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시대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다…연극 <페리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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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연극이며, 인간이 살고있는 세상은 연극 무대라 했던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맞아 다양한 그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작품이 다시 막을 올린다. 그것도 현재의 절망적인 시대상황을 꼭 빼다 박은 설정으로 말이다.

셰익스피어 연극 <페리클레스>의 프레스콜 행사가 지난 9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열렸다. 이 날 행사에서는 170분 간의 전막 시연과 함께 연출 및 출연배우들과의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페리클레스>는 우연히 왕의 비밀을 알게 되어 죽음에 처한 타이어 왕국의 왕자 페리클레스가 도피를 위해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겪게 되는 파란만장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후기 낭만주의 경향을 대표하는 로맨스극으로, 지난 해 5월에도 공연된 바 있다.
 
특히 무대 위를 뒤덮고 있는 50톤의 모래와 달의 여신 다이애나의 조각상 등은 거대한 작품 속 세계를 표현하는 장치로 쓰여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시의성 반영한 각색으로 양정웅 표 ‘풍자극’ 탄생

연극 <페리클레스>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충실히 따르지만 철저히 시의성을 반영해 각색됐다. 오늘 날 우리 사회의 부패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극의 상황에 양념처럼 각색된 양정웅 표 대사들은 하나의 풍자극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작품 속에서 ‘내가 이럴려고~’, ‘자괴감이 듭니다’, ‘우주의 기운’ 등의 대사는 작금의 정치적 사태를 직접적으로 연상시켜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으로 활용된다.
 
이와 같은 각색에 대해 양정웅 연출은 “아무래도 나라 안팎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있다”며 “이 작품이 원작에서도 시대를 풍자하는 부분들이 있다. 작년에는 그런 부분에 크게 힘을 주진 않았는데, 올해는 많은 뉴스들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절로 강조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정권 시절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지내기도 했던 유인촌은 작품 속에서 풍자되는 현 시대상황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관련 책임자들은 조사결과를 받아들이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한 배역 나눠 연기하는 유인촌 부자…“연기는 스스로 깨우치는 것”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배우 유인촌과 남윤호는 한 무대에 오른다. 그것도 같은 배역으로 말이다. (두 사람은 모두 ‘페리클레스’ 역으로 남윤호는 1막의 젊은 페리클레스를, 유인촌은 2막의 노년의 페리클레스를 연기한다.)

초연 당시, 공연 중반까지 아버지가 유인촌이라는 사실을 숨겼던 남윤호는 “제가 홍길동도 아니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선생님이라 부르며,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며 “(다시 호흡을 맞추다 보니) 부담감을 좀 떨쳐낸 것 같다. 아직 너무 따라기기 힘든 선생님이지만, 도움이 되고 가르침을 많이 받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인촌 역시 “처음에는 아들과 같이 연극을 한다는 것에 대해 심적인 부담이 많았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며 “연기는 해답이 없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스스로 깨닫고 느끼면서 쌓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옆에서 꾸준히 기다려주는 것밖에 없다”고 선배 연기자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새로운 뮤즈, 전성민의 합류…색다른 ‘마리나’의 탄생

또한 이번 작품에는 새롭게 전성민이 합류했다. 전성민은 지난해 최우리가 맡았던 ‘마리나’ 역을 이어 받았다. 극 중 페리클레스의 딸인 마리나는 타락한 사람들의 마음들까지 성스럽게 변화시키는 인물.

전성민은 마리나에 대해 “사실 제겐 좀 어려운 인물이었다. 말과 노래로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교화시킨다는 게 잘 와 닿지 않아서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예수나 간디 같은 인물을 떠올리며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유인촌은 전성민에 대해 “작년과는 색깔이 아주 다른 마리나가 탄생했다. 전성민만의 새로운 마리나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함께한 소감을 답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페리클레스>는 기존 셰익스피어가 다뤘던 희극과 비극이 결합된 형태의 작품이다. 주인공 ‘페리클레스’가 고통과 고난의 비극적 상황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간 결과 예상치도 못한 기적과도 같은 기쁨을 맛보는 스토리 구조 때문이다.

양 연출은 희비극이 결합된 <페리클레스>의 키워드를 ‘희망 속에 살아가는 것’이라고 답하며, 관객들이 이 작품을 ‘희망의 씨앗’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절망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페리클레스>가 관객들의 마음 속 희망의 싹을 틔울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연극 <페리클레스>는 다음 달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계속되며, 예매는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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