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세션’과 ‘반지의 제왕’의 관계는? 연극 ‘라스트세션’ 관객을 위한 잡학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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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세션’이 국내 첫 무대에 올라 공연 중이다. 신구, 남명렬과 이석준, 이상윤이 출연하는 이 연극은 정신분석학의 선구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저명한 영문학자이자 작가였던 C.S. 루이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2인극이다. 실제로는 만난 적이 없는 두 인물은 이 가상의 무대에서 서로를 만나 100분간 신과 종교, 삶과 죽음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노련한 호흡으로 무대를 이끄는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대사 곳곳에 스민 지적 통찰과 유머가 인상적인 극이다. 이 극을 보기 전 읽어두면 좋을, 극중 인물들에 대한 사실 몇 가지를 정리했다.

■ 프로이트의 서재를 구현한 무대
원제가 ‘프로이드의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인 이 연극은 프로이트의 서재를 구현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 서재에는 프로이트의 환자가 정신분석을 받을 때 누웠던 소파가 놓여있는데, 이 소파는 프로이트의 연구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당시 기존 상담 방식은 의사와 환자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프로이트는 방법을 바꿔 환자를 소파에 눕게 했다. 그리고 환자가 최대한 이완된 상태에서 자유 연상에 의해 떠오른 기억과 감정들을 털어놓게 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프로이트는 환자의 무의식에 숨은 아동기의 경험과 환상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대에는 수집가였던 프로이트가 모은 고대 골동품과 장서 등도 놓여있다. 프로이트는 생전 그리스, 이집트, 인도, 중국 등의 여러 고대 도시를 여행하며 희귀한 골동품을 수집했는데, 극중 소품으로 등장하는 이집트 미라의 붕대도 그 중 하나다. 총 2천 여 점이 넘는 이 수집품들은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프로이드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 구강암으로 투병했던 프로이트
이 공연에서는 말년에 구강암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프로이트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실제 프로이트는 구강암 때문에 무려 서른 번 넘게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리비도(Libido, 성적 충동·에너지)가 어느 신체 부위에 집중되어 있느냐에 따라 심리 발달단계를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재기, 성욕기로 구분했던 프로이트는 애연가인 자신이 구강기에 머물러 있다고 자조하는데, 평생 ‘입’을 통해 환자들을 치료했던 그가 하필 ‘입’으로 죽음을 맞는 모습 역시 이 작품이 조명하는 삶의 아이러니다.
 
■ 프로이트의 막내딸 안나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는 이 공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이다. 프로이트의 여섯 자녀 중 막내였던 안나 프로이트는 원래 교사로 일했으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정신 분석에 관심을 갖게 되어 심리학자가 되었다. 주로 아동 및 청소년의 심리를 연구했던 그녀는 이후 아동 정신분석학의 권위자가 되었으며, 구강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곁에서 돌보며 비서 역할을 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죽은 후에도 평생 독신으로 살며 아동 정신 분야에 헌신했다.   
 
■ ‘나니아 연대기’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 톨킨의 인연
‘라스트세션’에서 독실한 신앙인인 루이스는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프로이트에 맞서 격론을 펼치지만, 그가 원래부터 신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기독교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예배에 참여했으나, 어머니의 죽음 등으로 어두운 청소년기를 보내며 결국 신앙을 버렸다. 이후 영문학자이자 철학자로서 큰 업적을 이룬 그는 중년에 이르러 다시 기독교로 회귀하게 된다.

루이스가 다시 신앙을 갖게 된 데에는 가톨릭 신자였던 작가 J.R.R.톨킨의 영향이 컸다고 알려져 있다. 톨킨과 루이스는 1926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만나 문학 연구 모임 ‘잉클링스’를 통해 오랫동안 우정을 나눴다.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 ‘호빗’과 루이스가 쓴 ‘나니아 연대기’는 모두 이들이 깊은 교류를 나누던 시기에 탄생한 명작이다. 톨킨과 ‘잉클링스’에 대한 언급은 ‘라스트세션’에도 등장한다.
 
■ 영화로도 만들어진 루이스의 러브스토리
‘라스트세션’에는 루이스의 양어머니였던 제니 무어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제니 무어는 루이스가 1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만난 친구 패디 무어의 어머니다. 루이스는 패디에게 그가 사망할 경우 남은 가족들을 돌봐주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패디가 전사하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니 무어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30여 년간 그녀를 돌봤다.(두 사람이 성적인 관계를 맺었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제니 무어를 돌보며 줄곧 독신으로 살았던 루이스는 50세가 넘어 조이 데이빗먼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시인이었던 조이는 당시 남편과 별거 중인 기혼녀이자 두 아들을 둔 어머니였다. 처음엔 지적 교류를 나누던 조이와 루이스는 점차 깊은 사랑에 빠졌고, 조이가 골수암 판정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몇 년 후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루이스는 조이가 골수암 재발로 사망하기까지 3년 여의 짧은 결혼 생활 동안 그녀를 극진히 보살폈다고 한다.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안소니 홉킨스, 데브라 윙거 주연의 영화 ‘섀도우랜드’(1993)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 영화 '섀도우랜드' 포스터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파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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