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아니라 매지컬(Magical)? 공연 탐구생활 ‘고스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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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고스트’는 여러 모로 즐길 거리가 가득한 작품이다. 원작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가져온 러브스토리와 이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명곡 ‘언체인드 멜로디‘가 녹아 든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는 화려한 무대까지. 2013년 한국 초연에 참여했던 주원, 김우형, 아이비, 박지연, 최정원과 새 멤버 김진욱, 김승대, 백형훈, 박준면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원작 영화가 개봉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진한 감동을 전하며 박수갈채를 이끌어내고 있다. 뮤지컬 ‘고스트’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이 작품을 만날 이들을 위해 정리했다.

■ 10년 만에 빛을 본 대본, 세계적 명작 영화로  
‘고스트’의 작가는 브루스 조엘 루빈(Bruce Joel Rubin)이다. 영화와 뮤지컬의 대본을 모두 쓴 그는 젊은 시절 뉴욕대에서 마틴 스콜세지, 브라이언 드 팔마 등 이후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된 이들과 함께 영화를 공부했는데, 당시부터 영적인 영역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20대부터 티벳과 인도, 방콕 등의 사원을 여행하며 명상과 영적 탐구를 이어온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관심을 창작에도 녹여냈고, 무명의 작가였던 1980년 ‘고스트’의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
 
▲ 브루스 조엘 루빈, 영화 ‘고스트’(사랑과 영혼, 1990) 

이렇게 탄생한 ‘고스트’는 주인공인 샘과 몰리를 통해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다. 친구의 계략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샘의 영혼이 영매 오다 메의 도움을 얻어 연인 몰리에게 사랑을 전하고 그녀를 위험으로부터 구한다는 내용이다. 죽음을 초월하는 사랑과 권선징악의 서사를 담은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온 우주는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그러나 그가 초고를 썼을 당시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은 “너무 난해하고, 사람들은 영혼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대본을 거절했고, ‘고스트’는 10년 후에야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2,2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 ‘고스트’(1990)는 예상과 달리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는 당시 전세계 5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며 90년대를 대표하는 멜로 영화로 자리잡았고, 주연을 맡은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는 세계적인 스타가 됐으며, 영매 오다 메로 분한 우피 골드버그는 흑인 역사상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한국에서도 ‘사랑과 영혼’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돼 168만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 흥행작의 자리에 올랐다. 삶과 죽음, 사랑과 영혼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가 국경을 넘어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 2011년 첫 무대 오른 뮤지컬 ‘고스트’
영화로 아카데미 극본상을 받은 브루스 조엘 루빈은 뮤지컬의 대본도 직접 썼다. 뮤지컬이 완성되어 처음 무대에 오른 것은 2011년이다. 연출은 뮤지컬 ‘마틸다’로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매튜 와처스가 맡았고, 음악은 영국의 혼성밴드 유리스믹스의 멤버이자 인기 작곡가인 데이브 스튜어트, 그리고 마이클 잭슨·에어로스미스 등과 작업했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글렌 발라드가 함께 만들었다.
 
쟁쟁한 크리에이티브팀이 손을 맞잡고 완성한 뮤지컬 ‘고스트’는 2011년 3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초연됐고, 곧바로 6월 웨스트엔드에 입성했다. 당시 언론으로부터 “진정한 공연의 마술(BBC 라디오)”, “불멸의 사랑에 관한 화려한 전시회(더 타임즈)” 등의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이듬해 3월 브로드웨이에서도 큰 호평을 이끌어냈고, 이후 한국을 비롯해 호주, 네덜란드, 이탈리아, 헝가리 등에서 관객을 만났다.

뮤지컬의 줄거리는 원작 영화와 같다. 이를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무대적 상상력으로 구현한 다채로운 장면과 음악이 쉼없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샘과 몰리가 함께 물레를 돌리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가 사랑의 테마곡으로 다양하게 편곡되어 쓰이는데, 1막 초반에는 샘이 이 곡을 직접 통기타 연주로 몰리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영매 오다 메가 손님들의 의뢰를 받거나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찾는 장면에서는 경쾌한 비트의 음악과 앙상블의 댄스가 배우들의 코믹 연기와 어울려 흥을 돋우고, 죽은 샘이 지하철 유령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강렬한 비트의 랩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 최첨단 영상+마술로 완성된 ‘매지컬(Magical)’…‘비밀유지각서’ 쓰는 배우들
원작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죽은 사람의 혼이 하늘로 떠오르거나 사물을 통과하는 등의 장면이 과연 무대에서도 구현될까 생각할 것이다. 마술사 출신으로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휴고’와 뮤지컬 ‘마틸다’ 등의 마술 효과를 만든 폴 키이브, 무대 디자이너 롭 하웰 등 뮤지컬 창작진은 최첨단 영상기술과 마술을 총동원해 이를 해결했다. 마술 같은 무대로 ‘고스트’에 ‘매지컬’(Magic + Musical)’이라는 별칭이 붙게 한 주역들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무대는 장면마다 진기한 볼거리로 감탄을 자아낸다. 지하철 장면에서는 샘의 몸이 빠르게 달리는 차체를 그대로 통과하는가 하면, 지하철 유령은 승객들과 각종 물건을 공중으로 띄운다. 다른 장면에서는 몰리의 손바닥 위에 놓인 샘의 편지가 저절로 접히고, 샘의 친구인 칼이 보이지 않는 손에 멱살이 잡혀 허공에서 발을 버둥대며, 샘의 영혼이 오다메의 몸에 빙의되기도 한다.
 
이 장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마술 저작권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연에 참여하는 전 배우와 스텝은 마술의 원리를 외부에 말하지 않겠다는 비밀유지각서에 사인해야 한다. 해당 장면의 사진도 샘이 문을 통과하는 장면 외에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극중 어떤 마술이 펼쳐지는지 확인하려면 직접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

마술과 함께 풍성한 공연을 완성하는 또 다른 요소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영상과 조명이다. 무대 위에 세워진 건물은 샘과 몰리의 집 하나뿐이지만, 사방을 둘러싼 영상 장치는 무대를 분주한 뉴욕 도심으로, 각종 숫자와 그래프가 펼쳐진 증권가 사무실로, 병원과 지하철로 둔갑시킨다. 이를 위해 30cm 크기의 LED 판 7000피스와 9대의 빔프로젝터가 쓰이며, 조명은 450대의 무빙라이트가 비춘다. 이 조명 물량은 뮤지컬 ‘맘마미아!’의 10배가 넘는 양이다.
 

이밖에도 샘 역 배우의 몸에는 ‘오토 팔로우(Auto Follow)’라 불리는 조명 센서가 부착돼 죽은 이의 영혼이 발산하는 은은한 푸른 빛을 연출한다. 이 모든 것을 작동시키기 위해 무대 감독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총 900번의 큐 사인을 내리는데, 약 8초마다 한 번씩 큐를 외치는 셈이다. 무대 매커니즘이 다른 공연에 비해 특히 정교하기 때문에, 제작진은 매 공연 전 전체 큐를 본공연과 똑같이 돌려보는 시간을 가진다.
 

뮤지컬 ‘고스트’는 내년 3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플레이디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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