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지가 않아" 지독한 고통 직시하는 연극열전 신작 ‘아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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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연극을 통해 살인과 폭력의 악순환('킬롤로지'), 장애와 죽음, 존엄('킬 미 나우') 등 현시대를 관통하는 첨예한 화두를 다뤄왔던 연극열전이 ‘연극열전8’의 신작으로 또 다시 만만치 않은 극을 내놓았다. 가족의 해체와 우울증의 문제를 전면에 다룬 연극 ‘아들(LE FILS)’이다.

연극 ‘아들’은 ‘진실X거짓’을 쓴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최신작으로, 2018년 파리 초연 후 이듬해 런던으로 진출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2016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박근형 주연의 ‘아버지’, 윤소정 주연의 ‘어머니’에 이은 ‘가족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아버지’에서 치매 노인의 붕괴되는 일상과 기억을, ‘어머니’에서 외로움으로 헤매는 노년의 황량한 풍경을 그려냈던 작가는 이번에도 지독하다 싶을 만큼 강고한 기세로 우울증 환자와 그 가족의 현실을 직시한다. 타협 없이 끝까지 치닫는 이야기가 객석에 팽팽한 긴장을 자아낸다.
 
공연은 10대 아들 니콜라를 둔 안느가 전남편 피에르를 찾아가 아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시작된다. 깊은 무력감에 빠져 벌써 몇 달이나 학교에 가지 않은 니콜라는 뭔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엄마를 떠나 아빠 피에르의 집에서 새 삶을 시작하지만, 마음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문제는 누구도 니콜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느 또래처럼 학교에 가고 시험을 치르는 평범한 일상을 버거워하는 이유에 대해 니콜라는 ‘여자친구와 헤어져서’라고 말하지만, 사실 거짓말이다. 남달리 민감한 데다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은 니콜라가 삶 앞에서 느끼는 거대한 무의미와 고통을 부모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대신 느껴줄 수도 없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니콜라의 우울증은 점차 심각해지고, 급기야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격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극은 서로를 돕기 위해 처절히 노력할수록 소통의 벽에 부딪히는 이들의 모습을 생생히 비춘다. 불행한 유년기를 겪었으나 악착 같은 노력으로 유능한 변호사가 된 피에르는 자신과 다른 니콜라를 이해하지 못해 그를 윽박지르고, 니콜라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는 안느 또한 그저 불안해할 뿐, 아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어주지 못한다.
 
니콜라가 왜 우울증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 때문일 수도, 유독 예민하고 섬세한 기질 때문일 수도, 그 모든 것 때문일 수도 있다. 때로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도 깊은 고통과 균열이 찾아오는 삶의 진실을 극은 에두르지 않고 고스란히 보여주며 충격적인 결말로 다다른다. 여기에 희고 말끔한 벽으로 둘러싸인 무대가 서늘한 감촉을 더한다.
 

핏줄로 사랑으로 이어져 있으나 엄연히 객체이고 타인인 가족의 모습, 멀쩡해 보이던 일상이 돌연 숨막히는 지옥으로 바뀌어가는 현실을 생생히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우울과 무기력에 잠식되어가는 니콜라 역 이주승, 그런 아들을 독려하고 다그치다 마침내 “살아지지 않는” 고통을 스스로 느끼고 마는 피에르 역 이석준, 불안하고 무력한 어머니 안느 역 정수영을 비롯해 피에르의 현재 아내 소피아 역 양서빈, 의사 역 송영숙, 간호사 역 안현호 등 모두 호연으로 무대를 이끌었다. 또다른 니콜라 강승호의 무대도 궁금하다. 공연은 11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연극열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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