부새롬 연출가가 맡았다.


이번 작품에 대해 "메타 연극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재미있는 순간들이 많다. 두 인물의 관계도 드라마적으로 흥미롭게 흘러가지만, 형식적으로도 여러 다른 층위들이 있어서 그걸 보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한 부새롬 연출은 "어떤 종류이든 '마우스피스'도 결국 사랑 이야기인데, 그것을 넘어 관객 분들이 더 크게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 예술이든 무엇이든, 그 확장의 방향은 관객의 몫"이라며 관객들의 적극적인 해석과 감상을 권했다.
 

연극 ‘마우스피스’는 오는 11일부터 9월 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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