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김준수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죠…뮤지컬 계에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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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준수가 데뷔작 ‘모차르트!’로 다시 돌아와 그의 시그니처인 허스키한 음색과 가창력으로 더 깊어진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2010년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3000석이 넘는 세종문화회관을 순식간에 매진시키며 뮤지컬 톱스타로 떠올랐고 이후 10년간 ‘디셈버’,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드라큘라; ‘데스노트’, ‘도리안 그레이’, ‘엑스칼리버’ 등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0년이 지난 지금 김준수는 한국 뮤지컬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배우 중 한 명이 되었다.

김준수는 무대에서 빛나는 별이다. 그의 공연 후 커튼콜은 꽤 인상적이다. 공연 중 숨죽이며 그의 모습을 지켜본 팬들은 공연 후 전석 기립으로 화답한다. 팬들의 거대한 함성과 박수소리가 공연장에 큰 파도를 만든다. 지난 29일 만난 김준수는 “뮤지컬에 대한 사랑과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인터뷰 내내 전했다.


Q 데뷔작이었던 ‘모차르트!’로 돌아와 공연 중입니다.
그 당시 초연이었던 ‘모차르트!’도 십 주년을 맞았고 저도 ‘모차르트!’와 함께 뮤지컬을 시작해 올해 십 년이 됐어요. 십 년이 흐른 후 다시 같은 작품으로 돌아오게 돼서 너무 뜻깊어요. 게다가 그때와 같은 공연장이고요. 의미가 있는 작품인 만큼 첫 공연 후에 무사히 잘 끝냈다는 안도감과 그 자리에 함께한 관객들, 변함없이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그러다 보니 팬들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요. 요즘 무대에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Q 초연 당시 처음에는 ‘모차르트!’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고요.
뮤지컬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 제가 좋은 상황에 놓인 게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발걸음을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뮤지컬은 해보지 않은 장르였기 때문에 큰 도전이고 숙제였어요. 그래서 처음에 제안을 주셨을 때 거절을 했어요. 잘 해낼 자신도 없었고 두려웠거든요. 오랜만에 팬분들에게 나서는 게 떨렸고, 더구나 다른 멤버 없이 저 혼자 해야 하는 활동이었고요. 당시 언론에서는 제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었고 진실이든 거짓이든 소문이든 외부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은둔 아닌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대본을 읽고 ‘황금별’이란 넘버를 듣는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차르트를 빌려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어요. 실제로 공연할 때마다 답답함이 해소가 되고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았어요. 뭔가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속으로만 끙끙 앓았던 것을 모차르트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에 나갈 힘을 받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절 관객들이 좋아해 주셔서 ‘가볼 때까지 가보자’라는 용기를 얻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이십대에서 삼십대의 준수 씨가 됐는데요. 모차르트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이 있나요?
달라지려고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십 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때 어떻게 했었지’ 기억을 되살리면서 연습했어요. 데뷔 때는 아무래도 연기도 그렇고 기술적인 부족했지만 무대에 있다 보면 ‘내 몸을 온전히 던져서 연기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날 것의 표현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전의 감성을 계속 끄집어 내려고 노력했어요. 당시 뮤지컬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은 감히 해보지 못했어요. 극중 모차르트와 제 실제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모차르트에 절 대입해서 생각했고 그래서 작품에 더욱 더 빠져서 순수한 마음으로 한 것 같아요.
 
Q ‘모차르트!’ 이후 ‘엘라자벳’은 ‘완전한 뮤지컬 배우로 새로 태어났구나’하는 점에서 인상 깊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요.
‘엘리자벳’부터는 주위에서 뮤지컬 배우로 인정해 주신 것 같아요. 사실 ‘엘리자벳’ 토드(죽음) 역으로 캐스팅된다고 했을 때 욕을 많이 먹었어요. 세계적으로 토드 역은 4~50대 중후한 남자 배우들의 역할이었는데 뮤지컬 경험도 적은 스물 대 여섯의 아이돌 출신 배우가 그 역을 한다고 하니 제 기억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무래도 중후한 배우들이 했던 스타일로 했다가는 게임이 안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죽음이란 건 무형의 것을 의인화한 거잖아요. 내가 남자이긴 하지만 죽음이 남성일지 여성일지 아무도 모르고요. 그래서 중성적인 느낌을 살려 몸짓이나 걸음걸이도 좀 다르게 하고요. 이렇게 캐릭터를 만들 때 오히려 너무 생각하지 않고 제 감각을 믿고 하는 편이에요.

제 이후로 토드 역할이 비교적 젊은 배우가 캐스팅되는 추세로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한 편으로 뿌듯하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엘리자벳’은 ‘앞으로 뮤지컬을 정말 잘 해보고 싶다’라고 다짐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점점 뮤지컬을 하게 되면서 매력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 게 아닌가 싶어요. 전 세계 뮤지컬 음악을 찾아 듣고 또 들었어요.

Q 뮤지컬의 어떤 매력에 사로잡혔나요?
모든 노래는 하나의 완결성을 자기고 깨끗하게 마무리 해야 하는데요. 가요는 감정이 더 가면 오버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뮤지컬은 감정적으로 좀 더 가도 되는 게 있어요. 그런 게 뮤지컬을 하면서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오히려 제 목소리가 뭉개지거나 갈라지더라도 지금 그 감정을 가장 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렇게 소리가 나더라도 그대로 내려고 해요. 음악을 통해 감정 표현을 극대화 하는 것이 가요와는 또 다른 맛이 있는 것 같아요.
 
Q 뮤지컬을 하면서 들었던 잊지 못할 조언이 있다면요?
'모차르트!' 초연 때는 지금 아이돌이 뮤지컬 시장에 들어오는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시선이 강해서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장난 아니었어요. 그때는 제가 지금보다 가요 부르는 스타일에 가깝게 뮤지컬 넘버를 불렀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제 목소리를 알고 들어주시지만 그때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았어요. 제 목소리가 좀 특이하잖아요. 가요계에 있을 때도 제 목소리가 특이하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뮤지컬에서 이런 목소리로 연기하고 노래한다는 거에 이질감이 있었고 저도 그 부분에서 많은 고민이 많았어요.
 
십 년 전만 해도 뮤지컬에서 성악 발성이 중요했어요. 지금은 알앤비 스타일도 있고 랩이나 힙합 하는 뮤지컬도 있어서 가요 스타일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제가 할 때만 해도 뭔가 성악 발성이 뮤지컬의 표본 이란 생각이 강해서 저도 모르게 그걸 따라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제 모습을 본 유희성 연출이 “준수야 네가 따라 하려고 하지 말아라. 그런 목소리로 노래하는 걸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런 목소리로 노래하는 배우로 볼 것이고, 너를 보는 사람은 너의 개성, 너의 노래 스타일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야. 너의 목소리가 뮤지컬 음악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연습하는 걸 내가 도와줄게”라고 조언해주셨어요. 또 유 연출님이 “너의 스타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호불호는 어떤 배우나 있다. 너만의 무기를 가진 배우가 돼라. 너의 개성을 살려서 너의 목소리로 너의 스타일대로 하면 다른 배우가 너처럼 할 수 없을 거다. 그런 걸 생각하고 뮤지컬 배우로서의 길을 정하면 좋겠다”고 격려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유레카”를 외쳤어요. 내가 '앞으로 뮤지컬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더 큰 차원에서 제 인생의 모토가 됐어요. 그 말이 터닝포인트가 돼서 ‘엘리자벳’, ‘드라큘라’, ‘데스노트’ 등 여러 작품에서 제 개성을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실베스터 르베이, 프랭크 와일드 혼 작곡가와도 오랜 인연을 맺고 계시죠.
두 작곡가님 모두 제 개성을 많이 사랑해 주셨어요. 와일드 혼은 브로드웨이나 다른 나라에서 배우들에게 노래를 시키면 성악처럼 부르는 것에 질려 있다가 제가 그들과 다르게 부르니까 그게 너무 신선하고 좋았나 봐요. “난 너의 보컬이 너무 좋아”라고 이야기해주고요. ‘모차르트!’ 초연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온 르베이 작곡가님도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Q 지난해 말과 올헤 초 ‘공유의 집’과 ‘미스터트롯’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방송을 통해 준수 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방송에 대한 미련이 없었었다가 그 방송 이후 지금은 방송이 너무 하고 싶어졌어요. 피디님 조차도 제가 ‘방송을 나갈 필요 없어서 안 나온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때 머리에 총 맞은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내가 방송에 나가고 싶어서 고군분투를 했는데, 물론 시간이 지나서 어느 순간 포기한 것도 있지만 분명히 해도 안 되는 지점들이 있었거든요. 방송을 위해 사전 미팅을 하고 녹화 날짜까지 다 잡았는데 취소되기도 하고요.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방송에 나가려고 뭔가 붙잡고 있는 게 더 힘드니까. 오히려 어느 순간은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 ‘내가 안 나가는 거야’ 라고 포기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방송에서 소통을 안 하니까 좋게 이야기하면 신비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내가 냉혈하고 인간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에게 그런 이미지가 있다는 걸 군대 가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절 그렇게 생각하시는 줄 전혀 몰랐어요. 나중에 동기들이 친해져서 이야기하는데 제가 엄청 무섭고 깐깐하고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들은 제가 방송을 안 나오니까 잘 몰랐던 거죠. 제 이야기가 가끔 나와도 뉴스에서 재판이나 재산 이야기 나오고요. 그러니 '준수는 인간미가 없겠지'라고 단정한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소통하고 싶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방송을 통해서 제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Q 앞으로 십 년 후에 준수 씨는 어떤 모습일까요?
십 년 전의 저는 일단 '앞에 닥친 것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당장의 하루도 순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미래를 보는 게 사치였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팬들이 뮤지컬을 찾아주시고 그래서 제가 더더욱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어떻게든 무대로나마 보답해 드리고 싶어서 계속해서 뮤지컬에 올인한 것 같아요. 그런 순환이 계속 이뤄져 지금 제가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제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울컥하기도 해요. 앞으로의 십 년도 예전과 똑같은 마음일 것 같아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앞에 놓인 걸 최선을 다한다면 십 년 후에도 그저 ‘잘 해왔구나’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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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씨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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