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빵빵 터지는 패러디의 향연, 뮤지컬 ‘썸씽로튼’ 리뷰
- 2020.08.13
- 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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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를 하다가 뜬금없이 노래를 한다고요? 그런 걸 누가 좋아해요?”
대사를 하다가 ‘뜬금없이’ 노래를 시작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 16세기 영국에서 펼쳐진다면? ‘인류 최초의 뮤지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뮤지컬 수십 편을 패러디하며 개성파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웃음을 던지는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7일 개막한 뮤지컬 ‘썸씽로튼’이다.
이 극의 배경인 16세기 런던에 뮤지컬이 등장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우선 이 극에는 최고의 작가를 꿈꾸지만 늘 셰익스피어에게 밀려 바닥(Bottom, 바텀)을 기는 닉 바텀과 나이젤 바텀 형제가 있다. 차기작을 준비하던 중 하필 셰익스피어가 같은 소재의 작품을 쓰는 바람에 공연이 무산되고 빚만 잔뜩 지게 된 닉 바텀은 답답한 마음에 점쟁이를 찾아간다. 셰익스피어가 미래에 내놓을 히트작을 슬쩍 훔치기 위해서다.
대사를 하다가 ‘뜬금없이’ 노래를 시작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 16세기 영국에서 펼쳐진다면? ‘인류 최초의 뮤지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뮤지컬 수십 편을 패러디하며 개성파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웃음을 던지는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7일 개막한 뮤지컬 ‘썸씽로튼’이다.
이 극의 배경인 16세기 런던에 뮤지컬이 등장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우선 이 극에는 최고의 작가를 꿈꾸지만 늘 셰익스피어에게 밀려 바닥(Bottom, 바텀)을 기는 닉 바텀과 나이젤 바텀 형제가 있다. 차기작을 준비하던 중 하필 셰익스피어가 같은 소재의 작품을 쓰는 바람에 공연이 무산되고 빚만 잔뜩 지게 된 닉 바텀은 답답한 마음에 점쟁이를 찾아간다. 셰익스피어가 미래에 내놓을 히트작을 슬쩍 훔치기 위해서다.
그런데 닉 바텀이 찾아간 사람은 세기의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 가 아닌 그의 조카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로, 앞날을 점치는 모양이 어딘지 어설프다. 다리를 달달 떨며 방정맞게 주문을 외던 그는 닉 바텀에게 미래엔 연극과 음악을 합친 뮤지컬이 흥행할 거라고 일러주더니, 셰익스피어가 내놓을 히트작이 ‘오믈릿’이라고 말한다. ‘햄릿(Hamlet)’을 ‘오믈릿(Omelet)’으로 잘못 읽은 것이다.
예언자의 말을 철석같이 믿어버린 닉 바텀은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야심차게 뮤지컬 ‘오믈릿’을 준비한다. 그가 쓴 ‘오믈릿’은 덴마크 우유를 먹다 죽은 왕이 ‘오페라의 유령’이 되어 찾아오고,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그의 동생 스카(‘라이온킹’의 악역과 같은 이름)의 식탁 위에 썩은 달걀(Something Rotten, 썸씽 로튼)로 만든 ‘오믈릿’이 오르며, 여기에 젤리클 축제에 갔던 고양이들이 바글바글 모여드는 괴상한 작품이 되어버린다.
예언자의 말을 철석같이 믿어버린 닉 바텀은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야심차게 뮤지컬 ‘오믈릿’을 준비한다. 그가 쓴 ‘오믈릿’은 덴마크 우유를 먹다 죽은 왕이 ‘오페라의 유령’이 되어 찾아오고,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그의 동생 스카(‘라이온킹’의 악역과 같은 이름)의 식탁 위에 썩은 달걀(Something Rotten, 썸씽 로튼)로 만든 ‘오믈릿’이 오르며, 여기에 젤리클 축제에 갔던 고양이들이 바글바글 모여드는 괴상한 작품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실수투성이 인물들이 엉뚱한 결정을 거듭하며 ‘오믈릿’을 만드는 과정 속에 수많은 뮤지컬 명작의 패러디가 이어진다. 특히 ‘어 뮤지컬(A Musical)’ 장면에서는 ‘레미제라블’ ‘캣츠’, ‘시카고’, ‘렌트’, ‘애니’, ‘위키드’, ‘노트르담 드 파리’ 등 20여 개의 뮤지컬 넘버와 장면이 이어지는데,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각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뮤지컬은 노래로만 진행된다”거나 “어떤 뮤지컬은 진지하지”라며 각 작품의 특징을 익살스레 꼬집는 대사도 웃음을 자아낸다.
뮤지컬 패러디 외에도 재기 넘치는 언어 유희는 계속 이어진다. 말을 할 때마다 운율을 맞추며 ‘자뻑’에 빠지는 당대 최고의 스타 작가 셰익스피어의 모습도 신선하고, 샤일록, 포샤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유명 캐릭터를 소환해 이 소동극에 그럴듯하게 녹여낸 솜씨도 기발하다.
뮤지컬 패러디 외에도 재기 넘치는 언어 유희는 계속 이어진다. 말을 할 때마다 운율을 맞추며 ‘자뻑’에 빠지는 당대 최고의 스타 작가 셰익스피어의 모습도 신선하고, 샤일록, 포샤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유명 캐릭터를 소환해 이 소동극에 그럴듯하게 녹여낸 솜씨도 기발하다.
‘썸씽로튼’은 지난해 내한공연으로 처음 국내 관객들을 만났고, 한국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1일 무대에 선 닉 바텀 역의 서은광은 안정된 가창력과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했고,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곽동연도 어수룩하지만 로맨틱한 시인 나이젤 바텀으로 완연히 분했다.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박건형은 걸핏하면 자신의 대사에 취하는 능글맞은 락스타 셰익스피어로서 존재감을 톡톡히 빛냈고, 터프한 매력의 여성 비아 역 리사와 빈틈 많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로 분한 마이클리, 엉뚱한 매력의 여성 포샤로 분한 이봄소리의 활약도 든든했다.
이 작품의 주요 웃음 코드가 뮤지컬 패러디라는 것은, 뮤지컬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패러디를 차치하고도, 경쾌한 음악과 흥겨운 안무 속에 고삐 풀린 듯 기상천외한 결말로 치닫는 얼빠진 캐릭터들의 소동은 누구에게나 한바탕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공연은 10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지며, 강필석, 이지훈, 서경수, 임규형, 노윤, 여원, 제이민, 최수진, 김법래, 이한밀, 김태한, 육현욱 등이 함께 출연한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엠씨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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