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cm 하이힐만 35켤레? 공연 탐구생활 ‘킹키부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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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가 국내 네 번째 무대로 돌아와 펼쳐지고 있다.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무대에 올라 단숨에 토니어워즈 6관왕, 올리비에어워즈 3관왕을 차지하며 주목받은 이 작품은 2014년부터 세 시즌에 걸쳐 이어진 한국 공연에서도 3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나 큰 사랑을 받았다.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망해가는 구두 공장을 물려 받은 청년 찰리가 드랙퀸 롤라와 함께 회사를 되살리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흥겨운 음악과 안무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용기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는 이 작품의 매력과 흥미로운 비화 등을 소개한다.

■ 실화에 기반한 ‘킹키부츠’ 스토리, 소방관이 된 진짜 찰리?
‘킹키부츠’의 스토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찰리의 모델은 영국 노샘프턴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구두 공장을 운영하던 30대의 사장 스티브 팻맨(Steve Pateman)이다. 그가 운영하던 WJ 브룩스 공장은 한 때 90%의 생산품을 모두 수출할 만큼 잘나가던 회사였지만, 경기침체와 수입품의 대량 유통으로 20세기 후반부터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스티브는 경영난으로 고용인원을 반 이상 감축해야 했다. 마지막 남은 2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회사를 되살리려 분투하던 스티브를 구한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트렌스젠더 의상을 만들던 수(Sue)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남성 사이즈의 하이힐 부츠를 만들어보라고 권한 것이다. 이 제품의 시장성을 발견한 스티브는 남성의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쇠 굽을 단 하이힐과 부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이때부터 WJ 브룩스 공장은 킹키부츠(Kinky boots) 공장으로 알려지게 된다.
 
▲ (좌)영화 ‘킹키부츠’(2005), (우)스티브 팻맨

과감한 결정으로 회사를 살린 스티브의 이야기는 1999년 BBC 다큐멘터리 ‘트러블 앳 더 탑(Trouble At The Top)’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곧이어 영화계 사람들도 그의 특별한 성공담에 주목했고, 스티브의 이야기는 2005년 영화 ‘킹키부츠’로, 2013년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들어져 흥행가도에 올랐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방영 뒤 스티브의 공장이 맞이한 결말은 공연과 달랐다. 제품이 잘 팔릴수록 경쟁업체가 속속 생겨났고, 값싼 모조품까지 유통되면서 스티브는 다시 난관에 처한 것이다. 결국 그는 2000년 공장의 문을 닫았고, 이후 소방관으로 전업했다. 그러나 킹키부츠를 통해 구두 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열었던 스티브의 도전기는 그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었고, 그가 만든 부츠는 노샘프턴 박물관에 소장되었다.
 
새롭게 탄생한 롤라 캐릭터
’킹키부츠’의 또 다른 주인공 롤라는 스티브의 이야기가 영화 및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새롭게 탄생한 가상의 인물이다. 뮤지컬에서 롤라는 앙상블 ‘엔젤’들과 펼치는 신나는 안무와 화려한 의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동시에 매우 인간적인 면모로 감동을 더한다. 
 
드랙퀸인 롤라는 남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 굴하지 않는 대담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아픔을 갖고 있으며, 때로는 타인의 비난에 상처를 받고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그가 자신처럼 아버지의 인정을 바랐던 찰리와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워지는 모습, 그리고 구두 공장 직원들에게 “편견 없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은 이 극의 큰 매력 요인이다.

롤라는 찰리의 실제 모델인 스티브와도 한 가지 접점이 있는 캐릭터다. 뮤지컬에는 찰리와 롤라가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하이힐 부츠를 직접 신고 런웨이에 서는 장면이 나오는데, 스티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제품의 브로셔를 제작할 때 모델을 찾지 못해 자신이 직접 다리털을 제모하고 하이힐의 모델이 된 것이다. 스티브는 아마추어 럭비 선수였는데, ‘킹키부츠’의 롤라는 전직 복서로 등장한다.
 
■ 15cm 하이힐만 35켤레? 눈길 끄는 의상과 신발들 
드랙퀸을 위해 화려하게 디자인된 ‘킹키부츠’가 중심 소재인 만큼, 이 공연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하이힐과 부츠가 소품으로 쓰인다. 롤라의 경우 금색 가보시힐을 비롯해 파란 뱀피의 앵클 구두, 은색의 오픈 토 구두, 검정색 부츠, 킹키부츠까지 총 5켤레의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며, 사이먼(본명)일 때 신는 남성용 신발도 있다. 엔젤들 역시 샌들힐과 가보시힐, 앵클부츠 2켤레, 킹키부츠 등 각기 다양하게 디자인된 5켤레의 힐(총 30켤레)을 신고 등장해 고난이도의 안무를 선보인다. 이들의 체중을 든든히 지탱해주는 신발이 완성되기까지, ‘킹키부츠’의 의상팀은 초연 당시 수많은 힐을 부러뜨려야 했다고.

높이가 약 15cm에 달하는 ‘킬힐’을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은 일찍부터 적응 기간을 거친다. 조문수 의상 슈퍼바이저는 “배우들은 공연 전 두 달여간 힐과 부츠를 신고 춤추고 움직이는 연습을 하며 몸이 (구두와) 하나가 되도록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고난이도 안무도 거리낌 없이 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 디자인을 다채롭게 녹여낸 의상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섹스 이즈 인더 힐(Sex is in the Heel)’ 장면에서 엔젤들의 코트는 영국의 버버리 코트 디자인을 반영해 만든 것이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는 영국의 근위병, 19세기 영국 신사, 튜터 왕조의 헨리 8세, 스코틀랜드의 디자인 양식 등 영국을 상징하는 네 가지 패션을 모던하게 변형한 의상이 등장해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 신디 로퍼가 만든 ‘킹키부츠’의 음악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 등 신디 로퍼가 만든 뮤지컬 ‘킹키부츠’의 음악은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인이다. 신디 로퍼는 1983년 ‘쉬즈 소 언유주얼(She's So Unusual)’로 그래미어워즈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데뷔해 1980년대 마돈나와 쌍벽을 이뤘던 팝스타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부모의 이혼과 고등학교 중퇴, 첫 밴드의 실패, 애인과의 불화 등을 겪으며 개성 강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한 신디 로퍼는 기존의 여성상을 벗어난 자유분방한 패션, 락과 펑크를 오가는 다양한 음악스타일을 추구하며 ‘쉬밥(She Bop)’, ‘올 쓰루 더 나잇(All Through The Night)’ 등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3년, 그녀가 ‘킹키부츠’의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제리 미첼의 제안을 수락해 만든 음악은 경쾌한 비트와 호소력 있는 멜로디로 단숨에 박수갈채를 이끌어내며 토니어워즈 음악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신디 로퍼는 토니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작사/작곡가이자 그래미어워즈, 에이미어워드, 토니어워즈를 모두 수상한 아티스트가 됐다.
 
▲ 신디 로퍼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CJ ENM 제공, www.cyndilau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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