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무대 소중해…한국이라 가능한 일” 뮤지컬 ‘캣츠’ 주역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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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개막한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은 올해가 초연 40주년이라는 것 외에도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많은 도시의 공연장이 문을 닫은 지금, 철저한 방역 아래 현지 제작진의 주목을 받으며 공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온 ‘캣츠’ 배우들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하루하루의 공연을 소중히 여기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이번 공연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조아나 암필(Joanna Ampil)과 럼 텀 터거 역 댄 파트리지(Dan Patridge), 올드 듀터러노미 역 브래드 리틀(Brad Little)은 지난 20일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조아나 암필과 댄 파트리지는 런던을 중심으로 유럽 각 도시에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고, 브래드 리틀은 2005년 ‘오페라의 유령’으로 한국과 첫 연을 맺은 이후 아예 이곳에 정착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큰 배우다. 코로나 시대 여러 변화 속에서 공연을 이어가는 소감이 어떤지, 명작 ‘캣츠’가 가진 힘은 무엇인지 이들에게 들었다.

Q 이번 내한공연은 ‘캣츠’ 초연 4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소감이 어떤지. 
댄 파트리지: 
한 예술 작품의 수명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것이 놀랍다. 앞으로도 오래 계속될 작품을 특히 이런 시기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다.

조아나 암필: 지금 내 고국에 있는 친구들은 공연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코로나 시대에도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준 한국에 감사하다.

브래드 리틀: 나도 같은 마음이다. 40년 전 이 공연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우리 팀 중 다섯 명도 태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만큼 오래된 작품인데도 그 때 만들어진 훌륭한 요소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배우들이 늘 처음과 다름 없는 열정으로 공연을 하고 있어서, 나도 그 모습을 보며 놀라곤 한다.
 
▲ 조아나 암필

Q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던 9월 초 공연을 시작했는데, 당시 심정은 어땠나. 
댄 파트리지: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신나기도 했지만, 공연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고향의 친구들을 생각하면 미안해서 마음을 다잡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서, 그들이 보내주는 힘까지 다 모아서 공연에 임하고 있다.

조아나 암필: 개막 전 ‘과연 관객들이 보러 올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좌석 띄어 앉기로 남은) 50%의 객석을 관객들이 다 채워 주셨더라. 관객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

브래드 리틀: 처음 공연에 참여하기로 계약을 했을 때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1단계였는데, 연습을 시작한 후 2단계, 2.5단계로 올라갔다. 그 때는 솔직히 긴장되고 불안했다. 그런데 한국 분들이 늘 그렇듯 똘똘 뭉쳐서 (단계를) 내려주시더라. 미국인으로서 말하는데, 미국이었으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다. 공연을 하는 내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단어가 ‘럭키(Lucky)’였다. 이런 시기에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도 이렇게 세계적인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행운이다.

댄 파트리지: 내가 있던 런던과 비교해봐도 이곳의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 한국 분들이 (코로나에 대해) 가진 원칙이 얼마나 철저한지 보며 놀랐다. 이렇게 똘똘 뭉칠 수 있는 단결력이 코로나를 이겨온 비결 같다. 
 
▲ 댄 파트리지

Q 코로나로 인해 극중 동선이 일부 바뀌는 등 변화가 있었는데.
브래드 리틀:
그 모든 변화가 개막 1주일 전에 정해졌다. 당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빠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연출님에게 큰 부담이었을 텐데, 적절한 결정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객석 등장 장면에서) ‘메이크업 마스크’를 쓰는데, 이런 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예술가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여전히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마스크 속에서도 이 작품의 예술성과 서사 진행에 필요한 미소를 늘 짓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댄 파트리지:  나도 그 장면에서 브래드가 걸어오는 걸 보는데,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관객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 순간 관객들과 함께 느끼는 전율이 좋고, 관객 분들이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을 특별하게 여겨 주시는 것도 고맙다.

조아나 암필: 객석의 마스크 풍경이 정말 인상적이다. 공연을 한 번만 보시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또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만큼 안전하다고 믿고 즐겨주시는 것 같다.
 
▲ 브래드 리틀

Q 이런 시기에도 공연이 계속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조아나 암필:
공연은 인간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배우 입장에서도, 또 관객 입장에서도 공연을 통해 여러 감정을 표현하고 주고받는 것이 정신건강의 관점에서 꼭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캣츠’를 할 수 있다는 게 내겐 너무 특별한 가치가 있다.

브래드 리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연은 이 시국에 할 수 있는 여러 단체생활 중 비교적 안전한 행위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의자에 앉아있고, 서로를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무대를 보고 있지 않나. 또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오직 박수로 호응을 보낸다. 안전수칙만 철저히 지킨다면 위험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Q ‘캣츠’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아나 암필: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일단 이야기가 정말 아름답고 탄탄하다. T.S. 엘리엇이 쓴 시를 바탕으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만든 음악과 트레버 넌의 연출, 질리언 린의 안무가 어울려 너무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브래드 리틀: 게다가 ‘캣츠’의 프로덕션팀은 40년간 시대에 맞게 작품을 조금씩 바꿔가며 공연을 해왔다. 특히 이번 공연은 40년 전 오리지널 버전과 가장 흡사한 공연으로, 많은 분들이 그리워했던 그롤타이거가 등장한다.

Q 극중 특히 마음에 와닿는 가사나 장면을 꼽는다면.
브래드 리틀:
이번 공연 도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후 무대에서 조안나가 ‘메모리(Memory)’를 부를 때 눈이 퉁퉁 부을 만큼 울었다. 그날 조안나가 너무도 아름답게 불러준 ‘메모리’는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조아나 암필: 나는 ‘젤리클 축제(The Jellicle Ball)’ 장면을 좋아한다. 14살 때 그 노래를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고, 그 때부터 그리자벨라 역할에 눈독을 들였다.

댄 파트리지:  나도 뮤지컬을 처음 알게 해준 작품이 ‘캣츠’였다. ‘미스터 미스토펠리스(Mr. Mistoffelees)를 듣고 반했는데, 이렇게 내가 프로 배우가 되어 무대에서 그 장면을 연기한다는 것이 늘 특별하다.
 
▲ ‘캣츠’ 공연 – 그리자벨라(조아나 암필)

Q 고양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연습 과정을 거쳤나.
브래드 리틀:
‘캣츠’의 고양이들 중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가 우리 셋 같다. 다른 배우들이 고양이를 표현하는 걸 보면 정말 놀랍다. 연습 기간에 즉흥 표현 수업이 있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보면서 존경심까지 생기더라. 

댄 파트리지: 모두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털이 많은 고양이라면, 그 고양이로서 팔을 접고 뻗는 모든 행동에 다 가이드라인이 있다. 그걸 숙지한 다음 자유롭게 즉흥 연기를 하는 거다. 고양이들 안에서도 서열과 나이가 다 달라서 그에 따른 표현도 가지각색이다. 내가 맡은 럼 텀 터거는 락앤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게 많았다. 또 배우들에게는 각자 연기하는 고양이를 표현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형용사가 주어지는데, 그것도 큰 도움이 됐다.
 
▲ 럼 텀 터거(댄 파트리지)

브래드 리틀: 세 가지 형용사는 트레버 넌 연출이 40년 전 초연부터 배우에게 줬던 숙제다. 배우들은 매 공연마다 각자 주어진 세 가지 형용사를 마음에 새기고 거기 맞는 연기를 펼친다.

조아나 암필: 그리자벨라는 등장 시간이 짧은데, 그 시간 동안 관객들이 내게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는 많은 분들이 너무 잘 알고 있는 곡이라 부담도 크다. 매일매일이 큰 도전이다.

브래드 리틀: ‘메모리’를 잘 부를 수 있는 배우는 많지만, 조아나처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잘 없다. 그녀가 부르는 ‘메모리’를 처음 들었을 때 우리 모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노래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진정한 아티스트다.

Q 브래드 리틀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데, ‘오페라의 유령’ 팬텀으로 기억하는 관객이 많을 것 같다.
브래드 리틀:
우리가 직업상 가진 특권이자 도전이 늘 새로운 역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팬텀도 올드 듀터러노미와 너무 다른 캐릭터인데, 이렇게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즐겁다. 그간 전세계의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공연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은 내게 제2의 고향이다. 
 

▲ 올드 듀터러노미(브래드 리틀)
 

Q 조아나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팬이라고 들었다.
조아나 암필:
한국 드라마 팬이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현빈의 나라에서 실컷 드라마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렇게 한국에 있다 보면 언젠가 한국 아이돌과도 한번쯤 마주치지 않을까(웃음).
 

댄 파트리지: 지금 조아나가 상당히 얌전히 얘기한 거다. 분장실에 가보면 정말 온통 현빈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놨다(웃음).
 

Q 서울 공연에 이어 대구 공연도 예정돼 있는데.
댄 파트리지:  한국 관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관객들이다. 매 공연 후 SNS등을 통해 응원메시지를 받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다른 도시에서의 공연도 무척 기대된다.
 

브래드 리틀: 대구는 내가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과 콘서트를 했던 곳이다. 다시 내 지인(팬)들을 만날 수 있어 기대된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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